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자연농원에 18홀 골프장의 허가를 받았다가 자진 반납 했던 적이 있다. 정부 정책이 재벌은 골프장을 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 갑자기 정해져서 일어난 일이다. 
이 제목의 이야기는 골프장 허가를 받기 위한 설계 공부를 하기 위하여 필자가 전 세계의 유명 골프장 85군데를 공 한 번도 치지 않고 코스만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대략 출장비가 약 7천만 원 정도는 쓰였으리라 짐작이 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엄청난 혜택이었다. 

코스 설계 부문의 ‘설’자도 모르는 필지가 설계 벤치마킹의 탐방을 하게 된 이유는 그 당시 한국 골프장 설계자들의 PT를 받아본 결과 때문이다.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고 판단한 회장이 필자를 보고 직접 공부를 해서 설계를 해보라 하신 것이다. 뒤늦게 짐작을 해보았지만, 세계 100대 골프장 붙박이 1위인 파인밸리의 설계도 전문가가 한 것이 아니었다. 아마추어가 스코틀랜드에 가서 공부한 후 설계한 것이 불후의 명작이 된 것을 회장께서 이미 아시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필자를 시킨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회장의 특별 지시이니 삼성물산의 전 세계의 각 지사는 제가 몸만 가면 되게 모든 것을 준비해 주었다. 상당히 효율적인 답사를 할 수가 있었던 혜택이었다. 어느 몇 번째 출장 타임에서 출장 보고를 회장과 부회장에게 하니, 한 분은 칭찬, 한 분은 꾸중하시는게 아닌가.
‘이것 큰일 났네. 어느 분을 따라야 하느냐?’고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출장 보고를 했던 내용은 “며칠 동안에 몇 개 골프장을 공부하고 왔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회장께서는 “아이고, 짧은 기간에 많이 보고 왔구나. 수고했다.” 하셨고, 부회장께서는 “뭐? 그게 출장이야! 그 짧은 기간에 몇 개국, 몇 개 코스를 보았다고? 프랑스에 갔으면 에펠탑은 보고 왔느냐? 비행기까지 타고 가서 골프장만 보고 오면 그런 낭비가 어디 있어? 그 나라 문화도 모르고...” 이런 식의 이유로 꾸중을 듣게 되었다.

아이들 심리로 생각하면 지금은 부회장이지만, 다음 회장이신데 어찌하면 좋을까? 
머리가 띵해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사흘이 지났을까. 드디어 답을 찾아내었다. 그 해답은 “회장님도 맞고, 부회장도 맞는 거야”이었다. 왜냐하면 회장님 시대엔 양적 경영이고, 부회장님 시대에는 질적 경영을 주창하고 계시니깐말이다.
마치 야구의 타순처럼 1번은 치고 나가고, 2번은 주자를 진루시키고, 3번도 4번도 각각 역할 분담을 하여야 승리를 할 수가 있듯, 두 분의 부자야말로 참으로 황금 타순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얻으니 회장께도 예! 예! 할 수가 있었고, 부회장께 아무 가식 없이 예! 예! 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그 유명한 미국의 피트다이 등 2명의 외국 설계와 필자가 만든 설계 중 필자가 설계한 것이 채택되어 자연농원에 드디어 18홀 허가를 받았던 내 생애 골프장 설계 첫 작품이 탄생하였지만, 결국 태어나지를 못했다.

▲안용태 GMI 회장
안용태 회장은 체육학 박사(골프코스디자인)로 삼성그룹 에버랜드㈜상무이사 (안양컨트리클럽 총지배인 10년) 및 한국잔디연구소 창설, 초대소장(4년 재임)과 그린키퍼 학교를 창설했다. (주)대명레저산업 대표이사와 일동레이크 골프클럽 대표이사를 거쳐 골프경영과 정보 발행인, GMI컨설팅그룹 대표이사 및 대한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