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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사람수첩] 특기 샷 없는 황아름 플레이가 돋보이는 이유
지난 시즌 9년 만에 부활한 황아름. 올 시즌도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레저신문=오상민기자] 오랜 침묵 속에서 무뎌진 칼날을 다시 세웠다. 지난해 긴 슬럼프 터널을 뚫고 골프인생 황금기를 연 황아름(32)의 칼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선 공동 34위에 머물렀지만 이어진 4개 대회에선 전부 톱15 이내에 진입했다. 7일 끝난 야마하 레이디스 오픈 가쓰라기에선 난코스 속에서도 공동 5위에 올라 시즌 첫 우승도 가시권에 뒀다.

서울 송화초등하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황아름은 알아주는 골프천재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크고 작은 대회를 석권했고, 고등학교(한영외고) 시절엔 3년 내내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하지만 한국 골프팬들은 황아름의 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 국내 프로 무대를 거치지 않고 일본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에서 바닥부터 시작했다. 2007년부터 2년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스텝업 투어(2부)에 출전했고, 이듬해인 2009년엔 레귤러 투어에 정식 데뷔했다.

황아름은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일본 투어에 직행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그의 일본행은 성공적이었다. 2008년 스텝업 투어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고, 레귤러 투어 데뷔 첫해였던 2009년엔 야마하 레이디스 오픈 가쓰라기에서 첫 우승을 일궜다. 그리고 9년간의 슬럼프를 통해 더 성숙한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황아름은 “(일본 투어 데뷔 때는) 어린 나이였는데 의욕이 넘쳐서 연습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연습만 하며 정신없이 볼만 쳐서 잘한 것 같다”며 10년 전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었다.

사실 황아름은 그리 화려한 플레이어가 아니다. 호쾌한 장타력은 물론 멋진 스윙을 가진 선수도 아니다. 전매특허라 할 만큼 알아주는 특기 샷도 없다. 지난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 51위(234.4야드), 페어웨이 키핑율 21위(69.9735%), 파온율(정규 타수 이내에 볼을 그린에 올릴 확률) 29위(69.3417%), 평균 퍼트(라운드당) 10위(29.3611개)가 그것을 입증한다. 상금순위 6위(9198만3225엔), 메르세데스랭킹(올해의 선수) 6위(393포인트)라는 화려한 성적표에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이렇다 할 특기 샷이 없는 황아름이 JLPGA 투어 주연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안정된 플레이와 눈에 띄게 좋아진 퍼팅 정확도에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사실 올 시즌은 황아름의 골프인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한해다. 지난 시즌 9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며 JLPGA 투어 주연을 꿰찼지만 ‘롱런’과 ‘반짝’이라는 갈림길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특기 샷 없는 그가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든 JLPGA 투어에서 롱런할 수 있을까. 황아름은 지난 시즌 하반기에만 3승을 달성하며 9년 만의 우승이 결코 이변이 아님을 입증했다. 올 시즌 5개 대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이에 대해 황아름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고 있다면 올 시즌 이렇게 헤매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우에다 모모코(33), 히가 마미코(26), 고이와이 사쿠라(21) 등 일본 톱플레이어를 지도한 쓰지무라 하루유키(45)는 “(황아름은) 드로 히터지만 드로 구질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지금은 스윙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컨트롤도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황아름.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1라운드 1번홀 티샷 장면. (사진=오상민 기자)

하지만 기록으로 나타난 드라이브샷 정확도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보다 리커버리율(파온이 안 된 홀에서 파 이상을 기록할 확률)과 퍼팅 정확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30~40위권에 머물던 리커버리율은 지난해 9위(65.9396%)에 자리했고, 라운드당 평균 퍼트는 2009년 이후 9년 만에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과 그린 위에서의 세련된 플레이가 지금의 황아름을 만들었다.

자신감 회복도 컸다. 그의 잃어버린 9년엔 말로 하기 힘든 시련이 가득 담겼다. 두 차례의 대형 지진을 직접 경험했고, 교통사고를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특히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가 나타나면서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됐다.

무엇보다 인내와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는 일본에서도 ‘집순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골프밖에 모르는 연습벌레다. 지긋지긋한 슬럼프 속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열정으로 자신만의 골프 색깔을 완성시킨 것이다. 화려하지 않은 그의 플레이가 돋보이는 이유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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