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퀸즈타운 생활을 마무리하고 미러 호수를 거쳐 밀포드 사운드로 향한다. 밀포드 사운드에는 전세계 산악인들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뉴질랜드 최고의 트레킹코스가 있다. 약 53.5km의 트랙으로 완벽하게 트레킹을 마치려면 4일정도 걸린다는데 주변에 고산식물 등 범상치 않는 뉴질랜드 국립공원임을 보여준다.

퀸즈 타운을 떠나 6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쭉 내려오다 모스번으로 가는 97번 도로로 우회전해서 목장지대를 조금 가면 94번 도로와 만난다. 우회전해서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테 아나우(Te Anau)가 나온다. 테 아나우 호수를 끼고 달리다 산림도로로 접어들자 수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숲길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밝은 햇살과 함께 길을 열어 준다. 이런 도로를 달릴 수 있게 해준 자연에 감사할 뿐이다. 이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도로 옆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미러 레이크(Mirror Lake)이다. 데크를 따라 조그마한 호수로 내려가니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위에 비치는 설산의 모습이 마치 산이 물에 잠긴 듯하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 보존시켜 낙원을 만들어 가는 뉴질랜드 인들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존경스럽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산림도로를 조금 더 올라가니 바위산에 구멍을 뚫어 만든 호머 터널(Homer Tunnel)이 나온다. 1,270m의 이 터널은 1차선으로 뚫려 있어 터널 입구에서 15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아직도 공사중이고 터널을 다 뚫는데 18년이 걸렸단다. 터널 안은 시멘트 등으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화강암이다. 거대한 바위산을 단지 구멍만 뚫은 것이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인간들의 노력과 힘도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터널을 빠져 나오니 암석으로 된 깎아지른 듯한 고봉들에 둘러싸인 지형이 나타났다. 절벽 이쪽저쪽에서는 가느다란 폭포들이 경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풍경들을 제공했다. 계곡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뽀족한 삼각형의 바위산이 햇빛을 받으며 우뚝 솟아 있다.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의 상징인 마이트 피크 (Mitre Peak)이다.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한 것이다.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적인 국립공원 피요르드 랜드는 120만hr 규모의 14개 피요르드 지형중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엄청난 스케일에 한동안 넋이 나간 듯 바라보다 정신없이 셧터를 눌러 댔다. 뾰족한 1692m의 마이트 피크(Mitre Peak)의 위용이 바다와 어우러져 장엄함을 더했다. 
마지막 시간대 크루즈를 타면 요금을 할인해 준다는 말에 카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크루즈를 탔다. 

배를 타고 모퉁이를 도니 보웬 폭포(Bowen Falls)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물안개가 우리의 시야를 가렸다. 서서히 전진하는 크루즈에서 바라 본 절경이 10만년 동안 빙하에 의해 깎여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니 인생무상을 느낀다. 마이트 피크(Mitre Peak)아래로 떨어지는 페어리 폭포도 장관이다. 그 옆의 바위에는 펭귄 몇마리가 보였다. 크루즈 선장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알 수도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적었고 테즈만 해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바위에 누워 있는 물개도 몇 마리 봤다. 밀포드 사운드는 영국의 물개사냥꾼에 의해 처음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크루즈를 마치고 밀포드 인근 홀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절벽 아래 위치한 홀팍은 롯지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밀포드 사운드를 보러 온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로 붐볐다. 롯지 앞쪽으로 흐르는 클레도 강변(Cleddau River)으로 가서 발을 씻어보니 물이 엄청나게 차가웠다. 그런데도 샌드플라이가 기승을 부렸다. 이곳이 샌드플라이가 유명하긴 한가 보다. 깨끗하고 맑은 청정지역에서만 살 수 있다는 샌드플라이는 오염된 지역에서는 살 수가 없단다. 그래서 그런지 롯지 안에는 샌드플라이가 전혀 없다. 우리가 북섬부터 남섬에 이르기까지 캠퍼밴 속에서 샌드플라이의 공격을  심하게 받았는데 그럼 캠퍼밴이 청정지역인가? 우리가 청정인간인가?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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