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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계영배(戒盈杯)’와 맹사성에게서 배워라
이종현 편집국장

최근 필자의 골프칼럼에 대해 왜 논점이 바뀌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고 보니 칼럼 논조가 많이 바뀌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프장을 대변하고 대중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 각을 세우곤 했다. 골프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도 맞설 수 있다면 어느 환경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쓴 글을 보니 시각이 참 많이 바뀌어 있다. 어쩌면 정부의 잘못된 골프에 대한 행정과 세제보다도 더 우선인 것이 골퍼와 함께 가려는 맘이 없는 골프장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세상엔 정도와 균형 감각이라는 것이 있다. 정치도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권이 바뀐다. 예전엔 총과 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지금은 여론과 투표를 통해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골프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하다. 오로지 호황일 때 한 몫 챙기겠다는 골프장 측의 상업성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반자 정신이 상실됐다. 그린피는 거침없이 인상되고 있고 각종 식음료도 민망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식음료의 품질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가 하면 10월 11월엔 연부킹 단체를 골프장 측에서 쫒아내고 있다. 일반 골프장뿐만 아니라 태릉CC같은 군골프장 조차도 이익을 위해 비상식적 행동을 취하고 있다. 아무리 일조량이 줄어들고 매출이 줄어든다고 해도 고객과의 신의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이치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다. 술잔에 술이 70% 이상이 채워지면 모든 술이 다 밑으로 흘러내리게 만든 잔이다. 우리 선조들은 계영배를 통해 과욕을 경계하고자 했다. 탐욕은 채워지는 순간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내 손을 적시고, 옷을 적시는 줄 모르고 계속 담으려는 인간의 속성을 잘 나타낸다. 인간의 욕망은 70%가 채워지면 된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살아가면서 천천히 채우거나 넘치면 다시 나누면 된다. 그럼에도 지금의 골프장들은 70%를 넘어 100%를 채우고도 넘치도록 하고 있다. 그 넘침은 곧 나를 패망시키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많은 골퍼들이 지금은 참고 있다고 말한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자 앞에서 궁해질 때 보자는 식이다. 마치 새 가마니 보다 헌 가마니가 더 채울 수 있다고 하여 전국에 있는 헌가마니를 찾아다니는 형국이다. 정말 지금 이 시기가 자중하고 되돌아보고 비워내야 할 순간이라는 생각이다.  
조선시대 천재 맹사성은 19세에 장원급제를 했고 군수가 돼 고승을 찾아간 적이 있다. 어떻게 정치를 하면 되겠느냐고 고승에게 묻자 “나쁜 일 하지 말고, 좋은 일만 하라”고 했다. 그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면서 고승의 말씀을 흘러버렸다. 그러자 고승께서 차 한 잔을 내주면서 “찻잔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냐”고 호통을 쳤다. 당황한 맹사성은 급히 나오다 문에 부딪혔고, 그러자 고승께서는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맹사성은 이 말씀 덕분에 깊은 깨달음을 얻고 존경받는 정도의 정치를 할 수 있었다. 
지금 골프장들은 머리를 뻣뻣하게 들 때가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개를 숙여 살펴야할 때이다. 진정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 애쓰고 다양한 서비스와 나눔을 통해 마음을 얻으려 했다. 그런데 지금 골프계 전문가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현 정치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반드시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 항룡유회(亢龍有悔) 정신을 생각하고 진정성 있게 골퍼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요즘 2030세대, MZ세대를 위한 메뉴개발을 한다면서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만들어 국밥보다 더 비싼 2만원에서 3만원까지 받는 것은 계영배(戒盈杯) 정신을 생각해 봐야한다. 머리를 숙이면 부딪치지 않을 터인데 오만한 태도는 곧 머리를 부딪치고 말 것이어서 맹사성의 깨달음을 되돌아 봐야 한다. 지금 국내 골프장들은 오만과 잘못된 편견에 가득차 있다.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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