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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사람수첩] 일본 언론은 왜 이민영을 극찬할까
일본 미야자키 UMK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풍경. 1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하는 이민영. (사진=오상민 기자)

[레저신문=오상민기자] “파온율(정규 타수 이내에 볼을 그린에 올릴 확률) 1위를 자랑하는 아이언샷이 최대 무기로 자신의 구질인 파워페이드는 드로히터가 많은 여자 투어에 이채로운 볼거리다.” 지난달 19일 일본의 골프전문지 ‘골프정보 ALBA Net’이 분석한 이민영(27ㆍ한화큐셀)의 스윙이다.

이 한 문장엔 이민영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성공 비결이 함축돼 있다. 2016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4승을 챙긴 이민영은 2017년 일본 진출 첫해 2승을 달성하며 상금순위 2위(1억2643만엔), 평균타수 3위(70.7278타)에 올랐다. 무엇보다 파온율 1위(73.6111)가 빛났다.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도 상금순위 18위(5546만527엔)에 그친 지난해도 파온율은 3위(73.3959)를 유지했다. 그리고 맞은 올 시즌은 그의 일본 투어 롱런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요한 무대다.

지난해 10월 일본 효고현 마스터스골프클럽에서 열린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 풍경. (사진=오상민 기자)

사실 이민영은 지난해 11월 열린 다이오제지 엘르에어 레이디스 오픈에서 허리를 다쳐 기권했다. 시즌 최종전이자 왕중왕전 성격의 메이저 대회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은 출전 자격을 갖추고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을 당했다면 한해 농사를 완전히 접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민영은 올해 1월 중순까지 골프채를 놓고 재활치료에만 집중했다. 오프시즌 연습이라곤 지난 2월 베트남에서의 3주짜리 전지훈련이 전부였다. 그것도 재활치료와 병행한 것이어서 시즌 개막 전까지 관계자들의 마음을 졸였다.

이민영은 올 시즌 3개 대회에 출전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는 컷 탈락했지만 이어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골프 토너먼트 PRGR 레이디스컵과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는 각각 공동 3위와 공동 9위에 올랐다. 특기인 아이언샷에선 부상 후유증이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파온율 5위(75.0000)가 그것을 입증한다.

지난해 9월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 코니카 미놀타컵에 출전한 이민영. (사진=오상민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계획했던 이민영이 생각을 바꾸고 일본 무대에 뛰어든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 실력이 모자라다고 느낀 점이 첫 번째였고, 신장암에 걸린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건강을 걱정하면서 LPGA 투어 진출 꿈을 사실상 접은 것이다. 이후 목표의식이 흐릿해진 이민영은 자신의 스윙 코치인 민해식 프로로부터 일본 진출 권유를 받고 생각을 바꿨다.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그는 JLPGA 투어 데뷔 첫 시즌부터 ‘물 만난 고기’였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코스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플레이하면서 목표의식도 뚜렷해졌다. 일본사회엔 아직도 적응 단계지만 음식과 인간관계, 운동 환경엔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만족도 높다.

그렇다 해도 흥미로운 결과다. 코스는 물론이고 언어적인 준비도 부족했던 이민영이다. 그가 일본 무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파온율 1위(2017)가 입증하는 발군의 아이언샷 덕이다. 단 한 차례도 평균 퍼트 10위 이내에 진입한 적이 없던 고(故) 구옥희가 투어 통산 23승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도 당대 최고의 아이언샷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옥희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파온율 3위 밑으로 떨어진 일이 없을 만큼 높은 샷 정확도를 뽐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민영과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

지난해 9월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일본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 코니카 미놀타컵 풍경. (사진=오상민 기자)

일본 코스에 익숙한 민해식 프로의 조언도 컸다. 일본 코스와 맞을 거라며 미국 대신 일본을 권유했던 민해식 프로는 이민영의 일본 데뷔 전부터 코스와 잔디 적응을 도왔다. 그 역시 일본 무대 데뷔 후 진화된 플레이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27일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대회장인 미야자키 UMK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이민영은 “일본에 와서 골프가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의 플레이보다 세련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매끄러운 인간관계도 그의 성공적 일본생활에 한몫했다. 현재 JLPGA 투어엔 1992년생 선수들의 모임이 있다. 함께 식사를 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친분을 쌓는 모임으로 JLPGA 투어 내 정기적인 동갑내기 친목회는 1992년생이 유일하다. 배희경, 나리타 미스즈, 요시바 루미, 고즈마 고토노, 피비 야오 등이 이 모임의 주요 멤버다. 이민영은 JLPGA 투어 데뷔 후 이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으며 정보를 공유하고 일본어를 배울 수 있었다. 매끄럽지 못한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으로 우울증까지 경험했던 일부 선수들에 비하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결코 과하지 않은 목표 설정도 주목할 만하다. 데뷔 첫해 2승으로 상금순위 2위에 오른 이민영은 2년차였던 지난해 목표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 골프를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해 부담감을 던 것이다. 올 시즌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대회가 없도록 하는 게 목표다. 우승도 좋지만 거기에 매달리고 싶진 않다고 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골프가 싫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의 목표엔 소박하면서도 현명함이 묻어난다. 그는 이미 일본에서의 롱런 준비를 마친 듯하다. 일본 언론이 주목한 발군의 아이언샷보다 더 무서운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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