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서울광장 잔디

▲잔디의 기능얼마 전 시청 앞 서울 광장에 잔디를 새로 교체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금년에 약 6,449㎡ 규모의 잔디를 새로 교체하는데 3월 말에 교체해서 5월 1일에 광장을 개방 한다고 합니다. 서울 광장의 잔디 종류는 켄터키블루그래스인데 잘 아시겠지만 이 잔디는 한지형 잔디이므로 고온과 건조에 취약합니다. 
따라서 서울 도심의 빌딩 숲 사이에서 켄터키블루그래스 잔디 광장을 관리하려면 여름철에는 상당량의 농약과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많은 혹자들은 서울 광장에 토종의 한국잔디가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합니다. 이 같은 지적은 아마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선정한 이유로는 답압(밟히고 눌림) 후 회복 능력, 시각적인 경관성, 상한 잔디 교체의 편의성 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언론(시정일보 2020. 3. 24 外)의 게재된 켄터기블루그래스의 기사를 보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내용을 읽었습니다. 켄터키블루그래스가 토양의 침식과 오염을 방지하면서 먼지와 소음을 줄이며, 여름에는 주변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에는 지면의 온도를 높이는 등, 온도 조절 효과가 탁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틀린 내용은 아닌데 그렇다고 정확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다양한 잔디의 기능에 대해 잠깐 소개해 보겠습니다. 시정일보 기사에 소개된 놀라운 기능들은 켄터키블루그래스만의 기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잔디의 일반적인 기능에 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잔디가 축구나 골프와 같은 스포츠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기능에만 주목하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골프를 5년 정도 치신 골퍼라면 양 잔디가 한국 잔디 중지보다 습도와 열에 약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엔 건강한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약과 물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잔디밭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삶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잔디가 우리 일상의 삶에 얼마만큼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온도조절: 아스팔트보다 17℃를 낮춘다. 
잔디는 토양 속의 물을 저장하였다가 동시에 많은 양을 대기 중으로 증발시키는데 이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합니다. 여름에 공원의 잔디밭이 아스팔트보다 더 시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 두 지역의 표면온도 차이가 17℃ 정도 발생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 공기 정화: 200㎡(60.5평)의 잔디밭 4인 가족이 산소량 만든다. 
잔디를 포함한 모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배출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약 200㎡의 잔디밭은 4인 가족이 소모하는 양의 산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3. 대기 오염물질 제거 
잔디는 대기 중 먼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표면에 흡착하고 토양에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내 잔디에 의한 먼지 감소 효과가 연간 1,200만 톤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4. 토양 유실 방지 
잔디밭은 여름철 집중 강우가 발생할 때 토양이 한꺼번에 유실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능도 합니다. 강우 시 도로변이나 골프장 사면에서 잔디가 피복된 지역의 토사 유출 위험은 현저히 낮습니다. 

5. 지하수 오염 방지
원래 토양은 강우 및 지표수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지만 잔디밭에서 이 기능은 더욱 높아집니다. 잔디밭의 유기물은 비료, 중금속 같은 물질들을 1차 흡수하여 지하수 정화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6. 소음 감소
다른 식물들처럼 잔디밭도 소리 파장을 흡수하여 분쇄시킴으로써 소음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리 파장이 토양 표층에 도달하면 내부로 흡음시키는 원리 때문에 소음이 감소합니다.

7. 경기 중 부상 감소
잔디 운동장에서는 맨 땅에 비해 넘어질 때 충격이 적고, 슬라이딩을 했을 때도 화상의 위험을 크게 줄여주므로 부상이 감소합니다.

8. 심리적 안정감 제공
잔디밭은 야구, 축구, 골프 등 스포츠 경기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하지만, 녹색의 경관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합니다. 

▲태현숙
•농학박사, 한국잔디학회 총무이사 
•한국그린키퍼협회 자문위원
•전)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 소장
•현) 유골프엔지니어링 잔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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