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은 광주의 근대가 시작된 역사적인 장소다. 20세기 초 서양 선교사들이 정착해 학교와 병원을 세우면서 ‘광주의 예루살렘’ ‘서양촌’으로도 불렸다. 선교사 사택을 비롯한 서양식 건축물이 전통 한옥과 공존하며 이국적이고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투어 출발점은 관광안내소인 ‘양림마을이야기관’이다. 지하철 남광주역 2번 출구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된다. 여기서 마을 유래와 현황, 투어 코스를 미리 익히고 탐방을 시작하면 한층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 오웬기념각, 우일선 선교사 사택, 구 수피아여학교 특별한 의미 지닌 근대 건축물

놓치지 말아야 할 근대 건축물로는 오웬기념각, 우일선선교사사택, 광주 구 수피아여학교 수피아 홀과 커티스 메모리얼 홀, 이장우가옥을 꼽을 수 있다. 오웬기념각(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26호)은 2층짜리 회색 벽돌 건물이다. 전남 최초의 선교사로 광주에서 순교한 클레멘트 C. 오웬(한국명 오기원)과 그의 조부를 기려 1914년에 건립됐다. 평면은 정사각형인데 내부 구조가 독특하다. 설교단을 사각형의 모서리 부분에 배치하고 1층 바닥과 2층 발코니를 설교단 쪽으로 경사지게 만들어 객석에서 설교단을 내려다보게 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 <각시탈>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호남신학대학교 쪽으로 가면 선교사 사택을 볼 수 있다. 학교가 자리잡은 낮은 언덕은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나 아이들의 주검을 풍장하던 곳인데 선교사들이 이곳에 사택을 짓고 병자를 돌보았다고 한다. 그중 우일선선교사사택(광주광역시 기념물 15호)은 광주에 남은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제중원(현 기독병원) 원장이던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M. 윌슨(한국명 우일선)이 1920년대에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울창한 숲이 건물 주변을 에워싸 고즈넉한 별장 같은 느낌을 준다. 유수마, 원요한 목사 사택은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이라는 숲속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창작공간과 전시장,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췄다. 크리스마스 나무로 익숙한 호랑가시나무가 군락을 이뤄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 1899년에 지은 근대 한옥 이장우가옥도 큰 의의 가져

1911년에 지은 수피아 홀(등록문화재 158호)은 광주 여성 교육의 요람인 수피아여학교(현 수피아여중·고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고, 커티스 메모리얼 홀(배유지 기념예배당, 등록문화재 159호)은 수피아여학교 설립자인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1925년에 건립됐다.

근대 한옥으로는 1899년에 지은 이장우가옥(광주광역시 민속자료 1호)이 대표적이다. 대문이 닫혀 있어 집 앞까지 갔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가 많은데, 출입구는 대문이 아니라 왼쪽에 작게 난 샛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 구조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전통 가옥인 최승효가옥(광주광역시 민속자료 2호)은 내부를 개방하지 않는다.

양림동에는 이들 근대 건축물과 전통 가옥 외에 미술관, 갤러리, 독립책방 등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음악가 정율성을 기리는 거리와 시인 김현승의 시비도 있다. 카페와 베이커리, 디저트 가게, 전통찻집, 사진관 등 SNS 감성 충만한 핫플레이스도 즐비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양림동 역사문화마을_우일선교사사택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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