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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르포•사우스링스 영암> 이종현 국장의 '사우스링스 영암' 인문학적 해석 : 영암 사우스링스 골프장은 ‘채움이 아닌 비움’을 위한 흑백필름 같은 담백한 여행의 시작세계 명 코스디자이너 ‘칼 필립’ ‘짐 앵’, 각기 다른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 개성을 담아내다”
칼립 코스 4번 홀

바람소리, 갈대 울음, 새와 물소리, 나의 뛰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자연그대로의 ‘사우스링스’
인간은 떠나고자 한다. 다시 돌아 올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인간은 왜 떠나려는 것일까. 수 천 년 전 인간의 떠남이 없었다면 인류는 사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울타리를 세웠다. 부는 축척이 되었지만 인간에겐 떠나고자 하는 DNA가 살아있어 언제나 떠남을 갈구한다. 호모루덴스(Homo Ludens·노는 인간), 인간에겐 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가득 채우려 세웠던 울타리를 벗어나 비우고자 떠나고자 한다. 진정한 비움이다. 여행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채워서 오고자 한다. 그래서 떠난다.                        

-  이종현 국장이 詩人의 감성으로 영암 사우스링스를 조각하다.

 

짐 앵 코스 9번 홀

▲영암 사우스링스는 인간의 놀고자하는 심리와 비움 그리고 채움에 관여하다.
딱 1년 전에 영암 사우스링스 골프장은 문을 열었다. 오픈식도 그리 요란하게 하지도 않았고 홍보에도 큰 의지가 없었다. 쉽게 잊히거나 관심을 받지 않을 여건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영암 사우스링스에는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일부처럼 각기 다른 45홀에 가득 채워져 있다. 영암 사우스링스 코스는 그저 담백한 흑백의 풍경처럼 자연을 끌어안고 있을 뿐이다. 수도권 골프장처럼 화려한 조각이나 조형, 코스를 티나게 화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갯벌에서 갈대가 나고 그 사이로 강이 흐르고, 바람이 몰려다닌다. 그 자연을 그대로 품어, 코스 디자이너 ‘칼 필립’과 ‘짐 앵’이 각기 다른 골프장으로 만들어 냈다.
골프장과 자연의 경계가 없다. 콘크리트 향, 빌딩 숲이 없는 이곳은 말 그대로 자연의 숲이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지친 골퍼들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흑백 필름 같은 사우스링스로 온다. 4시간을 달려와 4시간의 라운드를 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다. 비행기로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갈 수 있는 스코틀랜드보다도 더 스코틀랜드 같아서 ‘셀렘’은 덤이라고 말한다. 

칼립 코스 3번 홀


내 삶에 쉼표를 주고 싶어 오는 사람들, 코스 사이로 흐르는 강과 멀리 조망되는 바다를 배경으로 철새가 날아오르면 힐링이다. 플레이를 하다가 잠시 멈춰 함께 풍경이 되는 이곳 사우스링스 코스는 그래서 비움이다. 빌딩, 네온사인, 요란한 간판 하나 없는 이곳 사우스 링스는 그래서 감동이다. 그저 그 숲속 코스에는 인간이 관여하는 것이라고는 ‘굿 샷!’ 소리일 뿐이다. 페어웨이에 진입하는 2인승용 두 대의 카트는 바다와 갈대 그리고 강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흘러간다. 캐디가 없어 내 의지대로 라운드를 하면 된다. 우리가 꿈꾸던 슬로시티를 실현하는 시간이다. 욕망의 모든 것을 다 비우고 자연의 온갖 바스락 거리는 달콤한 영혼을 담아내는 순간이다. 모든 것을 비우고자 떠나온 이곳 사우스링스에서는 어느덧 채움이 자연스럽게 관여하고 있다.
 


