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비치

한국골프의 역사는 1900년경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원산세관에 있던 영국 고문들이 6홀의 골프코스를 만들고 공놀이를 했다는 기록을 통해서다. 
그 후 20여년이 지난 1921년에 지금의 서울 효창공원자리에 경성골프 구락부가 탄생했다. 그리고 1924년에는 한국 최초의 정규코스인 파 70의 18홀 골프장은 청량리에 개장되어 1929년 폐장될 때까지 활발히 운영되었다. 
본격적으로 한국 골프가 궤도에 들어선 것은 1929년 군자리(오늘날 어린이 대공원 위치)골프장이 개장되면서부터다. 군자리 골프장은 원래 왕실의 능자리였으나 당시 영친왕인 이은 공이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골프장 건설비로 거액을 하사함으로서 시공을 하게 되었다. 이후 60년대에 한양컨트리클럽과 태릉컨트리클럽이 개장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골프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 대다수의 한국 골프장은 산악에 조성된 마운틴 코스 
오늘날에는 5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성업중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 골프장은 산악지형에 조성된 마운틴 코스로 분류할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한반도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여기에 까다로운 부지매입과 건설허가를 피해 산중턱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자연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제와 건설 조항이 있지만, 골프장 인허가와 건설이 폭증하던 2000년대 이전만 해도 골프장이 들어설만한 부지를 구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산 중턱을 깎거나 아예 굽이굽이 깊은 산속에 지어진 골프장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마운틴 코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골프장이 늘고 있다. 바로 링크스나 듄스 형태의 골프장이 그것이다. 
골프 인구가 늘고 해외의 골프장을 접했던 골퍼들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골프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악지형 골프장들만 경험했던 한국 골퍼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골프코스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한국형 링크스 혹은 듄스 코스는 주로 매립지, 간척지, 염전, 폐기물 처리장 등으로 기존 산악지역과는 달리 비교적 평지에 들어선것도 특징이다. 

▲ 자연 그대로의 척박한 불모지에서 탄생한 골프
골프의 발상지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 해안에는 ‘링크스(Links)’라고 불리는 낮은 지대가 이어진다.  
링크스 지형은 사람의 인위적인 손길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류와 바닷바람과 같은 자연의 힘이 모래를 만들었고 동물들이 옮겨온 잔디씨로 인해 잔디밭이 조성되었다. 여기에 자연 그대로의 갈대와 야생 동물이 만들어 놓은 구덩이들이 벙커로 바뀌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골프 장비들의 상당수도 이러한 코스의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링크스는 경작지로 쓰기에는 척박한 불모지지만 골프 코스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물이 잘 빠지는 모래 토양과 연중 풍부한 강수량을 자랑한다. 물이 잘 빠지기에 농사에는 부적합한 땅이다. 왜냐하면 토양이 물을 머금고 있어야 작물이나 나무의 뿌리가 내려 자랄 수 있는데, 모래땅으로 인해 뿌리가 내리기도 어렵고 물이 없어 큰 교목이 생육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버려진 땅이었기에 골프장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영상 5∼23도의 온화한 기온은 골프 잔디인 페스큐(Fescue·다년생 화본과 목초로 유럽이 원산지)를 자연 발생시켰다. 또한 높이가 낮은 관목이나 야생화등도 링크스의 주요 식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링크스 코스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듄스라고 불리는 모래 사구의 존재다. 완만한 모래 언덕 수준이 아니라 웬만한 산보다 더 높은 곳(아일랜드)도 있으며, 이때문에 링크스에는 블라인드 홀들이 많다. 또한 이러한 듄스가 두드러진 골프장은 이름에 듄스를 붙이기도 한다. 

