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밸테즈만 전경

북섬에서 남섬으로 가는 통로의 첫 관문 픽턴(Picton)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픽턴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라서 더욱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다.
오늘은 뉴질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곳으로 간다.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벨 태즈만(Abel Tasman). 1642년 최초로 뉴질랜드를 발견한 네덜란드 탐험가 아벨 얀손 태즈만의 이름이 지명이 된 곳이다. 청명한 날씨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상쾌해지는 아침이다. 새로운 곳 남섬의 첫날을 시작한다. Picton에서 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다 스프링 크릭(Spring Creek)에서 좌측으로 62번 도로로 접어들면서 지금과는 다른 느낌의 광활한 평야지대가 나타났다. 

헌터스 와이너리 입구

이 곳이 포도로 유명한 말버러(Marlborough) 지역이다. 모두들 새로운 풍경에 차창 바깥을 보고 있는데 오른쪽 앞으로 붉은 깃발이 지나간다. 직감적으로 와이너리임을 알았다. 이상국 사장이 차를 돌려 오던 길을 거슬러 올라 들어간다. 이곳이 바로 헌터스 와이너리(Hunter’s winery)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동 중에 와이너리에 들려 시음도 하고 와인도 구경하면서 와인을 구입하기로 했다.

넬슨을 포함한 말보로 지역은 년 2350시간 이상의 일조량을 자랑하며, 포도산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헌터스 와이너리(Hunter’s winery)는 규모는 작아 보이지만 여러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는 등 전통이 있는 와이너리였다.  소믈리에가 권하는 대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와인을 차례대로 맛보고는 큰 맘 먹고 우리는 그가 권하는 상대적으로 제법 비싼 화이트 와인 2Box를 샀다.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서 좁은 산길(6번 도로)을 지나 넬슨(Nelson)에 도착했다. 

먼저 장정 여섯 명에게는 다소 작은 크기 때문에 수시로 밥을 태우게 되는 기존 밥솥 문제를 해결하고자 쌀밥 애호가 조사장을 필두로 새 밥솥을 찾아 나섰다. 거리를 헤맨 끝에 한 마트(Briscoes Homeware Market)를 찾아 들어가니 쓸만한 물건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얼마 남지 않은 일정에 무리한 지출은 아니다 싶어 돌아서려는데 현영길 사장이 역정을 내며 사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나마 제일 저렴한 100불짜리 스테인리스 냄비를 가지고 차에 돌아오니 차에서 기다리던 이상국 사장이 100불이나 하는 냄비를 쓰다 버리기엔 아깝다며 인근의 마트(Count Down)에 들러 기어코 20불짜리 냄비를 다시 사왔다. 100불짜리 냄비는 철회하고 다시 환불받는 소동을 피우고 나서야 점심 해 먹을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우리는 넬슨 외곽의 타우누이 해변(Tahunnui Beach)운동장 벤치에 앉아 넬슨지역의 풍부한 일조량을 온 몸으로 받으며 빵과 잼, 그리고 사과로 끼니를 해결했다. 리치먼드에서 60번 도로를 따라 테즈만을 끼고 한참을 돌아가면 타카카(Takaka)에서 우측으로 비포장 길이 나온다. 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고 험한 산길과 해안을 따라 먼지를 흩날리며 도착한 곳이 태즈만 국립공원(Golden Bay Abel tasman National Park)이다. 

 온화한 날씨와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유명한 이곳은 이상국 사장님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예약을 한 곳이다. 토타라누이(Totaranui campground)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는 꼭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만일 자리가 없으면 난감해진다. 험한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더욱 아쉬운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은 때이른 시기인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오후 4시가 넘으면서 무인으로 운영되는 사무실 입구에서 자율 체크인을 하고 취사장 주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아벨 태즈만 국립공원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꾸불꾸불한 산길은 태반이 비포장인데 그 길을 통과해 도착한 아벨 태즈만은 통신도 끊기고 기대에 못 미치지만 낚시만큼은 아주 굿(good)이다. 강무희 사장과 조사장이 도착 하자마자 차례로 낚시도구를 챙겨 바다로 나단다. 뒤따라 나간 조사장이 제법 굵은 놈 몇 마리를 잡아 왔다. 돔 종류 몇 마리하고 이름 모를 꽤 큰 고기 한 마리의 조과(釣果)를 기록했다.

조사장이 깨끗하게 손질한 생선을 비축용으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저녁은 된장국에 소고기 야채 볶음으로 마친 후 바로 낮에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으로 와인파티가 열렸다. 해변가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로 캠프파이어를 하며 늦은 시간까지 와인을 즐겼다.  

새콤달콤한 와인의 맛이 여행의 즐거움과 어우러져 웃음꽃을 피운다. 끝없이 이어지는 행복한 웃음소리 뒤로 해변가 모래사장의 밤하늘에는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들이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한 은퇴자들의 지나온 고달픔과 앞으로의 삶을 펼쳐 놓은 듯하다. 행복한 이 순간이 지속되도록 계속 여행만 다녔으면 좋겠다는 넋두리와 함께 남섬의 밤은 깊어간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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