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골프코스 평가 항목 중에서 기억성(memorability)은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기억성은 경기를 마치고 복기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홀 각각의 디자인 특성을 오래 간직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억성의 극치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하는 극적 반전에 있다. 그래서 골프장마다 시그니처(signature) 홀을 설정하고 골퍼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홀의 기억성과 시그니처 홀이 유난히 감동적인 곳이 바로 제주에 위치한 테디밸리이다. 우측으로 산방산을 마주보고 있고 좌측으로 전 홀이 폰드로 이어진다. 

제주 테디밸리 골프&리조트(이하 테디밸리)의 파5, 13번 홀은 티샷부터 그린  안착까지 물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파4의 15번 홀도 워터벙커와 샌드벙커로 둘러 쌓여있다. 주위의 바다와, 호수와 산림은 더없이 평온한데 샷을 해야 하는 내 마음은 극히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만약 이 홀에서 버디나 파를 했을 때 찾아오는 성취감은 매우 남다르다. 아주 자랑스럽고 오래오래 곱씹으면서 감동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테디밸리앤리조트는 페어웨이가 버뮤다 잔디로 조성됐다. 최근엔 골프 전문지 서경골프매거진 선정 발표하는 대한민국 '톱10 플래티늄클럽'에 오르기도 했다. ‘톱10 플래티늄클럽'은 회원의 혜택, 복지시스템, 클럽의 문화, 회원 운영정책 등 회원에 대한 서비스가 가장 큰 평가 기준이다. 여기에 코스레이아웃, 코스관리상태, 부대시설 등이 부가됐다.  

특히 테디벨리는 테디베어(곰인형)를 주제로 한 골프장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 피아노 치는 클럽하우스 곰아저씨, 숍을 안내하는 곰돌이, 홀 서비스하는 곰처녀 등 클럽하우스 곳곳에 착한 곰들이 알사탕 눈을 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간혹 레스토랑에서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이곳이 패밀리(Family) 리조트임을 확인 한다. 

테디베어 뮤지엄에서 테디와 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테디밸리에서 골프를 칠수 있는 국내유일의 테마골프장(Theme golf course)이다. 테디밸리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해발 190m의 나지막 한 곶자왈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곶자왈은 제주방언으로 숲을 뜻하는 '곶'과 돌을 표현한 '자왈'로 형성된 제주 원시림 지역을 말한다. 
과거 불법 채석과 경작지로 황폐화된 자리에 1세대 프로 골프선수 출신의 김학영 선생이 코스를 설계했다. 건축가 민병욱이 디자인한 클럽하우스와 호텔 테디벨리는 이제 곰이 주인공이 되어 자연의 복원이란 가치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제주는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라 국제 세미나와 각종 학술대회, 워크숍 등의 수요가 많다. 제주 30여개 골프장 중 숨겨진 보석 같은 테디밸리는 격조 있는 부대시설(호텔, 레스토랑, 연회장, 회의시설 등)을 갖춘 겸손한 골프장이다. 중소규모의 국제회의나 세미나를 개최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멀리 제주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이제 더 이상 제주의 테디밸리를 섬에만 묶어 두지 말고 한국에만 가둬두지 말고 세계적인 골프장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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