▲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링크스 코스 국내에도 속속 등장
이렇듯 링크스는 척박하고 혹독한 자연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환경에서 골프가 시작됐고 라운드의 묘미 역시 선사해 준다. 오늘날 해외의 명문 골프장 중에는 자연적인 링크스 코스가 많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이러한 코스들이 늘고 있다. 먼저 충남 태안 현대 기업도시의 현대 더링크스는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스타일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오픈했으며, 태안 간척지 태안기업도시 개발의 시발점으로 조성된 36홀 대중 골프장이다. 총면적은 약 1백 33만7천㎡, 36홀 144파로 기존의 링크스 코스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설계했다. 코스 안에 나무가 많고 숲이 우거진 기존의 산악형 골프장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해남의 파인비치CC 역시 아름다운 링크스 코스가 자랑이다. 다도해의 절경을 조망하며 남해의 리아스식 해안을 끼고도는 환상적인 레이아웃이 유명하다. 국내뿐만이 아닌 국제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골프는 물론 가족 휴가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온이 유지되는 서남해안 특유의 해양성 기후도 장점이다. 

남해 사우스케이프

개장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불어온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역시 꼭 한번 가볼만한 골프장이다. 경상남도 남해 창선면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은 지난해 영국의 골프스케이프에서 뽑은 ‘2019년 세계 100대 코스’에도 뽑힌바 있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인 카일 필립스가 설계한 18홀 골프장으로 바다 한 가운데 돌출된 케이프(Cape) 지형의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페어웨이가 조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이플비치

▲ 매립지와 간척지에 조성된 골프장, 새로운 매력 선사
지난 2012년 강원도 강릉에 개장한 메이플비치는 연탄재 매립지에 조성한 코스다. 자연 지형이 아니라 매립지여서 오랜 세월 뿌리내려야 하는 나무가 거의 없고 억새나 부들 등의 화초류가 골프장의 조경을 담당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4년 경기 시흥에 조성된 솔트베이는 시화호를 타고 소래포구를 지나는 매립지에 조성됐다. 폐염전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생태 연못의 친환경 지형을 그대로 살렸다. 주변의 습지 생태공원과 조화를 이룬 광활한 평야 컨셉트여서 전략적 플레이가 요구된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평탄하지만 해저드와 다양한 난이도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장한 드림파크 역시 영종도를 마주하는 인천의 서해갑문 뱃길 옆으로 매립지 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이런 링크스 스타일 코스들의 특징은 매립지에 조성한 만큼 한 눈에 전체 코스가 조망된다는 점이다. 또한 매립지이기 때문에 홀과 홀 사이 간격 구분이 중요한 설계 포인트가 됐다. 대체로 수로를 통해 구분하거나 마운드를 올리거나 긴 풀을 심은 러프 지역이 코스를 구획하고 있다.

▲ 최근 국내에 도입된 듄스 코스, 특유의 개성으로 골퍼 유혹
듄스 코스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접경 모래 사구에 조성된 코스 스타일을 말한다. 링크스에서 내륙으로 연결되는 중간 지역을 말한다. 바닷가와 내륙이 만나는 지역, 그래서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나 다른 퇴적물들이 크고 작은 모래언덕을 만들어 낸다. 그 모래언덕들은 세월을 따라 조금씩 형태가 변하고 고착화되면서 이색적인 지형 경관을 만들어 낸다. 
춘천에 위치한 라비에벨 듄스는 정통 스코틀랜드식 듄스 코스를 표방한다. 이곳의 특징은 골프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나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때문에 클럽하우스에서 코스 전체가 한 눈에 조망된다. 초록색은 페어웨이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곳은 페스큐를 심은 러프 지역이다. 
라운드를 하지 않더라도 클럽하우스에서 창밖의 풍경만 바라봐도 즐겁다. 특히 골프장의 명물인 5가지 색상의 골프카가 코스를 누비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색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라비에벨듄스 컬러골프카

인천 송도에 자리잡은 오렌지듄스GC는 국내 최초의 듄스 코스다. 대중제 골프장으로 외국에서나 즐길 수 있는 듄스 코스의 매력을 선사한다. 역시나 매립지에 자리잡았다. 송도 신도시 개발을 위해 마련한 매립지 부지에 세워졌다. 
전장은 블랙티 기준 6406m 정도로 길지는 않다. 이스트 코스(9홀)는 파35,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는 웨스트 코스(9홀)는 파36으로 18홀, 파71로 구성돼 있다. 코스 잔디는 모두 양잔디로 그린에는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와 티잉 그라운드는 켄터키블루그라스, 러프는 페스큐에 수크령을 혼합해 놓았다.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 그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수풀이 무성해 특유의 야생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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