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안 오겠다는 골프장 ‘센테리움’엔 왜 골퍼들이 몰려들까?

골퍼에게 물었다. 센테리움 골프장 하면 떠오른 것이 무엇이냐고.
“난이도”, “난공불락”, “항아리 벙커”, “왕 짜증”, “블라인드 홀”, “마법의 성”, “영국, 스코틀랜드” 등으로 좁혀졌다. 위의 단어를 유추해 봐도 센테리움 골프장은 일단 어려워서 짜증나고 화가 나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골프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골프장처럼 넓은 페어웨이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전략적 페어웨이 폭으로 설상가상 그린 주변 항아리 벙커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많은 골퍼들은 또 다른 골퍼에게 묻는다. “센테리움 골프장 가 봤어?”라고. 가봤다고 하면 “또 가고 싶니?”라고 묻는다. 센테리움 골프장은 골퍼들에게 선문답을 하게하는 국내 유일의 코스이다. 생각에 따라서 ‘골퍼를 골탕 먹이려고 만든 골프장’같고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인간의 한계를 확인시키려고 만든 골프장’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짜증나고, 화나고, 힘든 센테리움 골프장은 늘 골퍼들로 북적인다. 심지어는 멀리 부산에서까지 원정 골퍼들이 오고 있다.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센테리움을 설계한 영국의 유명 코스디자이너 헌트는 혹 심리학까지 전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본능과 기저에 숨어 있는 도전욕구를 자극해서 만든 것이 센테리움 골프장인 것 같다. 그래서 센테리움 골프장에 대해 골퍼가 골퍼에게 묻는 철학적 선문답을 특집으로 꾸며본다. 
<편집자 주>

▲적절한 위협과 자극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아시나요?
골퍼들이 골프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날의 검과 같다. 어떤 골프장이 좋으냐는 질문에는 도전적이며 난이도가 있는 골프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플레이 할 때는 스코어가 잘 나오는 골프장을 좋아한다. 분명한 것은 스코어가 잘 나오는 골프장에 대해서는 쉽게 흥미를 잃는다. 기억 조차 사라진다. 남녀관계도 밀당이 있어야 오래 가는 법 인 것처럼, 골프장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곳을 종국에는 더 선호한다. 그런 측면에서 센테리움 골프장은 상당히 밀당을 잘하는 골프장이다. 비판을 하면서도 다시 찾는 골프장이 바로 센테리움 이다.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다. 

인류가 진보한 것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의해서라는 말이 있다. 센테리움이 무조건 좋다는 골퍼는 주류이다. 그러나 “어렵다”, “짜증난다”면서 다시 찾는 골퍼는 비주류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골프장에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점을 내놓는다. 당연히 골프장은 진화 할 수밖에 없다.
경제이론 중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말이 있다. 논에 미꾸라지를 키울 때 한쪽 논엔 미꾸라지만 넣고 또 다른 한쪽 논엔 미꾸라지와 메기 한 마리를 넣어서 키웠다. 결과는 메기를 넣어서 키운 쪽의 미꾸라지가 더 살이 쪄 있었고 더 튼튼했다고 한다.

센테리움 골프장은 메기 효과가 뛰어난 골프장이다. 골프장 곳곳에 배치된 어마무시 한 ‘항아리 벙커’는 메기와 같다. 골퍼들은 항아리 벙커에 빠지지 않으려고 고도의 집중력과 완벽한 스윙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에 그린 주변에 아무 것도 없고 그린은 300평 이상으로 넓다면 대충 치기 마련이다.  
인간에겐 ‘긴장’과 ‘이완’이 적당하게 대치해야 좋은 결과를 낸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이다.

▲센테리움 골프장은 어려워서 포기해야 할 골프장인가?
두 명의 탐험가가 있었다. 로버트 팰컨 스콧과 어니스트 섀클턴이다. 
두 사람은 대원을 이끌고 남극을 탐험했다. 스콧은 9개월 간 연락 두절 된 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 신사처럼 죽을 것”이라고 했고 7명의 대원과 함께 사망했다. 반면에 섀클턴은 27명의 대원들과 함께 “절대 절망하지 않겠다. 구조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꿈을 간직한 채 무려 2년을 기다린 끝에 구조될 수 있었다.

센테리움 골프장은 도전적이고 매우 어렵다고 골퍼들은 평가를 한다. 그러면서도 왜 포기하지 않고 오는 것일까. 이곳에서 라운드를 한 골퍼들 중에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골퍼들도 많다. 그럼에도 매년 내장객수는 더 늘고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포기보다는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골프의 본질은 도전이고 성취욕이다. 성취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 라운드에서 같은 성적을 내주지는 않는다. 끊임없는 도전이다. 

