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섬을 뒤로하고 새로운 미지의 남섬을 향해 

이제 우리는 캠퍼밴으로 종주하는 뉴질랜드 여행기간 중 1/3인 열흘을 보내고 북섬 여행을 종료하며 남섬을 바라보고 있다. 오클랜드에서 시작한 뉴질랜드 캠퍼밴 종주는 대과없이 북섬을 마무리 했다. 오랜 조직생활을 마친 은퇴자들이 캠퍼밴으로 자유여행을 하면서 의견 상충과 시행착오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은 나름 준비가 철저했던 덕분이리라.

그간의 일정을 돌아보면 출발 전 서울에서 짠 스케줄과 오차 범위 내에서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이상국 사장이 수개월 동안 일정 관련 검색 및 구글 지도를 통해 여정 전체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입력하고 온 덕분이라 생각된다.

출발 전에 우리 은퇴자 6명이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의견충돌이었다. 수 십 년간 다니던 직장 말년에는 대부분 수많은 직원들을 리드하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각자의 소신과 고집이 상당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시받는데 익숙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차례의 사전모임에서 의견충돌 가능성이 있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여정 문제와 지출 등 내부 살림 문제로 나누었다. 첫번째 주제는 이번 일정을 주도한 이상국 사장이 최종 결정하는 걸로 하고, 두번째 주제는 의견불일치가 생길 경우 최 연장자인 현영길 사장이 결정하는 걸로 정하였기 때문에 문제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식사 등 살림 문제는 6명이 현/하, 이/박, 강/조 등 3개조로 나누어, 다음 끼니와의 연속성을 고려하여 석, 조, 중식을 하루로 묶어 한조씩 번갈아 담당하는 걸로 정했다. 각자 두가지 이상의 음식에 대해 조리방법을 익혀오기로 했다. 첫 조부터 진수성찬을 내놓았고 다음조의 경쟁심이 발휘되는 덕분에 기대이상의 식사가 지속되었다. 홀리데이 파크 내에 취사도구 및 식탁이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한 라면이나 누룽지 외에는 캠퍼밴 내에서 조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점심은 여행 도중인 경우가 많아 아침에 준비한 양식 및 과일로 간단히 해결했고 대도시를 지나게 될 때는 공금지출을 통해 외식을 하기도 했다. 원주민 공연관람이 예정되어 있던 로토루아에서는 당일 저녁식사 당번이었던 3조가 원주민 공연과 더불어 항이라는 전통음식과 와인으로 외식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출발 전 뉴질랜드에는 개울에 장어가 우글거리고 바다에도 전복과 생선들이 널려 있다며 낚시 준비도 해왔지만 북섬에서의 식단에는 별 도움이 안되었다.

6인승 캠퍼밴이라 6명까지는 취침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 홀리데이파크에는 대부분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지만 추가비용이 들기때문에 여정 마지막까지 이용하지 않았다. 일행 중 가끔은 안락하게 숙면을 하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었으나 여행기간 내내 모두 캠퍼밴에서 잤다. 잠시 캠퍼밴의 구조를 살펴보면 운전석 위의 돌출된 부분은 두 명이 취침 가능한 공간이고 누워 자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지만 지붕이 낮아 앉아있기가 어렵고 사다리로 오르내리는 단점이 있다. 다음은 이동좌석을 조정하여 잠자리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두 명씩 마주보고 앉아 이동하는 자리의 좌석 앞쪽을 각각 들어 올리고 가운데 거치대를 하면 다소 비좁기는 하지만 두 명이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 침실공간은 약간 비좁다는 문제 외에도 출입문 가까이에 있는 단점이 있다. 취침 도중에 용변 등으로 동료가 들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게 된다. 최고로 아늑하고 선호도가 높은 공간은 차량 뒤편 공간이다. 허리를 펼 수 있고 잠자리를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이동 중에도 누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여섯 명은 식사 조와 취침 조를 동일하게 두 명씩 3조로 나누었고 취침장소는 열흘에 한 번씩 이동하기로 했기에 전날 오전에 장소교대를 마쳤다.

처음에 중간좌석에서 잠을 설친 현/하 조가 운전석 위의 돌출부위로 이사하고, 운전석 위에 자리하여 키가 커서 고생한 이/박 조가 뒷자리로 이동하고 뒷자리에 편히 살아온 조/강 조가 중간 좌석으로 이사했다. 침구 일부만 옮겨 놓으면 끝인 이사지만 조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참고로 세군데는 그럭저럭 공간이 되지만 옆 사람 뒤척이면 그대로 움직임이 전달되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조사장이 침낭을 두개 가져와 강사장과 각자 한 개씩 사용하였는데 침낭의 특성상 몸이 뒤척여도 침낭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옆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제어되는 점에서 크게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자고 나면 새로운 미지의 남섬을 향해 출발한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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