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회원을 받지 않는 오랜 전통의 2020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장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이 화제다. 
사이타마현 가현와고에시(川越市) 가사하타(笠幡)에 위치한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은 1929년 문을 연 회원제 36홀 골프장으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여성 회원을 받은 일이 없다. 만약 이 골프장이 ‘금녀’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2020 도쿄올림픽 여자부 골프 경기는 일요일에 치를 수 없게 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이 골프장의 ‘금녀’ 정책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차별 규약은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본골프개혁회의(JGCㆍ의장 오야 에이코)는 도쿄올림픽 골프 대회장 변경 건의안을 고이케 유리코(65ㆍ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지사에 전달하는 등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의 ‘금녀’ 정책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여성 정회원 입회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골프협회(JGAㆍ회장 다케다 쓰네타다)는 최근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의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 개최에 대해 변경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와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그렇다면 JGA는 왜 도쿄올림픽 골프 대회장으로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을 낙점한 것일까. JGA에 따르면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반경 50㎞ 이내 50개 코스를 후보에 올려 답사ㆍ검토한 결과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은 명문 중의 명문 코스로 손꼽히는 일본의 대표 골프장이다. 
1929년 10월 6일 동코스 18홀 개장 당시 회원 수는 310명에 불과했지만 1932년 일본 첫 36홀로 재탄생하면서 회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설계자의 이름을 딴 ‘앨리슨 벙커’가 이 골프장의 상징이다. 

무엇보다 편리한 접근성이 장점이다. 세이부 철도의 급행 운행으로 회원들의 골프 라이프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JR 가와고에선(川越線) 가사하타역에서 도보 15분이면 도착하는 교통 요지가 됐다. 회원은 왕족과 정치인, 재벌계 실업가들이 대부분으로 도쿄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명문 코스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전통과 권위의 명문 골프장이지만 1940년 이후 10년 이상은 암흑기를 겪었다. 1938년에 골프장 입장세가 도입됐고, 1940년에는 JGA로부터 자숙 요청을 받는 등 전쟁으로 인한 골프계 압박은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1945년 4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미군에 의해 접수ㆍ관리되던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은 1952년 9월 동코스 복구공사가 이루어졌고, 1954년에는 서코스 복구공사가 완료, 이전의 36홀 코스로 재건됐다.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이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캐나다컵(월드컵골프의 전신)이 열리면서부터이다. 이 골프장은 1957년 30개국 60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제5회 캐나다컵을 열어 전 세계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출전 선수로는 샘 스니드(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등 당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모두 모였다. 

1995년 9월에는 제60회 일본오픈골프선수권이 열렸고, 1999년 6월에는 일본여자오픈이 개최됐다. 2010년 10월엔 2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제2회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열어 전 세계 130개국에 라이브로 방송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의 세계화 전략의 종착지다. 하지만 세계화의 전략적 종착지로 가기 위해서는 금녀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한 세기 가까이 ‘금녀’ 정책을 고집해온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이 일본 골프계의 거친 반대를 극복하고 세계화 전략에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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