릴케는 “꿈을 지녀라. 그러면 어려운 현실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많은 골퍼들은 센테리움 골프장에서 꿈과 희망을 보았고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매력을 발견한 것이다. 계속 도전해보면 어려울 것도, 쉬울 것도 없다. 그저 정복되지 않는 자연의 일부이며, 계속 도전하다보면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정복되면 성취감이 배가되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어려워서 가기 싫고, 쉬워서 가고 싶은 것이 골프장의 본질은 아니다. 절망과 좌절, 실패 뒤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센테리움 골프장을 설계한 헌트는 지극히 철학적이고 또 지극히 스포츠 정신을 갖춘 코스 디자이너이다.

▲골퍼들은 센테리움 골프장을 이렇게 평가 한다.
○ 가수 강은철(핸디 5)
“이곳 센테리움 골프장은 양파와 같은 곳이다. 까면 깔수록 어렵다. 하지만 깔수록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어렵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다.”

○ 가수 박학기(핸디 3)
“보통의 골프장을 가면 대충 에이밍을 하고 티샷을 한다. 센테리움 골프장은 절대 대충 스윙을 용납하지 않는다. 더 집중하고 완벽한 스윙을 만들어 내는 국내 몇 안 되는 골프장이다. 처음엔 짜증이 났지만 신기하게도 새로운 도전과 용기를 가져다줘서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 차광수(탤런트 핸디 3)
“처음엔 코스에 위압 당해 스윙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센테리움 코스는 우리 인간과 같아서 거칠게 다룰수록 더 거칠게 다가왔고 섬세하게 다룰수록 내게 섬세하게 다가왔다. 공포와 환희를 동시에 주는 보기 드문 영국 스타일 골프장이다. 다시 도전하고 싶고 이곳에서 반드시 베스트 스코어에 도전하고 싶다.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 정경일 세종대 교수 (티칭프로)
“골퍼에게 다양한 시험과 도전을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골프코스이다. 상과 벌을 확실하게 주는 센테리움 코스는 인간이라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곳이다. 설계가 헌트의 철학과 의도를, 영국의 링크스 코스의 향기를 맡아 보기에 충분한 곳이다.”

○ 지화웅 태화S&G 대표 (조형 전문가)
“센테리움 코스의 난이도는 국내 최고 이다. 거칠고, 변화무쌍하고,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분명한 챌린지 코스이다. 하지만 난이도 속에 갇혀 있다가 보면 엔조이와 펀골프 즐거움이 반감된다. 센테리움의 상징인 항아리 벙커는 그대로 가져가되 티잉그라운드를 좀 더 넓게, 길게 조성하고 랜딩 존을 충분히 넓혀주면 좋겠다.”

○ 유창현 R&H 대표(코스 설계가)
“이곳 벙커는 특별하고 이국적이다. 스코틀랜드 벙커의 원형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 벙커는 골프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도구다. 골프가 플레이를 디자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센테리움 골프장이 어려우면 초심을 돌아보고 성공하면 마지막을 살펴보면 된다.”

○ 이형선 MBC PD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이곳 센테리움에서 작성해 특별하다. 어려운 곳에서 좋은 성적을 내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 특히 라운드 중에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쌍둥이어서 태명을 ‘싱글, 벙글’로 지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이며 싱글이와 벙글이랑 나중에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ID : 데이피트>
“센테리움은 항아리 벙커와 블라인드 설계 등으로 전체적으로 코스가 도전적이다. 여기에 페어웨이가 넓지 않아 난이도 있다. 정교한 공략이 요구되는 골프장이다.”

<ID : 비수구미짱>
“지루할 겨를이 없는 골프장이다. 기존의 산지와 실개천 및 작은 호수들이 펼쳐진 색다른 분위기의 코스에서 실로 사람 한 길이 넘는 벙커가 무섭기까지 하다. 이곳 센테리움cc 깊은 벙커에서 나오는 방법은 클럽 헤드를 최대한 열고 자신감 있게 치는 것이다. 초보자들은 공을 꺼내놓고.”

<ID : 현이 아빠>
“마법에 성처럼, 난이도, 블라인드 설계, 도전적, 항아리 벙커,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본인의 실력을 하드하게 점검해 보기 좋은 골프장이다. 또 다시 가보고 싶은 골프장이다.”

<ID : 환한 웃음>
“센테리움 골프장은 친환경 유럽풍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페어웨이 관리도 잘 되어 있지만 인공적으로 손을 많이 가미 하지 않아 좋다. 어렵지만 계속 다가가고 싶은 골프장이다.”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