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민속박물관, 아산 외암마을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 아산 외암마을배산 임수 형국의 명당, 충청 지방 고유 격식 갖춘 고택 보존

레저신문
승인 2021.09.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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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마을은 아산 시내 남쪽 8km 거리에 자리한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조선 중기에 장사랑 벼슬을 지낸 이정 일가가 낙향해 터전을 일구었다고 알려진다. 마을 이름인 ‘외암’은 이정의 6대손인 성리학자 이간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정겨운 한국적 고택의 정취를 풍기는 외암마을 <사진=한국관광공사>

▲ 정겨운 초가와 돌담, 소박한 정원의 옛 모습 그대로 보존

위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국이다. 설화산이 듬직하게 등 뒤를 감싸고 외암천 맑은 물이 마을 앞을 흐른다. 충청 지방 고유 격식을 갖춘 반가의 고택 10여 채를 비롯해 정겨운 초가와 돌담, 소박한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외암마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60여 채의 집들을 둘러싼 돌담이다. 마을 입구 반석다리를 건너 정자를 지나 안길로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자연석 돌담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총 길이가 무려 5km에 이른다. 소박하고 편안한 시골 부락의 정취를 즐기며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 가옥마다 고유의 택호 붙어, 건재고택과 참판댁 대표적

외암마을 주요 가옥에는 집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딴 참판댁, 감찰댁, 풍덕댁, 교수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건재고택, 신창댁 등의 택호가 붙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고택으로 건재고택(국가민속문화재 233호)과 참판댁(국가민속문화재 195호)을 꼽는다. 건재고택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이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외암 이간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정원수를 식재한 정원과 사랑채가 어울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꼽히지만 아쉽게도 일반에 개방하지는 않는다. 영암군수댁이라고도 부른다.

참판댁은 이조참판과 규장각 직학사를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집이다. 마을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퇴호 이정렬은 고종의 아들인 영친왕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집에서 유명한 건 따로 있다. 가문의 비주로 전해오는 연엽주다. 일반적으로 탁주는 누룩과 고두밥으로만 빚는데 연엽주는 누룩과 고두밥을 연잎에 싸서 발효시키고 솔잎과 감초까지 더해 독특한 향을 입혔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의 양조기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판매도 한다.

▲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미리 예약하면 숙박도 가능

마을 구경만으로 아쉽다면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한지 손거울 만들기, 율무 팔찌 만들기, 엿 만들기 등 전통 체험이 가능하다. 단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문의하고 가는 것이 좋다. 민박을 운영하는 집도 여럿이라 미리 예약하면 숙박도 할 수 있다. 주인이 거주하는 집은 아래채만 내어주고 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은 전체를 빌려주므로 가족 단위부터 단체까지 인원수를 고려해 선택한다.

마을 입구 한쪽에 따로 조성한 외암민속관도 잊지 말고 둘러보아야 한다. 외암마을은 전시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라 개방하지 않는 집이 꽤 많다. 민속관에 상류층, 중류층, 서민층 가옥을 재현해 신분에 따른 주거 공간을 속속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까닭이다. 주거용구, 부엌 살림살이, 농기구, 기타 소품 등 각종 생활용품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