▲코스설계의 세계적인 거장 ‘칼 필립’과 ‘짐 앵’의 숨결이 영암 사우스링스에 녹아들다.
영암 사우스링스 골프장의 가장 상징적인 것이라면 세계적인 코스설계의 두 거장 ‘칼 필립’과 ‘짐 앵’의 코스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누구의 손맛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코스 역시 누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개성과 감동이 달라진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킹스반즈를 설계한 칼 필립은 자연 그대로를 재단하듯 하는 디테일의 설계자로 유명하다. 국내 골퍼들에게도 이미 사우스케이프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보았고 영암 사우스링스를 통해 그의 골프철학의 완성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세계 30여국에 100대 코스를 탄생시킨 칼 필립의 18홀 코스를 영암 사우스링스에서 만난다는 것은 국내 골퍼들에게는 행운이다. 특히 칼 필립코스는 벤트그라스로 조성된 18홀 코스이어서 디테일한 샷감을 맛볼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골프장 중 한 곳이다. 타 골프장들 역시 벤트그라스로 조성된 골프장은 그린피에 있어서도 2, 3만원이 더 비싸다.


짐 앵이 설계한 27홀은 부드러운 듯 거침을 동시에 지닌 링크스 코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짐 앵 역시 이미 국내 장수CC에서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링크스 코스 설계를 선보인바 있다. 짐 앵은 2004년 ‘올해의 코스디자이너’로 선정될 만큼 그만의 독특한 코스설계 철학은 대단하다.
두 거장의 골프코스를 한 곳에서 본다는 것은 1석2조다. 링크스코스를 경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할 이유가 없다. 영암 사우스링스에 오면 45홀로 구성된 이곳에서 한국적 링크스 정서가 기막히게 녹아들어 있는 ‘링크스 라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이 중재할 수 없는 거친 바람이 갈대 숲속에 숨어 거친 숨을 몰아쉰다. 가끔은 비도 내리고 구름과 태양이 가늠할 수 없는 자연을 만들어 낸다. 골프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여기 사우스링스이다. 때로는 너무도 고요해 잠시 눈감고 있으면 어느 사찰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칼립 코스 9번 홀


칼 필립 코스와 짐 앵 코스를 돌아보면 마치 남성미와 여성미를 동시에 경험한다. 때론 거칠지만 부드러움이 있고 쉬울 듯 다가서다가도 어려움으로 시험을 하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갈대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모든 것을 비우고자 와서 비로소 채워지는 것들이다.
칼 필립과 짐 앵 코스를 돌면서 느낀 것은 비움, 즉 여백은 0이 아니고 이 겨울 매서운 바람에도 견뎌내며 그린을 향해 달려가는 자연과의 교감임을 느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것이다.

칼립 코스 15번 홀

▲서울서 3시간 30분이면 ‘스코틀랜드식 링크스’ 코스와 만날 수 있다.
골퍼라면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골프의 발상지 스코트랜드 링크스코스 골프 성지 여행이다. 그 여망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영암 사우스링스이다. 스코틀랜드보다 더 스코틀랜드 링크스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다녀가는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나무 하나 없는 온통 바람과 벌판 그리고 갈대 천지”라는 평가와 “진정 골프의 원형, 그리고 철학을 오롯이 경험했다. 감동적이다”로 상반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골프 요소와 풍경으로 인해 색다른 경험과 감동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사우스링스엔 캐디가 없다. 골퍼가 페어웨이에 진입하고 스스로 18홀을 의지대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는 로봇이 식사 서빙을 해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물론 2인 플레이가 허용되는 국내 최초 골프장으로 제한적 요소가 적다는 부분도 큰 장점이다. 연평균 14도 이상을 보이고 있어 특히 겨울 골프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영암 링크스 코스에서 한 달 살기 체험이 진행 중이다. 인근 해남, 목포, 진도 등 다양한 관광지와 골프장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서 3시간 30분이면 이미 필드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연과 코스의 경계가 없는 이곳 영암 사우스링스에서 나만을 위한 플레이를 하면 된다.
조지 무어는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 한다”고 했다. 이곳이 바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찾아 플레이하고 다시 채워 갈 수 있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손’까지라고 한다. 아무리 머리로 생각해도 정작 손으로 실행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색다름을 경험하고 싶다면 꽉 찬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면 떠나야 한다. 머리로 결정하고 손으로 실행하며 발로 떠나면 된다. 영암 사우스링스 골프장은 그런 의미에서 가면 저절로 비워지고 돌아올 때는 가득 채워지는 공간이다. 
<영암=이종현 국장₩시인>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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