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회의를 다녀온 그린키퍼의 표정이 어둡다.  아마 회의에서 코스팀에 대해 윗분들의 잔소리가 있었던 것같다. 눈치를 보고있는 관리자들을 모두 소집한 그린키퍼는 지난 한 주간 내장객들의 불만을 접수하여 둔 VOG (Voice of Guest) 내용을 관리자들에게 설명하며 주의를 당부한다.  먼저 그린모어들이 예지 작업 후 그린면에 떨어진 예지물을 잘 쓸지 않아서 고객이 퍼팅하는데 불편이 있었다고 했다.  또 티샷하는 고객 옆을 코스관리자가 오토바이 소리를 내며 지나가서 티샷 집중력을 방해했다고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매일 듣는 주의 사항이지만 잠시 방심을 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지난주 실수를 하여 고객들을 불편하게 했던 담당자들을 불러 별도 교육을 시키고,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현장 작업에 투입을 시킨다.

코스관리자들을 모두 작업에 투입시키고 천천히 고객들의 지난주 VOG를 꼼꼼이 살핀다. 불만사항 보다는 칭찬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생긴다. 어느 분은 그린이 느려서 스코어가 안나왔 다고 불평을 하셨는데, 어떤 분들은 그린이 빠르다고 칭찬하신 분들도 계시니 말이다. 모두 고마우신 분들이지만 잠시 ‘고객들이 원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코스관리자로써 고객만족을 시킬 수 있는 관리기준을 무엇일까’를 고민해 본다. 항상 하지만 언제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이다.  점차 마음 속이 복잡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갈때 쯤 문득 You Tube에서 재미난 영상을 찾아 내었다.

“Greenkeepers’ Revenge Day” 

물론 국내 골프장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일 것이다.  해외(주로 미국)의 (당연히 marketing의 일환이겠지만⋯) 어떤 골프장에서는 특정한 날 하루를 정하여 코스관리자들이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내장한 고객들을 골탕먹이는 날이 있다. 소위 그린키퍼가 그 동안 불만, 불평을 쏟아낸 고객들에게 복수(?)를 하는 ‘그린키퍼 복수의 날’이다. 우리 코스 관리자들도 깔깔대며 같이 시청하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듯 했다.  아마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서 일 것이다.

‘그린키퍼 복수의 날’, 그날 코스관리자들은 골프룰을 넘어서는 무시무시한 코스셋팅으로 내장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의자에 앉아서 티샷하기, 10초안에 티샷을 끝내지 않으면 스프링클러를 틀어 물벼락 내리기, 티샷 방향에 밀 짚단 쌓아 놓기, 페어웨이는 일부만 듬성듬성 깎아 놓기, 등등이다. 그린 셋팅은 더욱 난이도를 높여 홀컵 주변에 온갖 장해물을 늘어 놓기도 하고 심지어 홀컵을 러프에 또는 벙커 안에 만들어 두기도 한다.  퍼팅에 열중해 있을때 갑자기 옆에서 호루라기를 불거나, 코스에서 낙엽청소 할때 쓰는 블로워(blower)를 틀어 홀컵을 향하여 가는 공을 다른방향으로 불어 버리는 장난도 서슴지 않는다.   

온갖 난장판으로 셋팅 해 논 코스에서 쩔쩔매는 골퍼들의 모습이 통쾌(?) 하고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코스 셋팅을 고객들이 한홀 한홀 극복해 가면서 코스관리자들과 하나되어 서로 웃고 떠들면서 어깨동무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아마 고객과 코스관리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같이 웃고 즐기는 하루였을 것이다.  
부럽다. 이제 우리나라도 근엄하고 다가서기 어려운 고객이 아닌 다정다감한 형제같은 고객이길 바라본다. 아울러 우리도 단 하루만이라도 재미있게 골프를 할 수 있는 미국과 같은 이벤트 데이가 있으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하며, 배려하는 겸손한 코스관리자가 되어 대한민국의 골프문화를 따뜻하게 휴머니티(humanity) 넘치는 문화로 만들어 가야 하겠다. 

▲ 신홍균  (주)유골프엔지니어링 연구위원(이학 박사)
• [現] ㈜유골프엔지니어링 연구위원
• [前] SHK Turf Consulting Group  대표이사
• [前] 삼성에버랜드 잔디환경연구소장
         삼성에버랜드 제주·잔디환경연구소장 겸직
         국내외 200여 골프장 코스관리 자문
• [前] 미국 Northern Plain Bio-Stress Lab 연구원
         - 식물이 받는 각종 stress 및 품종개선연구
• [前] SD주립대 세포생물학 연구조교/강사
         국립경상대학교 겸임교수 (그린키퍼육성과정) 역임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