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신문=정찬필기자]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덕수궁을 끼고 정동길로 접어들면 평온하고 고즈넉한 시공간이 열린다. 유려한 돌담과 아름다운 가로수가 시선을 사로잡고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감성을 일깨우는 곳,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히는 이 길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있다. 전시보다 먼저 주변 풍경과 건물에 반한다는 멋진 미술관이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히는 이 길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있다. 전시보다 먼저 주변 풍경과 건물에 반한다는 멋진 미술관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 1988년 신문로 경희궁지 내 서울고등학교 건물 보수해 개관

서울시립미술관은 1988년 신문로 경희궁지 내 서울고등학교 건물을 보수해 개관했다. 서소문으로 옮겨온 때는 2002년 5월이었다. 옛 대법원 청사를 일부 보존하고 일부 신축해 재개관했다. 본래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에 경성재판소로 지은 르네상스식 건축물이다. 많은 항일 운동가가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해방 후에는 그대로 대한민국 대법원 건물로 쓰였고,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자 2002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보존한 부분은 아치형 현관이 특징인 옛 건물의 전면부다. 건축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건물 후면부는 헐고 현대식 건물을 신축해 전면부와 연결했다.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 사이좋게 공존하는 셈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옛 건물 전면부와 새 건물 벽면을 유리로 연결한 매개 공간을 가장 먼저 만난다. 유리 천장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밝고 화사한 자연광이 매력적이다.

▲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의 미술관, 6개의 전시실 보유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인 미술관에는 6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이 있다. 그중 2층에 천경자 컬렉션 전시실을 상설 운영한다. 한국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 화풍을 일군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실 외에 도서, 도록, 영상자료 등 미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과 카페테리아, 어린이놀이방, 수유실 등 편의시설도 충실하다.

가까이에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적인 건축물도 많아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당인 정동교회(사적), 1896년 고종이 순종과 함께 덕수궁을 나와 기거했던 ‘아관파천’의 현장인 러시아공사관(사적),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인 성공회 성당(서울시유형문화재)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 외에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SeMA창고, 백남준기념관, SeMA벙커 등 6개의 분관을 운영한다. <사진=한국관광신문>

▲ 가족 단위 관람객이 주로 찾는 북서울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 외에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SeMA창고, 백남준기념관, SeMA벙커 등 6개의 분관을 운영한다. 노원구 중계동에 자리한 북서울미술관은 어린이 갤러리가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즐겨 찾는다. 관악구의 남서울미술관은 대한제국(1897~1910)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던 건물에 2004년 개관했다. 화강암과 붉은 벽돌로 된 벽면이 발코니의 석주와 어울려 단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내부도 고풍스럽다. 현관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 아래 길게 뻗은 복도 양옆으로 여러 개의 방이 배치되어 있다. 백남준(1932~2006)이 성장기를 보낸 집터에 단층 한옥 원형을 복원해 조성한 백남준기념관, 군사정권 시절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도 소재 벙커를 예술 공간으로 조성한 SeMA벙커도 둘러볼 만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이면 현재의 7개 관에서 10개 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022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평창동), 2023년 서울사진미술관(도봉구 창동), 2024년 서서울미술관(금천구 독산동)이 각각 개관을 앞두고 있다.

1. 여행정보

- 서울시립미술관 : https://sema.seoul.go.kr

2. 숙박

- 신라스테이 서대문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76 / 02-6388-9000 / www.shillastay.com/seodaemun/index.do

- L7 명동 : 서울 중구 퇴계로 137 / 02-6310-1000 / https://www.lottehotel.com/myeongdong-l7/ko.html

- ENA스위트 호텔 : 서울 중구 세종대로11길 36 / 02-6020-7000 / www.enaho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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