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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구룡포 시래기국수와 북부시장 막회거리를 가다
(사진=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방송화면 캡처)

[레저신문=오상민기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경북 포항시를 여행한다.

4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KBS 1TV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79화에서는 ‘꿈틀대다 철강동네-경북 포항시’ 편이 전파를 탄다.

동해안의 작은 어촌에서 세계적인 철강 도시로 눈부시게 성장한 경북 포항. 그 역사 뒤에는 거센 삶의 풍랑 속에서도 주어진 시간을 개척하고 인내하며 새빨간 용광로에 뜨겁게 인생을 단련한 이웃들이 있다.

포항이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화의 땅인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유일한 일월 신화 ‘연오랑세오녀’ 이야기의 배경인 포항. 신화를 스토리텔링 한 공원에 오르면 영일만 건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제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포항의 살아있는 신화를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구슬땀 흘리는 포항의 강인한 이웃들을 찾아 동네 한 바퀴 여정을 시작한다.

포항의 원도심을 걷다 철길 건널목을 건너는 배우 김영철. 여전히 운행 중인 한쪽 선로와 달리 다른 쪽은 끊겨 그 위로 푸른 숲이 우거진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2015년 제 소임을 다하고 운행을 멈춘 4.3㎞의 동해남부선 철로를 따라 나무를 심고 녹지를 조성한 포항 철길숲. 철길 숲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도심의 허파 기능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방송화면 캡처)

공원을 산책하던 배우 김영철, 공원 한가운데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발견한다. 3년 전 폐철로를 걷어 내던 중, 지하에 매장되어있던 천연가스가 분출했고, 여기에 불꽃이 옮겨 붙어 지금까지 타오르고 있다. 이름하야 ‘불의 정원’이다. 365일 꺼지지 않는 포항의 심장, 용광로처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꺼지지 않는 ‘불의 정원’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철로를 따라 들어선 효자동. 효자동은 70년대 제철소 사원 주택촌이 형성됐던 동네다. 하루 세 번 3교대 하던 제철소 직원들의 노란 제복 물결을 볼 수 있었던 곳이다. 제철소와 그 시작이 같은 효자시장을 걷던 김영철은 하모니카 소리에 이끌려 한 떡집으로 들어간다. 아내는 이 집 대표 메뉴인 무떡을 만들고 남편은 신명 나게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 제철소를 다니다 퇴사한 후 처가가 물려준 떡집을 20년째 운영하는 부부. 전직 철강맨 남편은 늘 아내의 힘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하다 제철소 다닐 때 어깨 너머 배운 기술로 떡 식히는 기계도 만들었다. 떡집 앞에 무인판매기를 설치한 것도 남편의 아이디어. 흥겨운 하모니카 연주도 아내를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활력소로 속 깊은 남편의 진한 애정이 담겨 있다.

포항에 왔으니 바다 구경은 필수다. 원도심을 떠나 한적한 포구마을, 구룡포로 향한 배우 김영철. 탕탕 소리가 들리는 시래기국수 집 안으로 들어가니 꽁치를 ‘당구치고’ 있는데. ‘당구친다’는 포항 말로 꽁치를 잘게 다진다는 뜻이란다. 동네 개도 꽁치를 물고 다닐 정도로 꽁치가 흔했다는 구룡포. 국숫집은 시래기와 함께 다진 꽁치 완자를 넣어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꽁치완자 시래기국수를 만든다.

(사진=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방송화면 캡처)

50년 동안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헛헛한 속을 채워주던 시어머니의 시락국수는 일 년 전부터 며느리가 이어받았다. 86세의 고령에도 시어머니는 식당에 나와 손을 거들어 주신다. 22살에 시집온 며느리가 벌써 환갑이다. 40년을 끈끈하게 살아온 고부는 엄마와 딸 같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시어머니의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며느리는 말없이 정성껏 끓인 시락국수 한 그릇으로 위로한다. 며느리의 시락국수에는 인생의 고락을 함께한 고부의 정이 담겨 있다.

부둣가 끝에 다다르니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조선소가 있다. 크기는 작아도 상가되어 있는 배들의 수는 서너 척이다. 인사부터 유쾌한 사장님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던 낡은 조선소를 본인이 직접 고쳐서 18년째 운영하고 있다. 17살에 조선소에 들어가 용접을 배운 후로 나날이 발전하자는 ‘일일신우일신’을 신념으로 삼고 평생을 살았다. 남들은 못 고친다는 배를 본인의 기술로 고쳐서 내보냈을 때 가장 뿌듯하다는 사장님. 조선업에 평생을 바쳤어도 수리한 배를 내보낼 때 마음은 까까머리 열일곱 그 시절의 초심 그대로다.

(사진=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방송화면 캡처)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영일만 북부시장, 이곳에는 반 평 남짓한 난전에서 막회를 써는 엄마들이 모여 있다. 이곳의 엄마들은 평균이 3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회 써는 몸놀림 말고는 숨 돌릴 틈 없이 살아온 엄마들의 허리는 모진 세월을 보여주듯 한쪽으로 휘었다. 엄마들 중에서도 경아 엄마는 40년 넘게 막회 거리를 지키며, 자식들만이라도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회를 썰어 5남매 모두 대학을 보냈다.

그렇게 애끓어 가며 키운 맏딸이 10년 전부터 엄마의 맞은편에서 회를 썰고 있다. 볼 때마다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말할 데 없어 속으로만 묻어둔다. 모녀는 손님이 많아도, 적어도 서로 걱정이라 잠깐 숨 돌릴 때 모녀의 시선 끝에는 늘 엄마가 있고, 딸이 있다. 자식 이름 걸고 시장에 나와 평생을 헌신한 엄마의 막회. 모녀가 대접한 귀한 물회를 맛보며, 어디에나 있을, 평범하지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란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한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속도의 시대에 잃어버리고 살았던 동네의 아름다움, 오아시스 같은 사람들을 보물찾기하듯 동네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하며 팍팍한 삶에 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오상민 기자  ohsm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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