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골프장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골프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무풍지대’로 불리며 호황을 누렸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에다 동반자와 캐디를 제외하고는 밀접 접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영화관이나 식당, 카페등을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 앉지 않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 각 골프장 내장객 불안해소 위해 안간힘, 코로나 헛소문에도 진땀
골프장들은 지금도 내장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골프장들은 지금도 클럽 하우스 입구에서 내장객들의 열을 측정하며 37.5도가 넘으면 재측정하고, 기준치가 넘으면 귀가를 권유할 정도다. 골퍼들의 불편과 진행 속도가 크게 느려지는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내린 결정이다. 또한 대부분의 골프장은 라운드 전 손 세정제 사용을 의무화하고 마스크 사용을 필수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골프장들은 출처없이 나도는 ‘코로나 괴담’에도 진땀을 빼고 있다. 평소라면 ‘헛소문’으로 웃어 넘길 일이지만 자칫하다간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골프장에서는 회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진 뒤 예약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요즘은 골프장과 관련한 헛소문이 돌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업무가 새로 생겼다”며 “코로나 19와 관련된 소식이 워낙 민감하기에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골프장이 포함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 클럽하우스 식당과 사우나 이용률 급감,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
수도권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골프장 방문객의 ‘사우나 이용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이용률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라운드 후 클럽하우스 내 식당 이용객 수도 눈에 띄게 줄었고, 아예 옷만 갈아입고 귀가하는 골퍼가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골프장의 방역에는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상당수 골프장들은 사우나와 목욕탕에 방역전문업체를 통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골프카트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직원들은 근무 시간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골프장의 식사 문화도 달라졌다. 혹시나 모를 감염을 우려해 아예 식당 이용을 자제 하고 담소도 나누지 않고 곧바로 귀가하는 경우도 늘었다. 메뉴 선택에 있어서도 음식을 나눠 먹는 뷔페나 찌개류의 인기가 크게 줄었다. 설령 식사를 하더라도 김치 등의 반찬을 함께 먹거나 식사 중 대화가 없어졌다. 일부 골퍼들은 밥 대신 샌드위치나 삶은 계란 등으로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라운드 시에도 수시로 손 세정제를 사용하거나 아예 클럽하우스에서부터 양손에 장갑을 끼는 경우도 늘었다.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는 문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등을 이쑤시개나 팔꿈치, 휴대전화 모서리로 누르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는 이처럼 골프장 곳곳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 접대와 친목을 위한 골프에서 나홀로 즐기는 골퍼 증가
골프를 즐기는 문화도 바뀌고 있다. 과거의 골프는 접대와 친목을 위한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골프장으로 이동할 때부터 함께 차를 타고 움직여서 라운드 전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라운드가 끝난 뒤에도 사우나를 이용하고 뒷풀이까지 하는 형태가 주류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나홀로 골퍼’들이 늘고 있다. 
나홀로 골퍼란 동반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며 혼자 골프를 즐기고자하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서로 모르는 4명이 만나 즐기는 ‘조인 골프’의 인기가 고공 상승 중이다. 부킹 전문 업체는 물론 골프 조인 밴드(네이버 밴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활성화 되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골프 조인 밴드를 즐겨 이용한다는 S씨는 “최근에는 즉석 부킹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단점도 있지만 대인관계로 인한 피로가 없기에 개인적으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골프부킹사이트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지난 8월 ‘조인 예약’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혼밥, 혼술 등 혼자서 취미생활 즐기는 ‘비대면’ 골프 문화 확산
왜 ‘나홀로 골프’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19 확산과 함께 ‘혼골족’의 증가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혼밥, 혼술 등 혼자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일상을 보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부분이 골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에 사는 K씨의 경우 ‘나홀로 골프’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골프는 준비 과정부터 필드로 나가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일정을 맞춰 라운드 계획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 며 “반면 나홀로 골프의 경우 내가 편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서로 부담없이 라운드를 즐기고 헤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초창기 이러한 골프 부킹 방식은 4명을 기준으로 1~2명의 인원 공백이 생기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거나 아예 라운드가 취소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모르는 골퍼를 조인시키는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예 1인 부킹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업체와 부킹을 주선하는 부킹 매니저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나홀로 골프는 비대면 골프라고도 할 수 있다. 대화나 스킨십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개 티오프하기 전 간단한 인사만 하고 골프를 즐긴 뒤 역시 인사를 하고 각자 귀가한다. 함께 식사를 할 필요도 없고 따로 요금을 정산할 필요도 없다. 이 경우 캐디들도 웬만해서는 말을 걸지 않는다. 부킹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이러한 형식의 즉석 부킹 형식은 20~30대 고객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관심도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사람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킨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향후 골프 문화의 대세로 부상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즉석 부킹이나 조인 골프는 시간과 비용의 유연성을 더해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골프 문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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