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匠人)이란 말이 있다.
오직 한 길을 살아온 전문가를 말한다.
한 분야에서 더 이상의 전문가 없다고 할 만큼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말한다.
일본, 대만, 이태리엔 진정한 장인(匠人) 즉 마이에스트로가 있다.
한국 골프장을 디자인하는 골프코스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이 사람을 골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한국 골프설계의 마이에스트로라고 부른다.
3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아름다운CC 대표이사를 맡게 된 소동기 변호사와 차를 마셨다.
난 지금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다.
변호사가 골프장 대표이사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모두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내가 대표이사를 하려는 것은 딱 하나! 미국의 오거스타GC 같은 제대로 된 골프장을 만들고 싶어서이다소변호사는 이어 오거스타GC급으로 만들 파트너 코스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 사람은 말이야.
그동안 만나보니까 단지 코스만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더라고.
골프에 대한 철학도 있고, 코스에 대한 생명성과 존중, 그리고 삶에 대한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어 아름다운CC 설계를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지● 한국의 오거스타GC 만들 디자이너소동기 변호사가 고심 끝에 한국의 오거스타GC로 만들어 낼 파트너로 선택한 주인공이 바로 송호 골프 디자인의 송호(54) 사장이다.
송호 사장은 아름다운CC 설계를 맡는 대신 그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약조 하에 골프장 건설에 참여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CC는 이전에 아산윈슬CC 이름으로 코스가 80% 이상 완성된 상태여서 새롭게 다시 설계하고 조경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송호 사장은 그 어떤 골프장보다도 아름다운CC에 심혈을 기울였다.
설계, 조형, 공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미 만들어진 골프장을 밑그림부터 다시 시작하기란 쉽지 않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 때문에 긴장의 끈을 결코 늦출수 없었던 것이다.
욕먹을 설계는 안 합니다.
골프장은 건설이 아니라 창조이기 때문이죠송 사장은 그동안 제주 세인트포 골프장을 비롯해 비전힐스, 프리스틴밸리, 이스트밸리, 남촌, 아시아드, 엘리시안, 크리스탈밸리, 송추CC 등 국내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을 디자인했다.
국내 골프장 설계만 줄잡아 30여 곳에 이르며 중국에 5곳과 베트남에 4곳을 포함하면 40여 곳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에 설계하고 있는 곳까지 포함하면 50여 곳을 훌쩍 넘기게 된다.
그동안 골프설계회사 이름으로 유명해진 코스 설계는 많았지만 진정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시간 내에 수주를 50여 곳을 설계한 사람은 없다.
해서 송호 사장을 한국의 피트다이, 톰 파지오라고 부른다.
수주량이 많다고 해서 높이 평가하거나 골프의 마이에스트로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가 설계한 골프장엔 단순히 기능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휴머니티,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자신의 철학이 담겨 있어 그를 장인이라고 부른다.
송호 사장은 설계라는 공학도 이미지 이전에 그림을 좋아하고 한 때 화가의 꿈을 꾸었던 심미주의자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는 화실을 들리기도 하고 최근엔 골프전문화가 김영화씨의 전시장을 찾아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입하며 심미적 혜안을 넓히기도 한다.
골프장 설계는 자연이 준 대지 위에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나가는 창조행위이다.
코스의 밑그림엔 언제나 예술의 완성 예술의 끝인 여인의 몸을 기저로 해 홀을 앉힌다고 말한다.
코카콜라 병과 바이올린이 여인의 몸을 상상해서 만든 세계적인 발명품이라면 골프 코스 역시 여인의 완벽한 몸매를 떠올리며 만든 자연의 비너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설계한 골프장마다 개성 강해대학 졸업 후 일반 건축회사에 다니다 운명이었는지 옆 사무실이 골프장 설계사무소였던 인연으로 골프코스 설계에 발을 내딛게 됐다.
첫 출발은 두려움과 막막함의 연속이었지만 1년 후 자신이 설계한 골프장이 잉태했을 때의 그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2002년 자신의 이름으로 사무실을 차리고 설계를 시작하면서 욕을 먹거나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설계는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기 고집으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로 송 사장이 만들어 낸 골프장에 대한 평가는 각각이다.
공통적인 것은 그가 만든 골프장들은 뭔가 생각하게 만든다는 질 돌고 나면 참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 영화 아바타의 아름다운 자연 감동송 사장의 코스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그림과 여행을 통해서 얻고 있다.
미국 여행을 할 때 미국 골프장들은 선이 굵직굵직한 느낌을 받았고 이는 마치 매끄러우면서도 풍만한 여인의 몸매를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코스는 역시 선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코스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여행과 그림 그리고 영화에서도 늘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경이롭기까지 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바타를 보면서 자연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아바타적 자연주의가 나올 수 있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자연이 나올 수도 있다.
1980년, 90년 중반까지는 코스디자인을 미국과 일본의 정서를 빌려다 썼다면 지금은 한국의 독창적 설계를 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산악지형 코스 설계를 통해 이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후배들 중에서 반드시 세계적인 거장, 코스 디자이너가 나올 것을 확신했다.
그 밑거름, 교두보 역할을 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올해로 코스설계 20년을 맞게 된 송호 사장은 그간 해왔던 시간은 비워두고 앞으로의 시간을 채우려 한다.
비워둬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잭니클로스가 평생 맘에 드는 스윙은 딱 한 번 이었다고 말했는데 송사장 역시 정말 생애 후회 없는 역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일반 골퍼들은 볼을 그린 중앙에 올리면 좋아하지만 우리 전문가들은 그린 상, 하, 좌, 우까지 생각해야 하기에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골프장의 완성은 개장 순간이 아니라 개장 이후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라면서 골프장 디자인도 설계가 끝난 시점이 아닌 골프장으로 자리 잡고 시간이 쌓이는 긴 세월이라고 말한다.
골프장은 무조건 어렵게 만든다고 좋은 골프장이 아니며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만들어 주는 코스야 말로 좋은 골프장이라는 것이다.
골프장 디자인은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 소통하는 겁니다.
말 못하는 자연이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하면 자연이 먼저 압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골프장 설계야 말로 진정 골프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철학 이며 근본이라는 것이다.

이종현  webmaster@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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