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잔디관련 박사이다 보니 많은 컨설팅을 하다보면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잔디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 우리 집 정원의 잔디는 왜 골프장 페어웨이처럼 되지 않는 거죠” “우리 부모님 산소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잔디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왜 잔디 상태가 골프장만 못한 거죠?”라는 내용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도 그런데 하고 동의하시는 분들도 많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기후에 가장 적합하다는 한국잔디 관리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요? 
계속 잔디 살리기에 실패를 하시던 어떤 분은 필자에게 이제 한국잔디가 우리나라 기후에 더 이상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새로운 가설(?)을 슬쩍 던지기도 합니다. 먼저 답을 하기 전에 나름대로 하는 정원 관리와 골프장 페어웨이 관리의 차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원 잔디관리, 묘지 잔디관리 vs. 골프장의 잔디관리는 무엇이 다른가?
골프장은 좋은 장비를 쓰기 때문에 잔디가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설명 드립니다. 잔디도 중요하지만 두 지역의 잔디 깎기만으로도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잔디는 지피 식물 중에서 드물게 계속 깎아주어야 밀도가 높아지고 좋은 품질이 나오는 식물입니다. 1년에 골프장 페어웨이를 깎는 횟수는 약 60회 인데 정원에서 1년 내내 아무리 잔디를 열심히 깎아도 20번이 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이것보다 더 자주 잔디를 깎는 분이 있다면 깎는 장비의 차이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골프장은 잔디를 깎을 때 릴 모어라는 장비를 사용하는데, 릴 모어는 대형 가위와 같은 원리로 잔디를 빠르고 날카롭게 깎는 장비입니다. 반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선풍기와 같은 회전의 원리로 잔디를 깎는 장비로써 아무리 선풍기 속도가 빨라도 가위처럼 깔끔하게 잘리지 않겠죠. 특히 가정에서 쓰는 장비는 회전 속도가 늦으므로 대부분은 약간 뜯긴 것처럼 잘려 결과적으로 잔디에 상처가 더 많이 나게 됩니다. 
그러면 정원이 좋아질 방법은 아예 없는 걸까요. 골프장 페어웨이만큼은 아니라도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잔디밭은 한번 밀도를 꽉 채워주면 이후부터는 관리를 조금 줄여도 그 상태를 유지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1년은 집중 관리를 해야 합니다. 1년 중에서도 6월~8월, 3개월만 자주 깎고 비료도 자주 주고 잡초 뽑고 배수가 안 되는 곳의 물 빠짐을 개선하면 잔디밭은 빠른 속도로 좋아지며 다음 해부터는 비료를 줄여도 괜찮습니다. 정원은 많이 밟는 곳이 아니므로 적정 밀도만 유지되면 되니 지속적으로 너무 많은 관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한지형잔디를 정원에 심었다면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묘지의 잔디는 왜 좋지 않을까요. 요즘엔 장례 문화로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매장 문화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조부모님이나 부모님 묘의 잔디가 좋지 않으면 속상한 것은 인지상정이죠. 지인들이 필자에게 하소연 하는 내용 대부분이 묘자리 잔디상태 때문입니다.
“묘지 관리를 위해 관리인에게도 맡겨보고 나름대로 관리도 하는데 갈 때마다 잔디는 줄고 잡초만 무성해 지는 듯하다”고 말합니다. 묘지 잔디가 좋지 않다면 첫 출발부터 잘 살펴봐야 합니다. 대부분 묘지용 잔디 뗏장은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그런 부실한 잔디를 심고, 물 한번 주면 이제부턴 잔디가 알아서 클 것이라 믿고 홀가분하게 내려옵니다. 그런데, 잔디 관리의 정석이라는 골프장에서도 잔디 보식을 하고 나서 최소 2주 이상 하루에 2~3번은 물을 줍니다. 묘지의 잔디는 뗏장을 붙인 후 말라 죽거나 심한 건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신히 잔디가 붙은 이후 관리에는 더 큰 차이가 있죠. 잔디는 깎을 때 한 번에 잎의 30%이상을 자르지 않는 것이 좋은데, 묘지는 가끔 잘라주므로 한번에 50%이상의 잎을 쳐내게 되니 깎고 나면 재생도 늦습니다. 잔디를 가끔 깎아주면 밀도를 높일 수가 없어 잡초가 무성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해결 방법은 처음 잔디를 구입할 때부터 밀도가 좋고 뗏장이 두꺼운 잔디를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초기에는 잔디가 마르지 않도록 뗏밥을 두껍게 하고 물을 자주 주어야 하고요. 잡초 관리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햇볕이 잘 들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정성을 들여 집중 관리를 하는 것이 솔루션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정성’이라는 단어를 ‘쓸데 없는 데까지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싫어했는데, 나이가 드니 이 말의 무게가 달리 느껴집니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정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정성을 다하기 나름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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