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진 그는 70의 나이에 골프장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칠십에 쓰는 골프장의 글은 어떤 색이고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2, 3십대 글은 힘은 있으나 감칠맛은 없으며 4, 5십대 글은 세월은 녹아 있으나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 6십대의 글은 이치는 알지만 그 깨달음의 깊이는 부족하다. 그러나 종심(從心)에 이르러서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을 만큼 그 혜안이 깊어짐을 볼 수 있다.  
최상진 그는 한국골프 역사의 산증인이며 오랜 세월동안 골프장과 함께 했다. 안양골프장을 비롯 파인비치, 파가니카 골프장 등에서 골프장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그렇기에 그가 풀어내는 국내 골프장의 이야기는 특별하고 남다르며 색깔이 다를 것이다. 이미 수필가로도 등단한 최상진 작가의 ‘종심소욕불유구 그 골프장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2019년이 밝아왔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옛것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 것이다. 올해 골프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 지기를 누구나 바란다. 새해 아침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 한 곳을 추천하고 싶다. 
바로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 핀크스 골프장이다. 국내 최초로 골프에 예술을 입혀 골프의 역사를 새롭게 쓴 곳이다, SK 핀크스 골프클럽은 18홀 회원제와 9홀 대중제 골프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픈 당시 골프장이 아니라 예술 전시관이라는 말도 있었다. 골프장에 예술적 건축물은 오보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다. 포도호텔을 보는 골퍼의 시각도 반반으로 갈렸다.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골프장에 예술이 입혀진 국내 첫 사례 골프장이었기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에 소재하고 있는 핀크스(PINX)GC는 한국 골프사에 기록될 특징과 업적들이 많다. 1999년 개장 이래 골프대회를 통해 골프장을 진화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1999년 개장 이래 The Pinx Cup 한일 여자프로 골프 대항전, 유럽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KLPGA SK 핀크스 클래식 오픈 등의 굵직한 경기를 치렀다.
핀크스GC(이하 핀크스)는 구상 단계에서부터 골프와 예술이 접목된 국내 최초의 골프 문화예술의 장이 됐다. 지금은 SK 품안에서 세계적 High-end Global 리조트를 꿈꾸고 있지만 1990년대 초 창업자 김홍주(고베출신 식음 사업가)선생의 골프사업에 대한 열정과 선견력은 연구 대상일 만큼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였다. 그는 당시 미국의 세계적 골프장 설계가인 테오도르 로빈슨에게 고향 제주의 자연을 맡겼다.

그의 염원이 후일 국제 토너먼트 경기가 열릴 수 있는 골프장이 되었고 2005년 국내 골프장 최초로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와 영국 골프월드에 의해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되었다. 여기에 추계예대 교수이던 이왈종 화백의 동양화적 작품 세계를 골프에 접목시켰다. 태드 로빈슨이 핀크스에 탐라 자연을 그렸다면 이왈종은 핀크스의 모든 여백과 또 모든 골퍼들의 정신세계에 제주의 자연과 생태계를 담았다. 물고기 문양의 핀크스 로고는 코스를 헤엄치고 핀크스의 가을 낙엽과 자치기 하듯 골프를 하는 벽화 같고, 판화 같은 그의 작품은 전국 골프장에 장식되고 있다. 핀크스하면 이왈종 화백이고 이왈종 화백하면 핀크스 일만큼 아이덴디티가 통한다. 
티 박스에 조촐한 자태를 하고 있는 제주 물항아리 형상의 티 마크는 도예가 김미영의 작품이다. 착상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 약 20여 년 전 핀크스가 던진 과제는 우리의 골프장이 월드 클래스로 다가 가는 기준이 되었다.
핀크스의 클럽하우스는 언뜻 아주 허름하고 덩치가 큰 마구간 같아 보인다. 그는 이 또한 세계적 건축가인 일본의 ‘이타미 준’에게 맡겨 제주 초가와 산방산, 삼각산과 서귀포 앞바다의 4계를 클럽하우스와 포도호텔에 그렸다.

시골에서는 농가 그 자체가 자연이다. 어색함이 없어 더 친숙함이 느껴진다. 특히 클럽하우스의 노천탕과 포도호텔의 히노끼온천탕(아라고나이트 심층 고온천)은 세인들에 유명하다. 겨울골프의 진수를 온천과 함께 즐기려 핀크스를 찾는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굳이 일본 온천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색적이다. 이타미 준이 만든 포도호텔은 이미 프랑스에서도 인정할 만큼 이색적이고 예술적 가치가 높다. 

먼 훗날 핀크스 골프장은 지금의 스코틀랜드 올드 코스 방문의 감동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제주는 우리의 아름다운 보물섬이며 그 소중함을 영원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곳에서 골프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핀크스 골프장이 있다. 스코틀랜드에 세인트앤드류스 올드 코스가 있다면 한국엔 제주 핀크스 골프장이 있다. 비록 경영의 주체는 바뀌었지만 핀크스의 예술적 가치와 평가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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