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섬의 종착지 웰링턴에서 남섬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다

남섬으로 이동하는 오늘은 일요일, 기분도 아주 상쾌한 날이다.

밖이 부산스러워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오늘이 Sunday Market(일요시장)이니 새벽4시까지 차를 빼야한다는 어제 입구의 문구가 머리에 스쳤다. 차창 밖에는 벌써 대형트럭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쪽에서는 짐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차를 뺐다. 일요시장이 열리는 걸 어제 저녁에 오다가 봤지만 음주상태라 그냥 자고 아침에 빼기로 했는데 좀 늦은 것 같다. 일단 주위에 있는 주유소에 들어가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다시 주차장 쪽으로 돌아와 근처 도로변에 주차를 했다. 

공중화장실에서 세면과 볼일을 보고는 장터로 나와 시장 구경을 했다. 컬러풀한 색상의 다양한 과일과 채소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으며 주변에는 먹거리 포장마차들이 하나 둘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워낙 이른 아침에 돌아 다녀서 한산했지만 오전 10시 넘어 박물관을 보고 내려오면서 보니까 일요장터는 축제장 같은 분위기였다. 늦은 아침을 먹고 산책 나온 사람들과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면서 어느새 활기찬 시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명소로 변했다. 

우리는 두 팀이 각자 알아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시골 장터에는 국밥집이 있듯 여기에도 간이 포장마차들이 각자 대표음식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상국 사장 팀이 간이 포장마차에서 중국인 모녀가 직접 조리한 중국식 볶음 국수를 사왔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탁월한 선택에 감사하며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옆 커피가게에서 갓 볶은 원두로 만든 향기로운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테이블에 앉아 여유로운 이국의 낭만을 만끽했다. 아침을 먹고 난 시간이 7시를 조금 넘었다. 

오후 2시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 요트계류장을 돌아 박물관으로 갔다. 입장료가 없는 뉴질랜드 국립박물관에는 뉴질랜드의 역사와 마오리족의 문화적 배경, 어두운 방에 갇혀 있는 키위 새와 박제된 자이언트 모아 등 뉴질랜드의 자연 생태계를 설명하는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Frank Kitts 공원을 돌아 차로 돌아오니 주차요금 딱지가 붙어 있었다. 

2시간 초과는 요금을 내야 한다며 인터넷으로 납부하란다. 납부는 Maui 회사에 대납을 요청하기로 하고 이상국 사장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웰링턴에서 제일 높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 보자며 차를 몰았다. 해안을 끼고 한 참을 돌아 빅토리아산(Mt. Victoria)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웰링턴 항은 삼면이 바다이지만 천혜의 육지가 오메가(Ω) 모양으로 항구를 둘러싸고 있어 바다로부터의 적침에도 안전한 최적의 요새를 갖춘 입지였다. 

아름다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빅토리아산의 정상을 내려와 페리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차량들이 차종별로 길게 줄을 서서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픽턴 행 인터아일랜드 페리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45분, 그리고 오후 5시 등 하루 3회 운행하며, 픽턴까지는 58마일(93km)로 3시간이 소요된다. 우리가 승선 할 Aratere호는 Inter island Ferry 3척 중에 규모가 제일 작은 것이지만 총량 17,816톤 규모로 길이가 183m에 폭이 20m나 되는 6층 높이의 대형 카페리다. 31명의 승무원이 시속 19.5 Knot의 속력으로 670명의 승객과 우리들의 캠퍼밴을 포함하여 230대의 차량이외에 1,700톤의 화물을 실어 나른다. 다른 시간대의 2척의 배는 더 큰 22,000톤 급이다. 

우리는 승선하여 페리의 바닥 층 칸에 캠퍼밴을 파킹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다양한 종류의 좌석과 스낵 바 등이 있었다. 맥주에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남섬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오후 2시 45분에 출항한 배는 3시간의 항해 끝에 우리를 픽턴이라는 조그마한 항구 도시에 내려놓았다. 오후 6시경 부둣가 근처에 있는 Picton Top10 holiday park을 찾아 들어 갔다. 6시임에도 대낮처럼 밝았다. 우리는 그 동안 밀렸던 세탁을 하며, 뉴질랜드 남섬에서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을 기대한다. 저녁메뉴는 그동안 잡아놓은 생선으로 매운탕을 끓여 먹는 호사를 오랜만에 가지면서 설레는 내일을 기다린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