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방송사 등이 배상하라”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고연금)는 캐디 A씨와 그 부모가 중앙방송과 데상트코리아, 한국프로골프투어, 비제이엠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중앙방송 등은 A씨에게 1298만원, 부모에겐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5월 경기도 용인시 88CC에서 열린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한 프로선수의 캐디로 참가했다. A씨는 대회 3라운드째 11번홀 티샷을 마친 선수를 따라가다가 잔디밭 사이로 난 카트길 부근에서 TV 중계용 케이블에 걸려 넘어져 팔꿈치 쪽 뼈가 부러졌다. A씨와 그 부모는 2014년 12월 소송을 냈고, 중앙방송 등은 “A씨가 무거운 골프가방을 메고 급히 이동하면서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과실로 발생한 사고”라며 반박했다.

법원은 작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국제골프대회 프레지던츠컵 당시 설치된 방송 케이블을 기준으로 볼 때 A씨가 사고를 당한 대회는 케이블이 안전하게 설치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방송케이블이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가로질러 설치됐는데도, 덮개 등 안전장치 없이 여러 가닥의 케이블이 정돈되지 않은 채 설치됐다. 잔디밭 위 케이블도 잔디가 길어 잘 보이지 않았다”며 “케이블 설치 표시도 없어,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년 10월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프 대회 당시 카트 통행로와 잔디밭을 가로질러 설치된 방송케이블은 눈에 띄기 쉬운 색상으로 된 터널을 씌워 카트와 사람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어릴 때부터 골프선수로 활동한 A씨가 여러 차례 캐디로 대회에 출전해 골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본선 대회 3일째 사고가 발생해 A씨가 이전에도 사고 지점이나 부근을 지나갔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중앙방송 등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김기현  bettert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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