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유이다. 대관령을 넘자마자 먼저 보이는 것은 새하얀 포말의 동해바다와 파도이다. 서울을 떠나 동해바다를 보는 순간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듯 두 팔을 번쩍 올리게 된다.
옛 생각을 추억 속에서 꺼내 강원도로 향했다. 강원도 하면 강릉이었고 강릉하면 모래가 곱고 수심이 완만한 경포 해수욕장이다. 강릉에는 만경창파의 일출(日出)이 있고 명경호수의 만원(滿月)이 있다. 솟은 해와 솟는 달이 오대산 자락의 사계(四季)를 조용하게 또 현란하게 변화시킨다. 태백과 동해를 잇는 향수 같은 그리움에 또 하나의 콘텐츠를 더했다. 

2007년 개장한 샌드파인 골프클럽(이하 샌드파인)은 경포대(鏡浦湖) 지근에 자리 잡은 18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와 아시아나CC 등을 설계한 로널드W 프림의 작품이다. 
골프장 조성 당시 큰 원칙은 금강송 군락의 훼손을 최소화 하고 큰 바위 등 자연 경관을 그대로 유지 하는 것이었다.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까지 넓게 퍼져있는 우리나라 육송(陸松)의 대표 격인 금강송은 인근 시루봉을 중심으로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샌드파인의 평면을 보면 마치 속이 꽉 찬 늙은 호박과 호두의 단면을 보는 양, 코스는 10만주의 금강송에 묻혀 마치 노래하듯이 바람에 나부낀다. 이곳 페어웨이 잔디는 일정한 운율을 보이며 함께 나부낀다.

금강송은 미인송이라 별칭을 가진 만큼 표피가 홍조를 띠고 자태가 수려하다. 동해의 신선한 바닷바람과 오대산 정기를 받은 키 큰 금강송 군락의 샌드파인은 생각만 해도 온 몸이 신선해지는 느낌이다. 샌드파인을 두고 Mr. 프림이 자신 있게 말한 "자연과 골프의 완벽한 조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두 요소의 공통점은 '있는 그대로' 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가장 친환경적이며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공을 치는 것이 골프의 본질이다. 과연 그럴까. 그래서 샌드파인은 그가 말한 ‘완벽한 조화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다’라고 단정해본다. 
7,052야드 전장의 샌드파인은 본인의 컨디션을 감안해 그날의 티를 선정하는 것이 주위 풍광과 심신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웃코스 1번과 9번은 핸디캡이 비교적 낮은 파 5홀이다. 
동해바다를 향해 마음껏 휘둘러보라는 설계자의 배려(?)와 단아한 클럽하우스와 금강송을 감상하면서 편안하게 전반을 마치라는 메시지임을 잘 터득해야 한다. 사이사이 펼쳐지는 억새와 호수를 가로지르는 난이도 높은 미들 홀들은 도전보다는 겸손이, 미색의 간계에 빠져들지 않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인코스 13번 파5홀의 폰드를 넘겨야하는 티샷, 세컨을 무사히 안착시켜야 하는 IP지점의 크리크, 그린을 둘러싸고 있다. 우측의 폰드와 좌측 벙커의 구성은 난해한 그린은 차후 문제라 하더라도 샷에 자신이 없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앞서는 홀이다. 코스의 기억은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하였거나 처절하게 아픔을 당했을 때이다. 기쁜 마음으로 15번 배롱나무 군락의 파3홀을 지나면 동해바다와 아담한 클럽하우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클럽하우스는 해남 파인비치 클럽하우스를 설계한 토종 설계가인 AI 아키텍츠 박진대표의 작품으로 간결하고 산뜻한 면면이 사치와 거리를 둔 귀태를 보여준다.
승산레저의 故 허완구 회장은 수목에 애정이 깊어 사재를 들여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는 조경수를 가득 심었다. 세한삼우(歲寒三友)인 기존의 소나무, 매화, 대나무에 제주 팽나무, 화살나무 와 목백일홍, 동백을 더하고 또 한 가지 한겨울 나목(裸木)에 풍성하게 매달린 홍시까지 꽃이 되어 여심을 뒤흔든다. 

샌드파인은 태평양의 하와이를 꿈꾸는 것일까.
경포를 안고 동해바다를 품은 가장 가까운 자리에 호텔과 콘도를 지어 하와이 원주민어로 ‘빛나는 바다“’란 의미의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를 2012년 했다. 이에 걸맞게 강릉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피 메카로 변신했다. 커피를 가장 사랑하는 도시가 되어 '커피 커퍼' 커피 박물관과 굴지의 커피공장인 테라로사,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이 가동되며 커피향이 가득 하다. 
샌드파인에서 품격 높은 골프에 취하고 라운드 후 바다에서 마시는 커피향에 취하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은 골프는 없을리라 확신하다. 골프를 매개로한 라카이 샌드파인 골프리조트와 새로운 커피문화의 창작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샌드파인 만의 매력일 것이다.

최상진 

75년 삼성그룹 입사. 80년대 독일주재 7년, 90년대 동구유럽 시장개발. 삼성 박세리 선수 영입 당시 주무 인사담당 임원. 97년부터 삼성에버랜드 골프장 총괄 골프 문화 사업부장으로 5개 골프장 경영 맡음. 호암선생님의 골프장 유지를 받들어 종심까지 골프 기여하기로 고민. 안양골프장, 파인비치, 파가니카 골프장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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