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태 이사장

골프를 칠 때 흔히들 “설계자의 의도를 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말이 꼭 맞거나 틀리다고 말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설계 따로 플레이 따로 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설명을 하자면 설계자는 모든 골퍼를 만족시켜주는 설계는 결코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프로급과 아마추어 고수, 그리고 아마추어 그룹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구성비는 대략 3:7:90%정도이다. 골프장 사업주는 세 그룹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한 설계를 가지고 코스를 만들게 되어 있다.
600년 전에 골프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이 될 때는 지금의 티잉 에어리어(보통 4~5개)를 각각의 간격이 세 그룹의 실력 차이를 접어주는 간격이었다. 이로 인해 같은 랜딩에어리어를 사용할 수 있거나 같은 파를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마다 각 그룹 간의 실력 차가 더 벌어지자 이제는 낙구 지점이 제 각각이 되어버려 낙구 지점을 일치시킬 수 없게 됐다. 과거 회원권 분양 화보에 낙구 지점(1P)가 모두 같게 보이게 만든 그림은 이미 그때부터 질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즉, 설계자도 3:7:90% 그룹 중 어느 하나를 택하여 설계를 하기때문에 나머지 그룹들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의 계단은 일반 성인 기준으로 높이와 폭을 정하여 설계를 한다. 어린이와 운동선수에게는 맞출 수가 없다는 사례와 똑같다는 것이다. 산은 같은 산인데 주니어, 성인, 노인 모두에게 맞는 산은 없다. 이 지구상에 이 3자를 모두 만족시킨 산과 계단은 없음을 방증한다.(다만 기계적인 에스컬레이터는 그걸 해결하겠지만)
골프장 부문도 꼭이 이를 맞추려면 프로 티와 아마 티의 간격을 우선 90야드로 벌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그건 좀 그렇다. 너무 떨어졌어”라는 생각으로 전 세계적으로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를 않는다. 불공평은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이때 그 불공평을 없애는 차선의 방법은 티의 위치 외에 패널티 에어리어의 위치이다. 각 IP지점을 달리 유도하고, 페어웨이 폭이나 잔디를 깎는 높이를 위치에 따라 목적에 맞게 난이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 된다. 그렇게 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클럽의 변경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미PGA코스 등에서 채택하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건축의 계단은 아예 설계의 융통성은 없지만 골프 코스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요리가 가능해서 다행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골프는 티에서 몽둥이(드라이브)를 잡는 재미로 친다”라는 말은 고전 중에서도 아주 옛이야기가 된 것이다. 티에서 다짜고짜 드라이버만 잡는 그러한 무식한 프로를 우리는 TV 속에서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마치 고정관념처럼 “아니야” 하면서 다짜고짜 드라이브를 잡거나 잡아야 된다고 외치고 있는 사람을 아직도 주변에서 볼 수가 있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앞서 명시한 설계 따로, 플레이 따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설계 할 때의 기본적인 사고법은 “설계자의 의도는 어느 한 그룹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므로 “설계란 원래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쌍방 간에 영원한 게임관계이자 라이벌 대상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아주 근접한 정의를 하나 내려 보자면, “코스 세팅의 의도대로 공을 쳐야 한다”가 더 진화된 정의이다. 코스 완성 후에 추가되는 변화무쌍한 세팅까지 포함된 개념 즉 과거 제일CC에서 동해오픈을 할 때 그 넓은 페어웨이를 아주 좁혀서 난이도를 높여 놓았었다. 그랬더니 프로들도 러프에 빠지면 쩔쩔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설계를 할 때 주로 티의 위치선택과 페널티 에어리어, 러프 구간의 결정 등, 3박자만이라도 조합을 잘하면 코스 길이와는 관계없이 어느 정도는 자유자재로 코스를 만들 수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고도 프로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는 아예 파(par)를 조정하여 맞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플레이어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설계자와 코스 세팅자들이 어떻게 해 놓아도, 나는 정복하고 말거야”하는 것이 결론이 되어야 한다. 마치 장애물 경기자와 등산가가 장애물과 산을 탓하지 않듯이 플레이어는 코스를 탓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만 게임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이러한 칼럼을 골프장 게시판에 올리자. 그러면 아마추어가 플레이 기술은 프로를 따라잡지 못해도 코스 매니지먼트의 의식 수준만큼은 순식간에 프로 수준에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안용태 골프전문인 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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