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편집국장

본사 앞 재개발이 시작됐다. 앞 건물이 이사 가면서 텅텅 빈 주차장 공간이 생겨 쾌재를 외쳤다. 이제 걱정 안하고 아무데나 주차를 할 수 있게 됐고 실제로 편하게 주차를 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자 빈 건물 주차 공간에 낮선 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그 주차 공간은 낯선 차들의 세상이 됐고 심지어는 본사 주차 공간까지 점령해 왔다. 빈 건물이 생기면 그만큼 빈 주차공간이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주차하는데 골머리를 앓게 됐다. 
골프장이 요즘 그렇다. 얼마 전 만난 A골프장 오너는 “내장객이 늘어나 좋겠다”는 인사성 말에 손사래를 쳤다. A회장은 우린 많은 골퍼를 원하지 않는다. 적정선을 지키면서 말 그대로 품격 있는 명문을 지향하는데 요즘 젊어진 골퍼들로 인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A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에티켓의 실종 때문이라고 했다. 적어도 10여 년 전 해당 골프장 회원들은 서로간의 예의와 문화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젊은 골퍼들은 예절과 문화보다는 본인들의 감정이 우선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코스 내에서 담배꽁초를 그린에 까지 버리는가 하면 아무데나 침을 뱉고, 소리 지르는 등의 모습 때문에 많은 회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룰을 지키지 않는 것도 다반사이며 복장에 대한 매너 역시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필자 역시 요즘 골프장에 가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많이 목격한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면 보스턴백을 둘러매고 심지어 라운드 티만 입고 슬리퍼를 신고 오는 골퍼들을 종종 본다. 락커에 들어서면 더욱 심각하다. 신발, 옷, 가방까지 주욱 늘어놓고 자기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골퍼들도 있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갈아입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안함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만을 위해 그 공간을 사용한다. 어디 그뿐인가 목욕탕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파우더 룸에서 큰소리로 웃고 돌아다니기까지 한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서로가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 하는데 일본의 ‘메이와쿠’와 같은 배려는 전혀 업다. 설상가상으로 드라이어 기로 가랑이를 쩍 벌리고 중요(?)부분을 말리고 겨드랑이와 발가락까지 말리는 모습에서 10대 교역국, 골프3대 강국이 맞나 싶은 지경이다.
어쩌다가 동방예의지국, 높은 골프문화 수준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지 개탄 스러울 정도이다. 우리 사회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공 에티켓 인식이 실종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골퍼는 입과 머리 그리고 행동이 따로 놀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을 탈 때 백팩을 앞으로 멘다고 하다. 뒤로 메면 자칫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까봐 라고 한다. 제발 우리도 행동하기 전에 말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부터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나만 밝으면 된다면서 LED 조명으로 바꾸는가 하면 전조등도 켜지 않고 밤 도로를 달리는 위험천만한 ‘스텔스기 족’들이 그렇다.  
공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곧 잘못이다”라고 했다. 알려 하지도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면 교육은 왜 필요하며 문화수준은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 골프장 선진문화 진입은 상대에 대한 배려부터가 시작이다. 경희대 김중백 교수는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성장이 강조돼 오면서 공공성을 발전시킬만한 계기나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앞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가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장에 골퍼가 늘어나고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지 만 말고 날로 실종되어 가는 골프에티켓 공공질서와 예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이는 곧 점잖은 골퍼, 충성도 높은 골퍼들을 다시 골프장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년 전 만났던 어느 형사의 말이 생각난다. 청량리 역 근처 조폭 두목을 왜 검거하지 않느냐고 하자 “그 두목을 검거하면 질서가 잡힐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혼란이 옵니다. 그 아래 비슷한 조직끼리 매일 싸움이 일어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적절한 예는 아니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대장이라는 말처럼 무작정 세상에 좋은 것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골프장이 더 발전하고 문화수준을 높여 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골프장 현실에 대해 직시하고 개선하며 또 노력해야 할 과제가 많을 듯하다. A골프장 오너의 깊은 시름처럼.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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