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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잔디 소녀’ 태현숙 박사가 말하는 잔디이야기 <38> 그린 갱신을 하기 전에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한 번쯤 사 보셨을만한 장난감 중 하나가 레고입니다. 
귀가 얇은 필자 역시 아이가 어릴 때 레고를 사 주었는데 한 동안은 자동차도 만들고 배도 만들더니 금세 싫증을 내서, 집안 여기 저기 레고 조각이 굴러다니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발바닥 지압을 몇 번 당하고 난 후 고스란히 장난감 통에 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작품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저희 집에선 창의력은커녕 부상만 주고 퇴장한 장난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레고에 대한 저의 편견을 한 번에 없애준 건 화려한 레고 작품이 아니라 아주 심플한 작품이 있습니다. ‘레고로 만든 잠수함’ 인데, 보통 잠수함이라고 하면 거대하면서도 화려한 작품을 상상할 텐데 이 작품은 바다를 표현한 파란색 레고 블록들 위에 조그마한 잠망경이 보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작품에는 많은 레고 조각이 필요치 않으며 화려한 기술도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보고 잠망경 아래 거대한 잠수함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죠. 어떤 일이든 생각과 시선을 다르게 가지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얼마 전 코스 관리자한테 재미있는 영상을 받았는데 공구용 전동 드릴로 골프장 그린을 뚫는 영상이었습니다. 가까운 잔디 관리자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니 일본에서도 배수가 불량하거나 토양을 개량해야 하는 그린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작업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drill & fill 이라는 갱신 작업과 같은 원리입니다. 간혹 골프장에서 토성이 좋지 않고 배수가 잘 안 되는 곳은 drill & fill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대규모 갱신이라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잔디의 회복도 늦어 웬만한 골프장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린에서 공구용 드릴로 부분 갱신을 하다니 매우 참신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번거롭고 효율도 낮지만, 금년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앞에서 더 필요한 것은 정교한 관리 기술보다 이런 유연한 사고 즉 창의적 발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해는 9월 7일이 백로이었습니다. 갑자기 밤 기온이 뚝 떨어지고 그린에도 윤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비가 그치면 손상된 잔디도 수리해야 하고 그린 갱신 작업도 서둘러야 합니다. 갱신 작업은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어 잔디가 빨리 회복되도록 도와줍니다. 갱신을 하기 전에 먼저 토양이 얼마나 단단한지 유기물이 얼마나 많아 졌는지 등을 알아두면 작업 방법을 결정하기 쉽습니다. 잔디밭에서 건강한 토양이란 공극(흙 입자 사이에 공기나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과 토양 입자가 적정한 비율도 되어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것을 토양의 용적밀도로 측정해 보면 1.2~1.5g/cm3 정도가 잔디를 위한 적정 범위이며, 용적 밀도가 1.6g/cm3 이상으로 올라가면 뿌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1.9g/cm3를 초과하면 뿌리 생장이 거의 중단될 수 있습니다. 용적 밀도가 높을수록 토양은 더 압축되어 공극이 줄어들기 때문에 뿌리 생장이 억제되는 것입니다.

※ 토양 용적 밀도: 1㎥의 흙을 채취하여 이것을 건조(보통 110℃에서 18시간)하였을 때의 중량. 흙속에는 공기나 수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보통 흙의 밀도보다 작은 값을 나타냅니다(가밀도, 가비중).
갱신은 단단한 토양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용적 밀도를 낮추고 동시에 표층의 유기물을 줄여 줍니다. 보통 통기 작업이라면 hollow 타인으로 코어를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가을엔 solid 타인만으로 갱신 작업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떤 작업을 선택하든 토양의 상태와 갱신의 목적만 정확히 이해한다면 문제없습니다.

■문의 : 070-4763-0525

▲태현숙
•농학박사, 한국잔디학회 총무이사 
•한국그린키퍼협회 자문위원
•전)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 소장
•현) 유골프엔지니어링 잔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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