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의 변화 (I)  

골프장에서 그린은 얼굴, 티는 홀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페어웨이는 티에서 그린까지는 온갖 장애물(러프, 해저드, 벙커 및 O.B 등)을 피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하는 ‘깨끗한 길(fair way)’이다. 
항해사가 목적지까지 장애물을 피해서 항로를 정하는 것처럼, 골퍼들은 페어웨이의 레이아웃을 보고 그린까지 도착할 방법을 생각한다. 좋은 페어웨이는 이러한 골퍼들의 다양한 선택지들에 대해 그린까지의 볼 운반을 잘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타격한 볼이 땅에 떨어진 이후 얼마나 굴러갈(런) 수 있느냐에 따라 비거리도 달라지고, 목표지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런이 너무 길거나 짧다면 재미도 없어지고 기분이 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사이프러스CC의 페어웨이는 혹평일색이었다. 
땅속에 유기물(대취)층이 너무 두꺼워 물 배수가 되지 않아 표면이 거의 항상 젖어 있었다. 질퍽거리고 물러서 볼이 떨어지면 땅속에 박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페어웨이에 박힌 볼을 찾더라도 묻어나온 유기물이나 진흙을 닦아야 했다. 마치 더러워지는 골프수건처럼 골퍼들의 마음도 상해갔다. 
실제로 대정잔디연구소에서 현장방문을 통해 측정한 토양 수분함량과 투수성은 각각 34%와 57㎜/hr로 토양 내 수분이 매우 많았다. 배수성은 흙토양 수준만큼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페어웨이의 토양 속이 무르고 수분이 가득 차 있다 보니, 잔디는 뿌리를 깊게 뻗지 않아도 수분을 잘 흡수 할 수 있어 뿌리의 발근성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땅속에 들어간 양분들의 흡수 또한 저조하여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과습한 토양환경에 뜨거운 여름 햇살이 더해져 토양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다보니 잔디 삶김(데침)현상이 나타났다. 고온스트레스를 쉽게 받았으며, 약해진 잔디는 쉽게 병에 걸리고 잡초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등 전반적인 잔디 밀도가 엉망이었다. 그러한 현상은 잡초를 낳았고, 잡초로 인해 울긋불긋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의 사이프러스CC 페어웨이는 빠른 그린업으로 이른 봄(3월 초)부터 푸른 잔디를 자랑한다. 대정이 관리를 하면서부터 최상의 잔디컨디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넓고 평평하여 시야확보가 용이하며, 물렁하거나 볼이 박히는 현상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탄탄한 표면, 적절한 시비 및 시약으로 병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어졌다. 새포아풀과 같은 이종잔디도 지속적으로 관리되어 페어웨이상태만 봐도 환골탈태한 골프장이 되어 갔다. 지금은 제주도는 물론 전국 골프장에서 벤치마킹을 다녀갈 만큼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 강동민  대정잔디연구소 부소장
• 일본 고베대학교 농학박사 • 국립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의학과 진균병리학
• 일본 고베대학 농학연구과 응용생명화학 농학박사
•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과학과 의학석사 • 미생물기능화학 전공  
• 한국 미생물 생명 공학회 회원 • 한국 생명과학회 회원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