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섬 왕가누이 ‘캐슬클리프GC’에서 2만3천원에 골프를… 

날씨 때문에 골프를 칠지 말지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깨가 아픈 연장자 이상국 사장을 제외하고 라운딩을 시작했다. 그런데 비바람이 세차게 분다. 브리티시오픈의 바람이 이 정도 될까? 뉴질랜드에 와있는 골프광들에게는 이 정도 날씨 는 라운드를 포기해야 할 조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골프를 한다.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때로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좋은 조건일 경우도 있다.  

바람은 강하지만 비는 잦아든 상황. 드디어 왕가누이의 캐슬 클리프 GC에서 우리의 라운드는 시작됐다. 토요일 그린피가 30불, 우리나라 돈으로 2만 3천 원 정도니 한국 골프장의 10분의 1 비용으로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셈이다 . 

비와 바람을 뚫고 무사히(?) 골프를 마친 우리는 이제 남섬으로 가기 위해 웰링턴으로 이동했다. 강무희 사장이 파머스턴노스에서 웰링턴까지 운전을 맡았다. 

파라파라우무(Paraparaumu)를 지나 1번 스테이트 하이웨이로 내려가면 될 길을 내비게이션이 또 엉뚱하게 안내하는 통에 좁은 산비탈 길 위에서 고생을 한다. 좌측통행이 낯선 우리에게는 폭 좁은 도로는 위험도 하거니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다. 이곳은 대부분이 편도 1차선이고 도로 폭도 상당히 좁다. 심지어 남섬에는 계곡과 하천을 건너는 다리가 왕복 1차선이다. 신호와 관계없이 일단 멈춰 서서 맞은편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같은 여행객은 상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파에카카리키 언덕길(Paekakariki Hill Rd)을 오르다 산 중턱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전망대에서 카피티 해안(Kapiti Coast)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상국 사장은 문득 길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했다. 

오르막을 지나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던 중 후방에 빨간색 경찰차가 따라붙으며 정지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닌가? 지금껏 봐온 흰색 패트롤이 아닌 빨간색 경찰차가 계속 따라온다. ̒설마 우리를?̓하며 조심조심 내리막길을 운전했다. 그러나 계속 보내는 정지 요구에 포리루아(Porirua)를 다 내려와 공터에 차를 세웠다. 

경찰이 다가와 면허증을 보자고 한다. 당황한 이상국 사장은 영문도 모른 채 면허증을 찾느라 부산을 떠는 사이 스포츠카로 뒤쫓아 온 한 남자가 이상국 사장을 보고는 운전자가 바뀌었다고 경찰에게 얘기한다. 그전에 운전한 사람이 술을 마신 것 같다고 했다. 파에카카리키 언덕길을 운전한 사람은 강무희 사장인데…

경찰관의 설명인즉 “당신들이 산길을 올라오면서 심하게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 오던 그 스포츠카 운전자가 많이 놀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게 아니냐”며 신고한 것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운전자가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초행길인데다 길이 좁고 굽어 있어 운전에 굉장히 애를 먹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여권과 면허증을 제시하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일로 캠퍼밴 회사가 처음 예약한 혜초여행사까지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왜 하필 이런 산길로 안내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약간은 위험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의 산길 드라이브도 경험한 것에 위로를 삼았다.   

마침내 우리는 웰링턴에 도착했다. 남섬을 가기 위해서는 들러야 하는 곳이다. 북섬의 최남단 도시로 쿡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섬과 마주하고 있다. 1865년 뉴질랜드는 오클랜드에서 웰링턴으로 수도를 옮겼다. 지금은 45만명 정도가 살고 있지만 당시에는 4천 900명이 사는 소도시였다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은 바람이 없는 전형적인 늦은 봄 따뜻한 날씨다. 캠퍼밴으로 뉴질랜드의 수도 한가운데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시내 중심가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우리는 뉴질랜드 박물관 옆 공영주차장에 자리를 잡았다. 도심 한가운데서의 캠핑이다. 여기서는 샤워도 할 수가 없고 화장실이 다소 떨어져 있긴 했지만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다. 

오랜만에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어둠이 내린 웰링턴 시내를 돌아다니다 중국요리집을 발견했다. 이상국 사장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에 놀라며 맛있는 요리도 맛보았다. 7년 동안 북경에서 생활한 그는 중국 음식에 일가견이 있어 값싸고 입맛에 잘 맞는 다양한 요리를 추천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다 우연히 입구 게시판을 보게 된 우리는 당황했다. 일요일에는 ̒일요시장(Sunday Market)̓이 열리므로 주차한 차량은 새벽 4시까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일이 일요일이다. 당장에 차량을 이동하기에는 불가능했다. 술도 한 잔씩 한데다 밤이 늦어 새벽에 차를 빼기로 하고 간단한 양치와 물티슈 세면 후 잠자리에 들었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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