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란무엇일까. 오거스타내셔널의 침묵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고, 매혹하고, 매혹당하며 모두를 갈망케 한다. 하지만 골퍼가 응하지 않으면 그때는 그저 골프인 거지.” 
지난 4월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4대 메이저 중 어떤 대회를 가장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87%의 골퍼가 ‘마스터스’를 꼽았다. 
1934년 바비 존스와 클리퍼 로버츠가 처음 마스터스를 오거스타내셔널에서 개최했을 때, 이 대회는 US오픈 개최 장소로 거절당한 뒤 “그러면 우리가 직접 하자”는 오기의 발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오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라는 명칭으로 개최되던 당시는 4라운드 입장 가능한 ‘시리즈 티켓’ 가격이 5달러, 여기에 세금 50센트를 더하면 5.5달러였다. 처음에는 대회 티켓이 잘 팔리지 않았다. 찬바람 불던 시절 티켓을 구매해준 고마운 이들에게는 단순한 갤러리가 아닌 ‘패트런(Patron)’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패트런은 78년에 아예 마감이 되었다. 2000년에 한 번 오픈되었다가 다시 닫혔고, 그 이후로 패트런의 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 탈퇴자가 생겨야 다음 대기자에게 가입 기회가 생긴다. 현재는 연습라운드만 사전에 온라인 접수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마스터스를 직접 관람하고 싶은 골퍼들은 비싼 값을 주고 암표라도 살 수밖에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암표는 연습라운드 3000달러, 4라운드 관람권이 12,000달러 수준이다. 물론 이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인 오거스타 지역에는 마스터스의 성공으로 많은 이들이 먹고 산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정도라면 1주일간 집을 렌트해주고 2만달러 가량을 받는다. 대지 200평에 수영장 딸린 방 4~5개짜리 집이다. 물론 오거스타내셔널 주변에 있는 집들은 8~10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마스터스는 아이들의 봄방학 일정까지 바꿔놓았다. 미국은 보통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에 봄방학을 하는데 오거스타는 4월 둘째주, 마스터스가 열리는 시기로 봄방학을 미뤄둔다. 
마스터스를 관전하기 위해서, 물론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마스터스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전 세계인들에게 집을 비싼 값에 렌트해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플로리다 올랜도 같은 휴양지로 방학을 즐기러 떠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근처 골프장들도 호황이기는 마찬가지다. 오거스타내셔널 바로 옆에 있는 오거스타CC, 오거스타내셔널의 쌍둥이 코스라 불리는 세이지밸리가 바로 그런 곳들이다.
오거스타 지역 주민들은 암묵적으로 마스터스가 열리는 기간에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외지인들에게 예약을 해주면 평소 그린피의 몇 배를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조차 마스터스 기간에는 예약을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렇다면 마스터스 기간에는 주변 골프장의 그린피가 얼마일까. 보통 18홀 라운드에 간단한 식사와 캐디피를 포함해서 1500~2000달러 정도 한다. 패키지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오거스타내셔널 바로 옆에 붙어있는 오거스타CC는 11, 12번 홀에서 패트런의 환호를 들으며 라운드를 할 수 있어 인상적이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15마일 떨어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세이지밸리는 톰 파지오가 설계한 세계 100대 코스 중 하나다. 2001년 개장한 세이지밸리는 개발자인 웰던 와얏트가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이 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만든 코스라고들 말한다. 
숙박시설도 잘 되어 있어, 마스터스 참가선수들도 세이지밸리에서 머물면서 연습도 하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한국 선수를 만나 사진 촬영을 하거나 사인을 받는 일도 종종 있다. 물론 유명한 재벌들과 앞 뒤 팀으로 라운드를 하는 매혹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마스터스를 관람하고 왔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라운드도 하고 오셨나요” 이런 분들은 아직 마스터스 초보라고 할 수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휴장을 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은 6개월만 영업을 한다. 회원이 아니라면 동반자로 초청을 받거나, 세이지밸리 회원이 되거나(휴장 기간 동안 오거스타내셔널 회원들이 세이지밸리를 이용하고 해당 골프장 회원은 오거스타내셔널 라운드 기회 부여), 마스터스 기간 중 자원봉사를 하거나 등등 일반적인 골퍼가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거스타내셔널, 마스터스 등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면 가끔 시중에 나오는 동반자 자리를 구할 수 있다. 금액은 8만달러 선이다. 물론 이마저도 제안 받은 후 10분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그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건너간다. 
이 같은 골퍼들의 마스터스 욕망, 오거스타내셔널 욕망 덕분에 이 시장을 잘 아는 누군가는 한 주간의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낸 덕분에 1년을 먹고 살 수 있기도 하다. 
마스터스 관전 투어로 몰려드는 전 세계인들 덕분에 집을 빌려주고, 티켓을 구해주고, 라운드 티타임을 예약해주는 등 경쟁력 있는 에이전트들은 이 시장에서 큰손이 된다.
벌써부터 2024년 마스터스 관전투어의 예약이 시작되었다. 골프인생 버킷리스트에 한 번쯤 담겨있을 법한 마스터스 관람을 욕망해도 괜찮지 않을까.  

● 마스터스오픈 참관 후 특별 기고한 장수진 대표는 골프전문기자를 거쳐 클럽나인브릿지 홍보팀과 스카이72골프클럽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다. 라비에벨컨트리클럽 총지배인과 사우스스프링스컨트리클럽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퍼시픽링스코리아 대회협력부사장 및 수도권 총괄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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