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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식 카트 완비, 원룸형 신축 기숙사 제공, 3식 식사와 캐디 상해 보험까지 전액 회사 지원’ 
이상은 지방의 한 골프장의 캐디 모집 공고다. 이미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시작됐지만 골프장의 캐디 구인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골프장들이 캐디에 대한 기준을 지나치게 정해 놓는 바람에 구인 난을 부추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대 젊은 여성이면서 단정한 용모에 고학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기준은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특히 지방 골프장은 항상 캐디가 모자란다. 실제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캐디 모집게시판에는 충청 이남 지역이나 강원지역 골프장의 캐디 모집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골프장측이 내건 조건도 나쁘지 않다. 대부분 숙식 제공과 연봉 4천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일과 후 라운드 허용이나 명절 떡값 제공,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우수 캐디 선정 등의 당근을 제시한 곳이 적지 않다. 

▲ 젊은 캐디들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으로 금세 빠져나가
경남 지역에 위치한 A 골프장은 지난해부터 캐디를 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지만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7개월이 넘도록 여전히 수시 채용 조건을 내걸고 지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골프장은 내장객들에게 초보 캐디 도움을 받는 팀에 혹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무 질책하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다. 
지방 골프장 관계자는 “어렵게 사람을 구하더라도 20~30대 초반의 미혼 여성 캐디들이 1년도 되지 않아 수도권과 대도시 주변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라며 “영화관이나 마트 같은 문화·여가시설이 없고 지방 골프장의 경우 향후 이직도 힘들기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심 주변의 골프장과는 달리 기숙사를 무상 지원하고 1~2주 전에 신청하면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도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도 캐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80여 명 캐디가 필요한 18홀 골프장에 40~50명밖에 캐디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같은 성수기에는 밀려드는 내장객을 맞이할 캐디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도 많다. 

▲ 캐디 업종 감정 노동 강도 높아, 업무상 애로사항도 많아
젊은 미혼 여성 캐디들의 이직이 워낙 잦기 때문에 지방 골프장에서는 오히려 결혼을 하고 지역에 정착한 30~40대 캐디들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이들은 경험도 많고 책임감이 한층 강해 웬만해선 이직을 하지 않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투철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캐디의 연 평균 수입은 약 4000만원가량이다. 한 번 나설 때 받는 12만원 가량의  ‘캐디피’와 가끔 고객들이 주는 팁이 주요 수입이다. 성수기인 4~10월엔 한 달에 400만~500만원, 비수기인 겨울에는 대략 200만원 정도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장객들이 특정 캐디를 직접 지목해 요청할 경우는 근무 횟수가 그만큼 늘어나 연 5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수입에도 캐디 구하기가 힘든 이유는 골퍼들과 5시간 가량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노동자로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업 730개 중 골프장 캐디의 감정 노동 강도는 40위에 해당한다. 이는 감정 노동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선박·열차 객실 승무원,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캐디 구인난 또한 캐디가 겪는 감정적 고충을 보여준다. 
충청 지역 골프장에서 일하는 현직 캐디 L씨는 “고객들과 부대끼는 과정에서 감정 소모가 크다 보니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며 “예전에 비해 캐디들에 대한 인식이나 대우는 훨씬 나아졌지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조용히 확산되는 ‘노캐디 라운드’, 새로운 골프문화로 정착될지에 주목
사정이 이렇게 되자 최근에는‘노캐디 라운드’를 시행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불황 속에서 지갑이 얇아진 주말 골퍼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골퍼들은 캐디피를 아낄 수 있어 좋고 골프장 입장에서는 캐디 구인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고 그린피 인하 없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좋다. 
전반적인 라운드 시간이 더 늘어나는 단점도 있다. 그동안 캐디가 담당하던 벙커 정리나 그린보수, 볼 찾기, 스코어 카드 기입을 직접해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전략을 구상하고 클럽 선택도 해야한다. 반면 평소 잊기 쉬운 동반자를 위한 배려나 매너에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어 골프 문화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군산CC와 현대더링스를 비롯해 이포, 에콜리안 광산·영광·정선·제천, 엘리시안 강촌 등이 대표적인 ‘노캐디 라운드’를 허용하는 골프장들이다. 일부 골프장은 비공식 노캐디 라운드를 운용하기도 한다. 경기의 한 골프장은 경기 진행 속도가 빠르고 코스를 잘 아는 회원이 동반할 경우 노캐디 라운드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캐디 부족 현상은 골프장 차별화와 노캐디 라운드 확산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는 지방 골프장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노캐디 라운드’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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