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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진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골프장 이야기’<21>마음의 고향, 동래 베네스트GC

최상진 그는 70의 나이에 골프장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칠십에 쓰는 골프장의 글은 어떤 색이고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2, 3십대 글은 힘은 있으나 감칠맛은 없으며 4, 5십대 글은 세월은 녹아 있으나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 6십대의 글은 이치는 알지만 그 깨달음의 깊이는 부족하다. 그러나 종심(從心)에 이르러서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을 만큼 그 혜안이 깊어짐을 볼 수 있다.  
최상진 그는 한국골프 역사의 산증인이며 오랜 세월동안 골프장과 함께 했다. 안양골프장을 비롯 파인비치, 파가니카 골프장 등에서 골프장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그렇기에 그가 풀어내는 국내 골프장의 이야기는 특별하고 남다르며 색깔이 다를 것이다. 이미 수필가로도 등단한 최상진 작가의 ‘종심소욕불유구 그 골프장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부산하면 옛 추억이 진하게 어려있는 자갈치시장이 생각난다. 서민의 애환을 품고 있어서다. 동래하면 온천장이 떠오른다. 그곳은 온기와 아득한 그리움이 있다.
대한민국의 겨울은 어디든지 춥다. 하지만 남쪽엔 동백꽃이 있어 좀 더 특별하다. 겨울골프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동래 베네스트 골프클럽(이하 동래GC) 이다. 골프장이 있는 부산 금정구 신동 일대는 금정산과 구월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포근하며 부산지역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엄격히 관리된다. 그로인해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이 있다. 
1971년에 9월 26일 개장하여 48년의 역사를 가진 동래GC는 18홀 정통 회원제 골프장으로 개장 당시는 신원개발 소속이었다. 1978년 삼성물산 (건설부분)과 합병되면서 삼성 가족이 되어 안양CC 다음가는 영남 제 1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은 전철역이 입구까지 들어선 도심이지만 약간의 언덕진 벚나무 진입로를 넘어가면 화색(花色) 완연한 초록의 신천지가 전개된다.
아직은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스런 보존의식도 있지만 수수한 평판지붕의 클럽하우스, 아름드리 벚나무와 정원, 비단잉어 연못, 투 그린의 넓고 시원한 코스 모두가 특별하다. 동래 GC는 영남지역 특유의 자부심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되어 회원 수의 변동이나 회원가의 변화가 극히 미미한 회원중심의 골프장이다. 지금도 동래GC의 회원증 자체가 지역사회의 은근한 자랑이 되고 있다.

한국인 최초 일본 오픈 우승자인 연 덕춘 프로 (1916-2004)와 아카키칸이치(赤木幹一)가 동래GC를 설계했다. 코스잔디는 금잔디라 불리는, 중지에 비해 잎 폭이 좁고 녹색이 좀 더 오래가는, 고려지를 선택하였다. 티와 그린의 고저차가 심한 1번 홀은 페어웨이가 좁게 보이고 좌측이 OB 지역이라 첫 티샷이 그 날의 성적을 좌우한다. 긴장된 초반 몇 홀을 지나면 4, 5번 홀에 동래 GC의 명물인 왕대나무 숲과 벚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동래 벚꽃은 중부지역보다 1주일 전인 4월 초에 만개한다. 이 때 죽순을 재료로 한 갖은 요리가 제공되 특별한 미각을 경험하게 된다. 아웃코스 6번의 160년 된 대형 소나무, 인코스 4번의 380년 된 모과나무는 동래GC의 역사를 말해준다. 봄철의 왕벚과 산딸나무, 여름의 연꽃, 가을의 단풍나무와 은행은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관목지만 축적된 연식만큼이나 풍성한 맛을 준다. 
동래GC에서는 회원들이 주축이 된 90여개의 서클(단체)이 매년 운용되고 회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골프장의 기강과 품위를 지켜나간다. 캐디 또한 7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전체의 80%를 보인다. 회원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해 명문의 은은함까지 배어있다. 동래 자장면과 곰탕은 아주 일반적인 대중음식 이지만 골프장의 향수를 가진 올드 맴버나 골프장을 자랑하고자 하는 회원에게는 가치 있는 음식이다. 때문에 식사만을 위해 골프장을 들리는 회원들도 많이 있다. 

돼지해인 올해의 경우 띠 동갑인 모든 회원들에게 주 중 그린피 면제 혜택을 주있다. 또한 매년 첫 번째 7일에는 행운의 럭키세븐 이벤트로 비회원 동반자까지 회원대우를 해줘 회원의 자부심을 고조시켜주곤 한다.
필자는 골프장이 100년을 넘기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190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골프장을 다녀 본 적이 있다. 클럽하우스의 경우 대부분이 처음 그대로의 모습에서 내부 설비(냉난방 시설)만 바꾼 채 운영됐다. 아울러 대형 성조기가 날리는 코스에는 별도 조경이 없이 최신 공법으로 그린과 페어웨이만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면서 그들의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따라서 동래 베네스트 골프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100년 골프 명문의 가치를 충분하게 갖고 있다. 늘 이곳에 오면 편안한 기운과 마음의 고향같은 행복과 안정감을 주는 그런 골프장으로 오래 남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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