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골프장의 총지배인 자리는 삼성그룹 내에선 ‘아오지 탄광’이라는 웃지 못 할 말이 떠돌만큼 한지로 취급 받았다. 그 당시 골프장 개장 15년 동안 21명의 지배인(평균수명 9개월)이 바뀐 것만 보아도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필자가 덜컥 발령을 받은 것이다. 골프장의 그러한 과거지사를 다 듣고 나서는 곧장 사표를 냈다. 다른 그룹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니 즉시 오라 해 더 결심은 굳어졌다. 그 와중에 “다음 주 수요일에 지배인을 데리고 가겠다”고 이병철 회장께 약속했던 그룹 비서실장 입장에선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를 한 시간이나 어깨를 쓰다듬으며 설득에 설득을 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더군다나 필자는 소위 손바닥도 잘 비빌 줄 모르는 경리 출신이었기에 더더욱 적성도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양 골프장 적임자로서는 생각을 해봐도 0점이었다. 하지만 훗날 알게됐지만 그곳은 손바닥을 비비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재직 중이던 삼성화재의 손경식 사장과 최종원 상무 때문에 1년만 근무하고 되돌아오는 조건으로 가게 되었다. 최종원 상무를 평소 존경해 왔기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결과는 10년을 근무하게 되었다.
그곳에 가서 알게 되었지만 이병철 회장 하면 삼성그룹도 중요하지만 안양골프장 이야기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이병철 회장께서는 아주 작은 것까지 친히 A부터 Z까지 경영하시는 유일한 곳이 안양골프장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삼성그룹의 ‘인사의 시범장’이고 ‘품질의 전시장’으로 활용하셨다. 이회장이 생각하시는 목표와 수준에 미달하는 사람은 가차 없는 상벌의 적용으로 피해(?)를 보게 된 유일무이한 곳이다. 
당연히 안양 지배인의 해고 사례 등은 사장단 회의 때 항상 인사관리의 벤치마킹 자료화되었다. 그러니 그룹은 그것이 회장의 의중임을 잘 알게 하였으니, 총지배인은 어느 정도까지 잘 했다 하여도 목표 미달이었다. 
이틀에 한 번씩 골프장에 오실 때마다 7시간 이상 계셨다. 그러니 부부의 등 뒤에 있는 점까지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조그만 흠결도 지적 대상이 되었기에 안양 골프장의 인사관리와 골프장의 품질관리는 그 당시에 이미 세계적 수준에 와 있었다.
게다가 전직 장관 출신도 회원가입이 어렵게 되어 있는 전통까지 세워놓았다. 회원이나 고객 그리고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이 아니고서는 아예 이야깃거리도 안 될 정도의 매우 민감하고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그 이상의 긴장 없이는 정상근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해고가 많은 ‘아오지 탄광’의 별칭이 나붙게 된 것이다.

● 호암메세지
“하나에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성공한다. 
안양골프장은 삼성의 세계적 브랜드 구축의 
시범장이었다.”

▲안용태 GMI 회장
안용태 회장은 체육학 박사(골프코스디자인)로 삼성그룹 에버랜드㈜상무이사 (안양컨트리클럽 총지배인 10년) 및 한국잔디연구소 창설, 초대소장(4년 재임)과 그린키퍼 학교를 창설했다. (주)대명레저산업 대표이사와 일동레이크 골프클럽 대표이사를 거쳐 골프경영과 정보 발행인, GMI컨설팅그룹 대표이사 및 대한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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