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세 가지 자연색조가 빛을 발하고 있다.
넘실대는 파도가 가을바다의 쪽 빛 편지를 건네면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노랗게 익어 가는 감귤과 억새는 늦가을로 치닫는 육지의 향기로 화답한다.발길 닿는 곳곳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목 좋은 자리에선 사진촬영을 해대느라 분주하다.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버리는 억새 군락에서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과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저마다 제주 가을의 추억을 각인하느라 동화된 모습이 푸짐하고 넉넉한 제주의 자연과 그대로 하나가 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집집마다 마당에 빼곡한 감귤의 풍성함이 감귤의 본고장임을 실감케 한다.
언뜻언뜻 스쳐가는 감귤나무들은 매달려 있는 엄청난 수의 열매가 무겁지도 않은 듯 어느 것 하나 휘어진 가지조차 없다.
삶의 무게를 묵묵히 헤쿠 나온 제주인의 꼿꼿함이 그와 같지 않을까.
제주 늦가을의 정취를 대표하는 노란 감귤은 또 귤림추색이라 하여 영주 12경중 일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단풍 일색의 다른 고장과 사뭇 다른 제주의 표정이기도 하다.
제주의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계절마다 제 빛깔을 달리하는 하늘과 땅과 바다.
보는 이들 조차 어느새 자연에 물들고 마음속에서는 정갈함이 피어난다.
사봉의 황혼녘 일몰(사봉낙조)은 일몰대로, 성산의 일출은 일출대로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흰 이를 드러내며 달려온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해안가를 자동차로 달려보는 것도 제주를 빨리 알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용두암에서 공항쪽으로 이어지는 제주시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굽이굽이 휘어진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나도 함께 바다가 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고즈넉함을 한층 더하는 해안도로는 그래서 더 살갑게 다가온다.
요즘에는 부쩍 늘어난 카페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앉아 있고 그 안에는 탁 트인 바다를 스크린 삼아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바닷바람을 쐬는 사람들의 여유, 해안도로가 운치를 더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제주=서진수  webmaster@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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