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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거목, 골프 거목 호암 이병철 회장의 비록 - <9> 5년 동안 내가 그린키퍼이다. 티마크 하나 제대로 놓을 줄 모른다. “안 군! 나 좀 제대시켜줘!”

어느 골프장 이든 회장님을 모신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각기 취향과 지향점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기 때문이다.
“15년 간 18홀의 티마크를 하나 제대로 놓을 줄 모르니 내가 그린키퍼야! 제발 제대 좀 시켜줘!”라고 이병철 회장이 말씀하셨다.
그말을 듣고 나니 막상 초자인 필자가 그 뜻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으랴. 15년 동안에도 안 된 것을 말이다. 고민이 많았다. 그린키퍼도, 캐디 마스터도 모두 모르겠다고 하니 이를 어찌하겠는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저는 공을 칠 줄도 몰랐으니 더욱 그러했다. 
“옳지, 답을 알겠다.” 
왜냐하면 내가 공을 못 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고 또한 다른 분들의 티 샷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면 답이있을 것 같았다. 같은 티마크라도 사람마다 티를 꽂는 자리가 다르니 ‘이것은 이론이 아니고 그 사람의 심리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회장님, 제가 오늘 티마크에 대해서 18홀 따라다니면서 좀 배우게 해주십시오.”라고하자 “그렇게 해”라고 하셨다. 회장님을 먼 발 치에서 살피면서 동시에 직원들을 멀리서 회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게 만들었다. 
“회장님 이 홀은 어느 곳이 좋겠습니까?”하고 물은 후에 답하시는 위치를 먼 곳 숲속에 말뚝을 박게 했다. 그 이후 그 자리에 티마크를 설치했다. 매후 흡족해 하셨다. 15년 간의 숙제가 순식간에 풀렸다.
생각해 보니 이 사안의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남의 심리를 모르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플레이마다 티를 꽂는 자리가 다른 것과 같이 ‘회장께서 티마크 라인의 선호하는 위치가 그분만의 편안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라는 개념 정리가 답을 찾게 하였다. 더군다나 회장께서는 언제나 구체적인 지시보다 개념 지시가 많으셨는데 우리 스스로가 알아차리지 못하였으니 그 긴 15년간 답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답을 찾아내니 희열과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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