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북서쪽에 자리잡은 랑카위는 어머니품처럼 아늑한 섬이다.
섬을 무섭게 만드는 태풍^파도가 없고 산이 낮기 때문이다.
파도는 겨우 소리가 들릴만큼 찰랑거리고 산들 또한 봉우리만 간신히 드러낼 정도다.
랑카위의 랑은 말레이시아 말로 독수리이고 카위는 대리석을 뜻한다.
섬이름이 말해주듯 랑카위엔 독수리와 대리석이 많다.
바닷가엔 갈매기 대신 독수리가 날아다니고, 산을 깎아내린 곳엔 어김없이 대리석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독수리하면 날카롭고 사나운 모습이 연상되겠지만 랑카위 독수리는 닭^비둘기를 닮아 온순하다.
일명 닭수리라고도 불린다.
마하티르 총리의 고향인 랑카위는 81년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음에도 불도저의 흔적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에서 공장 허가를 내주지 않을 뿐더러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 물고기 잡는 것도 제한하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랑카위 공항에 첫발을 내딛으면 상쾌함이 피부로 느껴진다.
특히 아침엔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공기덕분에 늦잠을 청할래야 청할 수도 없다.
길에선 물소(버팔로)^원숭이^다람쥐를 자주 만날 수 있고, 바다에선 행운을 상징하는 돌고래 재롱도 볼 수 있다.
모두 104개의 섬으로 이뤄진 랑카위는 곳곳이 자연이 선물한 휴양지다.
우리나라에선 휴양지하면 하와이^괌^사이판을 꼽지만, 여행지 선정이 까다로운 유럽에선 랑카위를 우선 순위에 둔단다.
그만큼 자연에 파묻혀 쉬기엔 더없이 좋기 때문이란다.
랑카위 섬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려면 무엇보다 망그로브 투어는 꼭 해봐야 한다.
망그로브는 바닷물을 먹고 사는 신비한 나무로 섬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투어는 보트를 타고 4시간가량 섬을 항해하는 것.
자그마한 배 한척도 겨우 빠져 나갈만큼 좁은 바다를 굽이굽이 가다보면 정글탐험하는 선장이라도 된 기분이다.
배 주변은 악어라도 튀어오르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들정도로 원시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갯벌위엔 알록달록한 게^조개 등이 사방에서 반짝거리고, 박쥐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동굴에선 종유석에서 바로 떨어지는 미네랄 워터의 참맛도 느낄 수 있다.
섬항해 중간중간엔 독수리왔 먹이 주기, 물고기농장 둘러보기, 낚시하기 등 이벤트 코스도 만들어 놓았다.
섬항해 못지 않게 비치리조트는 랑카위의 이국적인 정취에 푹 빠지게 한다.
펠랑기비치리조트를 비롯 랑카위아일랜드리조트, 무티아라비치리조트가 유명한데, 이중에서 펠랑기리조트가 단연 으뜸이다.
말레이시아 고유의 캄풍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펠랑기리조트는 섬세한 조각이 수놓아진 방내부와 인도양을 한없이 동경할 수 있는 방갈로가 고급스럽다.
특히 야자수^열대성 꽃으로 꾸며놓은 정원은 이방인들의 마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랑카위는 바다뿐 아니라 육지에도 흥미로운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독수리 광장(다타란 랑)과 랑카위전설공원, 영화 애나앤드킹의 무대였던 왕궁이다.
쿠아 선착장 근처에 위치한 독수리광장은 우리나라 일산공원처럼 조성해 놓은 시민들의 쉼터다.
광장 중앙엔 북한에서 말레이시아와의 수교를 기념해 선물한 독수리 조각상이 위용을 뽐내고 있고, 주변엔 이슬람식 건축과 어여쁜 정원이 운치를 더해준다.
전설공원은 랑카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조각상으로 입체화한 곳.
먼옛날 결혼을 놓고 벌어진 부족전쟁 이야기를 진지하게 설명해 주는 섬사람들의 순박함도 엿볼 수 있는 흐믓한 기회다.
애나앤드킹의 왕궁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사용했던 소품들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주연배우 주윤발과 조디포스터의 모자^신발을 잠시 빌려 영화속의 주인공이 돼 사진찍기엔 그만이다.
이밖에 랑카위의 대표적 전설인 공주마수리 무덤이 있는 마캄마수리, 임산부의 호수라 불리우는 다식다양번딩, 산호초가 인상적인 해상국립공원 등도 볼만하다.

이미옥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