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Georgia)주 오거스타(Augusta)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골프 클럽(Augusta National Golf Club)에서 열리는 마스터스(Masters)대회(금년은 4월7일부터 10일까지)를 즈음하여 보통 국내에서도 많은 KPGA와 KLPGA 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기 시작한다.  이 시기엔 아침 간부회의와 함께 코스 팀장 긴급회의를 자주 한다.  우리 골프장에서도 곧 주요 대회를 치르게 됐으니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그에 따른 2개월간 특별 코스관리계획을 수립하여 보고하고 그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자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린키퍼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두 달 후면 한참 더울 여름이라 한지형인 그린잔디 관리가 어려워지는 시기이다. 그리고 또 봄철 성수기 동안 많은 내장객이 다녀간 후라 그린잔디 회복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코스 팀장이 결정한 사안도 아닌데 괜히 팀장에게 툴툴거리며 심통을 부려본다.
보통 미PGA Tour 개최를 하려면 최소1~2년전에 통보를 받아 준비를 한다고 한다.  US Open같은 시합은 향후 10여년 후에 열릴 골프장이 결정되어 나와 있기도 하다.  그러면 코스관리자들은 202X년도 미PGA급 대회를 관리하는 골프장에서 코스를 관리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고, 1~2년에 걸쳐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최상의 코스 품질을 내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 준비기간 동안 코스관리 사무실에는 ‘Home of 202X □□□□ Championship Tournament’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지게 되면서 더욱 큰 자부심을 갖게 한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매년 같은 골프장에서 시합을 치루는 특정 토너먼트(tournament)를 제외하고는, 대회 유치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수개월에서부터 심한 경우 한달 전에 통보를 받고 허겁지겁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코스관리자들이 자부심은 커녕 몸도 마음도 힘들어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수십만 ㎡나 되는 우리 골프장을 내 집 안방같이 휘젓고 다니면서 코스내 구석구석 풀 한 포기, 나무 한 구루까지 살려낸다. 야간 작업을 위해 동료들의 차량을 모아, 헤드라이트를 비춰가면 야간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대한민국 그린키퍼들 아니던가.  일단 마음을 다시 곧추세우고 역할을 분담해서 향후 계획을 수립한다.  향후 2개월간의 특별코스관리 계획을 세우던 수석 그린키퍼가 코스팀장에게 묻는다. 
“팀장님, 이달 중순부터 서서히 내장객을 조금씩 줄여 나가다가 다음달에는 획기적으로 줄여 수 있나요?”  
코스팀장이 어렵게 대답한다. 
“어~ 내가 영업 팀장과 협의해서 윗 분께 건의해 볼께. 그런데 요즘이 한창 영업이 잘 되는 시기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확신은 못하겠네.  암튼 계획이나 잘 짜 보라구.”  
다음달부터 잔디에 damage가 생기면, 시합 당일까지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 자칫 TV 중계에 보여지는 모습이 안 좋을 수도 있는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수석 그린키퍼가 제일 유능한 3사람을 불러 업무를 전담 시킨다.

2022년 Masters 대회 경기준비 모습

제1 그린키퍼는 티잉그라운드 담당.  티잉그라운드는 티샷 모습이 전국 TV 방송에 나가는 곳이므로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현재 맨 뒤에 위치한 챔피언 티(champion tee)는 시합용으로 완전 클로즈(Close)하고 잔디밀도가 낮은 곳은 새 잔디로 보식하여 시합 전까지 보호 관리만 하도록 한다.  또 면적이 작은 티(tee)는 여유공간이 있는 뒤쪽으로 확장 공사를 하여 넓게 만들고 뒤에 광고판이 들어갈 위치도 확보하도록 한다.  시합 전까지 절대 손님들이 들어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 줄을 설치하고 집중관리를 하도록 한다.
제2 그린키퍼는 페어웨이 담당.  페어웨이 폭을 줄여서 새로운 페어웨이 라인을 조성하고 특히 선수들의 예상되는 비거리를 고려해서 볼이 떨어지는 구간에 생긴 디봇(divot)은 철저히 손 배토를 하여 시합 당일까지 깨끗한 페어웨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시합당일에 임박해서 손님들에 의해 계속 생기는 디봇(divot) 자국은 어쩔 수 없이 착색된 모래로 배토를 하되 색도를 잔디 색과 잘 맞추도록 한다.  러프는 현재 예고 보다 더욱 높여서 잘 친 볼과 러프에 들어간 볼 사이에 확실한 페널티를 주도록 한다.  벙커 모래 깊이를 확인하여 필요하면 벙커사를 보충 하도록 하고, 갤러리들의 동선을 확인하여 부득이하게 코스를 횡단하여야 할 경우 잔디가 상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도록 한다.
제3 그린키퍼는 그린 담당.  그린에 매일매일 생기는 볼마크 수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며 일주일에 2번이상 얇은 0.2mm배토를 해주고 롤링을 실시하여 그린 면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도록 한다.  매일 아침 예지 작업 후에 그린스피드를 측정하되 평소보다 많은 4~6개 그린에서 측정하여 나온 평균치를 그래프를 그려서 관리하도록 한다.

또한 홀 간 그린스피드의 편차를 확인하여 평균치 보다 너무 느린 그린은 별도 추가 작업을 실시하여 전체적으로 고르게 빠른 그린 스피드를 만들어 나가도록 한다.  이달 말부터 관수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서 시합 기간 중 최소 관수량으로 잔디가 버틸 수 있도록 적응을 시켜 나가야 하니까 낮 시간대에 수분 측정계를 사용하여 수시로 토양 수분을 측정하면서 관리하도록 한다. 
오더(Order)를 받은 3명의 그린키퍼가 시합날부터 역으로 날짜를 환산하여, 세부 작업 및 공사계획을 짜고, 필요한 자재와 인력 수습에 대한 리스트(list)를 만든다.  만약에 중간에 비라도 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지금 이들의 마음에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가득 차있다.  두 달 후 골프장의 명예가 우리 손에 다렸다는 중압감과 내가 관리한 골프장을 드디어 온 천하에 보여주어 우리의 관리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설렘으로 말이다.

▲ 신홍균  (주)유골프엔지니어링 연구위원(이학 박사)
• [現] ㈜유골프엔지니어링 연구위원
• [前] SHK Turf Consulting Group  대표이사
• [前] 삼성에버랜드 잔디환경연구소장
         삼성에버랜드 제주·잔디환경연구소장 겸직
         국내외 200여 골프장 코스관리 자문
• [前] 미국 Northern Plain Bio-Stress Lab 연구원
         - 식물이 받는 각종 stress 및 품종개선연구
• [前] SD주립대 세포생물학 연구조교/강사
         국립경상대학교 겸임교수 (그린키퍼육성과정)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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