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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이종현 국장과 서원양행 이종원 회장 |
“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고, 배워서 발전시킬 수 있어야 역할을 하는 것이네”
지난 2월 4일 작고하신 서원양행 이종원 회장(85세)께서 늘 당부해 주셨던 말씀이다. 회장님은 3년여 간의 투병 생활을 하시다가 끝내 이승의 아쉬움을 남기시고 먼 여행을 떠나셨다.
많은 분들이 이종원 회장님을 추모하면서 골프계의 스승님과 같으신 분이라고들 말씀하셨다. 태화S&G 지화웅 대표이사는 “골프장 조형을 하겠다고 시작한 햇병아리 시절 미국 선진국 골프장을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팁과 배움을 주신 분이라”고 회고 했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필드 추보현 대표 역시 “개인적으로 주례를 봐주시기도 했지만 코스 디자인에 있어 철학적 이입과 인간 본위의 골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한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A씨는 “대충 하려다가 혼이 빠질 만큼 혼났다.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죽으라는 호통에 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필자에게 있어서는 골프 기자로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조언과 격려를 주신 진정한 멘토(mentor)이셨다. 미국과 일본 골프장을 직접 함께 하시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자세와 할 일을 꼼꼼하게 말씀해 주시곤 했다. 이 회장님은 사실 한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재능이 뛰어난 문학도이시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를 쓰고 있는 필자에게 다양한 미국 문학관련 서적을 많이 주셨다. 물론 골프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주시기도 하고 미국 전시장에서 직접 구입하라고도 말씀하셨다. 책은 공짜로 받으면 읽지 않으니 이것은 직접 구입하라고까지 말씀하셨다.
필자 삼십대 시절 골프와 관련된 많은 분들을 소개해주시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적 코스 설계가 가토 슌수케는 무려 15회 이상 만날 만큼 애정을 보이셨다. 일본을 알아야 한국 골프가 발전하고 그 비밀을 필자가 글로 남기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뿐만아니라 서원밸리 골프장을 설계하신 이재충 대표를 불러 함께 국내 골프문화 발전에 힘써 달라며 많은 인연을 소개 해주신 바 있다. 이회장님을 통해 만난 골프계 인연은 참으로 다양하고 그 인맥 역시 엄청나다. 뿐만아니라 필요한 책이 있으면 언제던지 내 사무실에 와서 가져가라 말씀 하셨다. 책이 없으면 미국으로 직접 주문해서 보내주시던 진정 골프를 사랑하신 이 시대의 진정한 골프 기장(마에스트로)이시다.
1978년 이종원 회장님은 서원양행을 설립했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관개시설을 통해 골프장 진출에 성공 했고 이후 골프카와 장비 등을 수입 국내 시장에 공급하며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셨다. 사실 이회장님은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사무관으로 일하셨다. 좀 더 시야를 넓히기 위해 국비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에서 유학까지 했다. 그곳에서 가난한 조국의 현실을 본 뒤 2년여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그때 농촌운동가 유달영 박사를 만난 이 회장님이 농촌운동에 크게 감명받아 새로운 삶에 도전하게 됐다. 이스라엘보다 더 비옥한 땅 대한민국에 농촌부흥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이스라엘 사막의 키부츠 성공을 떠올리며 한국스프링클러를 설립했다. 그때 회장님의 나이 30대 중반의 일이다.
이종원 회장님은 쓰러지시기 달포전 필자를 불러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잔잔히 소회하셨다. 덕수이씨 장손으로 살아온 삶과 한학자 아버지로부터 터득한 한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에 이르기 까지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충북 괴산 공장에 직접 데리고 가시어 공장 전체를 설명해 주시면서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 올지 모르겠다”던 말씀이 지금도 쟁쟁하다.
이종원 회장께서 국내 골프장에 많은 가르침과 문화 보급을 하고 떠나셨지만 자양분을 받은 많은 후배들이 골프문화를 꽃 피울 것임을 확신한다.
어떻게 골프에 접근할까 고민하던 시절 방향과 방법을 알려 주신 서원양행 이종원 회장님의 멀리 떠난 소풍에 혹 심심하실까 싶어 그와의 추억을 소회 해 본다.
“회장님 그곳에서도 국내 골프장 문화 발전을 걱정하고 계시겠지요. 아무쪼록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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