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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이용 형태가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순이익도 줄었다. 상당수 골프장들이 적자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이용해 건설한 골프장들과 수요 예측 없이 도심 외곽에 지어진 골프장들은 내장객이 줄어 걱정이다.
지난해에는 3월 경기도 용인 양지CC를 시작으로 청주 떼제베CC, 경기도 광주 블루버드CC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법정관리 골프장들은 지방에 치중됐었다. 그러나 시장성이 좋은 수도권 골프장들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양지는 접근성이 뛰어나 저가대 회원권이 활발히 거래되고 내장객도 많았다. 법정관리의 공통 원인은 적자였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적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12월, 양재동 더 케이 호텔에서 본지가 주최한 ‘대한민국 골프장 위탁경영 세미나’에서도 위탁경영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국민대 박경호 교수는 골프장의 위기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연 700만명이 관람한 프로야구는 1625억원의 시장, 한 해 2억명으로 추산된다는 영화관 이용은 2조시장이지만 골프는 15조원 시장이다. 그중에 골프장 산업은 4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큰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전체 매출은 늘어나지만 객단가는 하락하고 있다. 과제는 객단가를 낮추는 비용 역량 확보에 있다. 대형화, 체인화는 세계적으로 자리잡은 운영 모델인 만큼 한국도 향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골프장 매출은 2010년에 3조8400억원에 이르렀고 객단가는 14만9천원이었다. 그러나 객단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5년만에 매출은 4조7천억 시장이 되었으나 객단가는 13만3천원까지 내려갔다.
박경호 교수에 이어 발제에 나선 딜로이트 안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자본 잠식 상태인 골프장은 총 73개소였다. 이중 회원제 골프장은 44개소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으며 퍼블릭은 17개소, 병설도 12개소에 달했다. 또한 지난 2014년 이후로 회원제 골프장은 마이너스 영업 이익률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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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퍼블릭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조사가 진행된 2015년의 7곳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총 40개 골프장이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골프장경영협회는 지금도 전환을 추진 중인 골프장이 약 30여 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장협 관계자는 “골프장이 늘어나 그린피 가격경쟁으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세금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은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골프장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아웃소싱’을 도입하는 곳들이 늘었다. 아웃소싱이란 “업무의 일부를 경영 효과 및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3자에게 맡겨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럽하우스의 식음료, 프로샾, 코스관리, 전산시스템 등에 국한되던 국내 골프장 아웃소싱은 이제 골프카트, 코스관리장비, 수질관리, 발렛파킹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GMI 골프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 중 코스부분은 약 25%, 식당부분은 약 20%, 프로샵 부문 및 현관, 라커룸 등은 약 90%정도가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웃소싱보다 넓은 의미의 파트너십으로는 위탁경영이 있다. 이는 골프장 소유주가 골프장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제3자에게 골프장의 경영 전체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아웃소싱을 넘어 총무 및 회계, 경기진행, 캐디, 고객 관리 등 골프장 경영 전반에 대한 ‘위탁경영’을 고려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 보편화된 방식은 아니다. 세종에머슨CC, 고창CC,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전남 해남 오시아노CC 등 국내는 아직 일부 골프장들만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위탁경영 형태는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일반화 됐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는 많은 골프장들이 도입했다. 전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골프장에서도 향후 2~3년 내에 위탁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명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현재 골프존, 국민체육공단, 코스관리 업체 등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확고하게 한국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가 일본의 135개 내외의 대형 골프장 체인을 가진 PGM, 아코디아와 같은 대규모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위탁운영 모델에 대해 해외 전문 컨설팅사가 진출하는 경우, 국내 자체 기업이 확장하는 경우, 국내 전문사가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세 가지 경우를 대표적인 양상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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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탁경영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먼저 믿고 경영을 맡길 검증된 기업이 있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는 자본력이 확실하거나 대규모 골프장을 소유, 운영하는 기업, 골프장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 그리고 골프장 마케팅을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고객 DB를 확보한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황현철 전 PGM 지사장은 “위탁경영은 골프장 소유자의 적극적 의지는 물론 수탁자와의 상호 신뢰가 뒷받침되어야만 지속될 수 있는 방식”이라며 “우리나라의 골프장 위탁경영 시장 환경은 아직 덜 성숙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법정관리에 있거나 향후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부실 골프장의 집단화를 통해 전면 위탁경영을 검토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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