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2000 골프이벤트 2위 입상작 오 마이 갓! 세상에 이런 일의 골프가 (임기봉)난 살아오면서 우연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우연이란 반드시 필연을 가장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좋아하던 여자를 정말 우연찮게 골목에서, 버스에서 만났다는 말을 웃어 넘겼다.
어쩌면 그녀가 잘 가는 골목과 잘 타는 버스를 탔기에 확률상으로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일로 인해 우연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터넷이 보급 되고 아이러브스쿨이 한창 인기를 끌었던 90년대 후반 초등학교 동무들을 근 40년만에 만날 수 있었다.
머리가 벗겨진 용석이를 비롯해 새침했던 영애는 이제 넉넉한 아줌마로 변해있었다.
그래도 30년 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전에 좋아했던 순수한 셀렘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동창은 추억은 좋은 것인가를 알게 됐다.
몇 번의 만남은 곧 취미가 골프로 이어졌고 남자 한 팀, 여자 한 팀으로 구성돼 골프를 치려 자주 경기도 주변의 골프장을 찾았다.
친구들이 좋은 것은 어렵지 않고 옛날이야기 하며 막말할 수 있어 좋고 특히 좋아했던 여자애랑 팀 먹고 골프 치는 일이 새싹 돋는 것처럼 싱그러웠다.
난 동창들의 총무가 돼 부킹을 잡고 식사 후에 노래방까지 모든 스케줄을 관리해야 했다.
참 이상한 것이 남자들끼리 칠 때 느낄 수 없었던 묘한 설렘과 엔돌핀이 팍팍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남자 동창들도 여자 동무들도 똑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가을 단풍이 발갛게 든 프리스틴밸리 골프장에서 우리 동창들은 자연을 만끽하며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역시 팀별로 그린피와 저녁내기를 했지만 그날 신기하게도 무승부가 됐다.
라운드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 중에 여자 동무가 긴급 제안을 했다.
야! 우리 이러지 말고 날씨도 좋은데 지방에 1박2일로 가서 승부를 내자.
오랜만에 긴 이야기도 하고....
남편 신경쓰여서 어디 늦게까지 있을 수 있어야지......다들 굿 아이디어라고 소릴 질렀다.
어디를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그래도 단풍은 강원도가 아니냐며 강원도 A골프장으로 낙점이 됐다.
난 친구들과의 플레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아내왔 출장을 간다고 했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니 아내는 그리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괜히 미안해서 갑자기 생긴 돈이라며 50만원을 건넸다.
당신 수상해! 왜 돈...아님 마아낸 생긋 웃으며 생유!을 외친다.
사실 나도 생유!다.
드디어 D데이, 친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나왔고 옛날 좋아했던 파트너 끼리 자기야!, 여보1를 외치며 단 하루만이라도 부부처럼 지내자며 너무도 들 떠 있었다.
가을이 타고 있었다.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그동안 삶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살아온 자신왔 참 잘 왔다고 생각했다.
멀리 동해바다도 보이고 설악산도 그림처럼 다가왔다.
왜 진작 이런 여행을, 골프를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진짜 여유로운 골프를 쳤다.
친구들도 가정을 떠나 편안하게 골프를 치니 머리도 맑아지고 모든 일도 잊어버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더더욱 기분 좋았던 것은 18홀 내내 난 돈을 잃지 않았을뿐더러 그린피 내기에서도 이겼고 저녁까지 따놓아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18홀을 끝내고 땅거미가 어스름하게 깔리는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기분을 내자며 여자동창이 팔짱까지 끼었다.
우리 부부로 볼까?야! 내가 동생 같지.....
아냐 내가 동생같지서로 젊다고 앙탈을 부리며 클럽하우스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난 심장이 멎을 뻔 했다.
아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말도 나오지 않았고, 우린 팔짱을 빼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음이 됐다.
여자 동창 애는 사태파악도 못하고 왜그러느냐고 계속해서 흔들어 댔지만 귀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야! 뭐! 출장.........클럽하우스 로비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여자가 있었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여자가 나왔 달려들었다.
아내였다뭐야 이 여잔사실은 우리.......변명할 여유도 주지 않고 아내가 발로 내 다리를 향해 조인트를 날렸다.
앞이 캄캄했다.
진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듯 했다.
그때였다.
야! 새침떼기 박성미!좀 굵은 톤의 남자가 분명 내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뭐야 저시키! 누구야상황은 완전 역전되고 말았다.
아내 역시 좀 전의 상황에 몰입돼 있어 자신의 처지를 깜박 잊었던 것 같았다.
여보.
사실 나 진짜야.
오해하지마아내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누구냐고?사실은 당신 출장간다고 하길래 우리 동창들하고 골프치러 온거구.......헉!동창들하고....
그렇다면 공범...
오마이 갓! 세상에 이런일이...
왜 하필 강원도 이 골프장에서 같은 시간대에 그것도 동창들하고 골프냐구요......
아내 동창들도 남녀 한팀씩 우리와 똑같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날 내 친구들과 내 아내 친구들이 오해를 풀기위해 방을 하나 빌려서 모였다.
오해가 풀렸다.
그리고 술을 진탕 먹고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행로 끝에 그 다음날은 골프를 치지도 못하고 푹 쉰 채 병자들처럼 올라와야 했다.
모두들 우리 두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골프 인연이라고 들 했다.
그러니 딴 짓하지 말고 잘살라고 했다.
그날 서울에 올라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연을 믿느냐고요?네 이젠 우연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아내왔 절대 거짓말하고 골프 치러 안갑니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이구요여러분 정말 우연은 일치합니다.
그러니 골프치러 갈 때 항상 조심하시고 거짓말 하지 마세요.
만약 친구가 아닌 진짜 애인이 있어 갔었다면 제가 온전히 가정생활을 하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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