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후리라강가에 핀 루피너스

케플러 트래킹 입구에서 야영하는 동안 호수는 밤새 출렁이고 하늘에 있는 별들은 모두 호수에 쏟아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이상국 사장이 산책을 가자고 꼬드긴다. 아침 호숫가의 숲길(Kepler Track)은 상쾌하고 너무 편안했다. 

호수를 끼고 30분정도 걸어서 호숫물에 고양이 세수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좀 늦게 일어난 일행이 어디 갔다 오냐고 해서 안 가보면 후회할 아름다운 길을 갔다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가보자고 나섰다. 그래서 이상국 사장과 우리는 테 아나우 호수와 마나포우리 호수를 연결하는 와이아우(Waiau River) 강변 코스를 다시 걸어가 보기로 했다. 호수와 달리 잔잔히 흐르는 강가 숲길을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걸으니 그 길도 좋았다. 오늘 아침에 우리는 유명한 케플러 트랙(Kepler Track)의 시작과 끝부분만 가봤다. 다음에는 꼭 전체 코스를 가봐야겠다는 아쉬움들이 많았다. 

세계 최초 공인 번지점프장 카와라우 현수교

아침을 컵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장도에 올랐다. 오늘은 마운트 쿡까지 가야 한다. 오늘은 강무희 사장이 운전대를 잡았다. 며칠 전 내려오던 길을 다시 돌아 퀸즈타운을 끼고 올라가니 세계 최초 공인 번지점프장인 카와라우 현수교(Kawarau Gorge Suspension Bridge)가 있었다. 
거금 200NZ$에 사진 촬영 90NZ$까지 290NZ$을 투자하고 세상을 다 얻은 듯 용기백배되어 점프를 한 사람은 강무희 사장 혼자였다. 모두는 번지 점프장 스낵바에서 콜라와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한 후 마운트 쿡으로 출발하였다 

이상국 사장은 오마라마의 조그마한 도시를 지나자 차를 좌측 비포장 도로로 진입시켰다. 잠시 쉬어 가려나 하는 우리에게 이상국 사장은 독특한 볼거리가 있다며 잠시 들렀다 가자며 비포장 길을 한참을 들어갔다. 개인 사유지인지 들어가는 문에 무인 입장료 함이 세워져 있었다. 차1대당 5불이다. 5불을 함에 넣고 문을 열고 조금 올라가니 주차장이 있다. 

클레이 클리프스(Clay Cliffs)의 절경

차에서 내리니 지금까지 뉴질랜드에서 봐온 기암괴석의 산세가 아닌 누런 흙으로 이루어진 끝이 뾰족한 봉우리들이 해를 등지고 우뚝 솟아 있었다. 자갈과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클레이 클리프스(Clay Cliffs)이다. 마치 중국에 있는 석림같이 흙으로 하늘을 찌르듯 웅장하고 우람하게 뻗쳐 있다. 좁은 입구를 통해 협곡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 부분은 침식이 되어 둥근 원모양으로 마치 중세 성안에 들어 온 듯 봉우리들이 사방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이곳은 100만 년 전 고대 빙하기에 형성된 지형으로 오늘날 까지 남아 있는 독특한 곳이란다. 

내내 계속 달려 협곡을 빠져 나오자 탁 트인 평원이다. 길가에 꽃들이 넓게 퍼져있는 군락지에 차를 세운다. 루핀이란 꽃인데 보라색채가 진하고 향도 많이 난다. 흐르는 아후리리 강을 따라 꽃들이 만발하여 강바닥에 보랏빛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환상적인 색깔의 푸카키 호수(Pukaki Lake)를 끼고 올라가니 저 멀리 웅장한 설산 마운트 쿡이 선명하게  자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가 마운트 쿡에 다다른다. 일단 마운트 쿡을 바라 볼 수 있는 호수 주변 주차장에 캠퍼밴을 세웠다. 그리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사진을 찍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비취색의 호수를 바탕에 깔고 웅장한 설산을 사진에 담았다. 옆에는 일본인 전문 사진가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마운트 쿡 전체를 깨끗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에 40일 정도라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