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골프장에 나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한국 골프장은 어떻게 생겼냐는 궁금증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1993년 전국 아름다운 골프장을 다니면서 가장 한국적인 골프장을 엮어 캘린더로 만들었다. 당시 동아출판사에서 인쇄를 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골프관련 업체로 보냈다. 골프장이 너무 아름답다며 돈을 좀 더 낼테니 제작해달라는 주문이 국내외서 쏟아졌다. 2005년부터는 국내 친환경베스트 캘린더로 제작해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탁상용으로 만들었고 함께 나누고 싶어 원가에 보급을 원하는 분들께 전하고 있다.
올해도 2018년 친환경베스트 골프장 16곳을 엄선해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골프를 칠 때는 그 아름다움을 몰랐는데 책상위 탁상용 캘린더를 보니 반할 것 같다고 말한다.

바람의 향기, 산소 색깔, 사람 냄새가 나는 골프장 풍경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평화롭고 넉넉하다. 자연은, 골프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의 자궁이며 우주다.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골프장 풍경을 보면서 알았다. 새벽이슬을 맞아 촉촉하게 젖어 있는 노송의 자태가 은어처럼 튄다. 잔디 끝에 매달려 있는 이슬이 골퍼의 발소리에 놀라 땅으로 ‘낙사’한다. 밤새 버텨낸 힘으로 단풍나무 맨 끝 쪽에 새빨갛게 물든 나뭇잎의 아름다운 결정체를 보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나는 명징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삶은 이렇게 이어지고 골프장은 그렇게 살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아름다운 새벽, 아름다운 골프장 풍경은 적멸(寂滅)의 경지일지도 모른다. 낮과 밤이 수없이 절멸하며 생성해내는 기쁨과 슬픔의 알갱이들이 바로 자연이며 소중한 삶인 것이다. 
16곳의 각기 다른 골프장의 풍경과 삶을 담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기뻐할 일이다. 다가오는 2018년 하루, 하루를 생각하고 준비할 일이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