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골프가 들어 온지 올해로 120년이 됐다. 대한골프협회(KGA:허광수 회장)도 이미 골프 120년 출판을 기획 준비 중이다. 본지 역시 골프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1990년에 창간되어 지금까지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골프는 엔조이보다는 비즈니스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젊은 2030세대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건강, 취미로 즐기려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 정치인들은 골프를 멀리하고 있다. 120년의 골프역사를 품고 있지만 아직도 골프가 사치종목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잘못된 편견에는 바로 정치인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국내의 경우 대통령이 되면 골프부터 자제하거나 중단해 왔다. 당연히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골프는 경색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 대통령이 내한해 골프를 제안하면 대부분 거절해 왔다. 사실 정치외교의 중심엔 골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유독 외국에서는 정치, 경제인들에게 골프를 치느냐고 골프를 하느냐 하고 묻고 또 그 나라 대통령의 골프 플레이 유무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골프장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일까. 골프는 이제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적 척도이자 국제간의 교류와 비즈니스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 간의 대통령이 만났을 때 가장 편안하게 교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골프라고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골프 유무, 핸디캡, 스타일에 당연히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역대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골프와 실력을 특집으로 꾸민다. -편집자 주

● 이승만 초대 대통령 – 한국 주둔 미군위해 군자리에 골프장 만들라고 지시해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은 골프를 직접 즐기지는 않았지만 관심은 많았다. 
한 예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들이 휴일마다 군용 비행기로 일본의 오키나와로 날아가 골프를 치고 온다는 말을 듣고 한국에도 골프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지금의 어린이 대공원 자리에 위치한 군자리 코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북한과 대치중인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군이 한국 땅을 비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 군자리코스를 발빠르게 지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진주만에서는 일본군이 기습공격 할 당시 미군 장성들이 골프를 즐기다 패했던 사례가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4년 한국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창설해 직접 시상식까지 참석하는 열정을 보였다. 또한 대회 명을 아예 대통령배 아마추어 챔피언대회’로 바꿔 1975년까지 이어져 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우승자에게 직접 트로피를 전달해 골프와의 친밀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운동신경이 뛰어나며 ‘호쾌, 상쾌, 유쾌’ 골프를 즐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운동신경이 뛰어나 모든 스포츠를 고루 즐겼으며 테니스와 골프를 좋아했다. 특히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과 테니스 게임을 많이 했는데 번번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겨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골프 역시 민정 순찰 겸해서 라운드도 꽤 자주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 감각과 운동 소질이 뛰어나 비거리와 스코어가 단시간 내에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이 된 국내 최고의 산부인과 전문의 한국남 박사는 한양CC에서 만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회고 했다. “박대통령께서 먼저 샷을 하라고 해 3번 홀에서 4번 아이언으로 쳤더니 핸디가 어떻게 되느냐고 해서 18이라고 했더니 한 박사 장아찌시네요” 해서 파안대소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박사가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골프는 공격적이고, 도전적이며 아주 호쾌한 스윙이 인상적이라고 술회한 적이 있다. 골프 스코어는 80대 중, 후반정도의 실력을 보였다. 군 장교와 정치인들에게도 골프를 적극적으로 권할 만큼 골프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또한 라운드를 하면서 골퍼들의 민심을 챙겨 들을 만큼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이 방한하면 골프를 통해 외교성과를 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양과 뉴코리아 골프장에는 박정희 대통령 전용 캐디가 별도로 있을 만큼 자주 찾는 곳이었다. 특히 라운드가 끝난 후 이 지역의 고양 막걸리를 좋아해 뒤풀이는 항상 막걸리였다. 경기도 고양 지역에서는 지금도 박대통령 막걸리로 불리는 유명한 능곡 양조장(배다리) 막걸리가 팔리고 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240야드의 비거리 자랑하는 골프애호가.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중에는 골프를 많이 친 편은 아니지만 다른 대통령들에 비하면 자주 친 편에 속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알려진 핸디캡은 12 내외이다. 드라이버 거리가 평균 240야드를 날릴 만큼 호쾌한 장타자였다. 요즘은 세월이 흘러 180야드 내외의 비거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를 워낙 좋아해 청남대에 퍼블릭 골프장을 만들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시절 재계 기업인들과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내 미래 산업은 바로 골프장이라며 장려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임기가 끝난 뒤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수행원들과 함께 골프를 치러 다니며 최근에도 골프를 치다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대통령은 전국 골프장을 두루두루 다니면서 골프를 치고 있으며 역대 대통령 중에서 라운드 횟수가 가장 많다. 다시말해 국내 골프장을 가장 많이 갔다 온 역대 대통령 1위일 것이다.
 
● 노태우 전 대통령 핸디18 정도의 조용한 골프를 즐겼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전두환 전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골프는 꽤 좋아 한 편이다. 하지만 역시 재임 시절엔 골프를 자주 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임기가 끝난 후에 골프장을 자주 찾았다. 
골프 실력은 핸디 18정도이며 아주 조용하게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강북의 S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며 조용히 넘어 가자고 했다가 뒤늦게 언론에 알려져 내홍을 치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못하는 대신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청와대 내 골프연습장을 자주 찾곤 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한 곳 골프장을 주로 찾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골프장을 골고루 찾아다니며 라운드를 했다. 재미난 사실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 실력, 골프와 관련된 뒷이야기가 항상 비교돼 회자 되고 있어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골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골프를 하면 누가 더 잘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 김영삼 전 대통령만큼 골프를 미워한 역대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재임기간동안 절대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해 정치인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골프장을 찾을 때 가명으로 다녔을 정도다. YS는 골프를 싫어하지도 즐기는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9년 10월 안양골프장에서 신민주 공화당 김종필 총재와의 골프회동을 통해 여야합당의 민자당을 출범시켜 대통령에 오른바 있다. 아마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골프를 멀리한 것은 골프 라운드 중에 일어난 해프닝 때문일 것이다. 경기도 근처에 소재한 A골프장에서 김종필 총재와 함께 라운드를 했는데 드라이버로 헛 스윙을 해 엉덩방아를 쪘고 이 장면이 언론에 노출됐다. 여기에 김종필 전 총재의 골프실력이 워낙 출중해 상대적 빈곤감, 박탈감 때문에 골프를 더 싫어하지 않았느냐 하는 후문도 있다. 김종필 총재는 80대 전후의 싱글플레이어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0타를 넘기는 비기너 수준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절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내리는 등 골프에 대해 가혹했고 청와대 골프연습장도 없애고 청남대 골프장도 그대로 놀렸다. 골프와 인연이 참 없는  대통령 중의 한 명이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는 직접 치지는 않았지만 골프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는 하지 않았지만 골프를 통해 경기 활성화 및 산업화 노력을 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다. 정치 입문 7대의원 시절엔 김 전 대통령도 나름대로 골프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사고 이후엔 골프를 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대중 골프장을 더 많이 만들어 국민들이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골프를 통해서 정치,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보인 역대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골프에 대해 더 속박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골프에 대해 더 관대 했다는 평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세리와 김미현, 최경주 등을 청와대로 불러 훈장을 수여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골프 종목에 대해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본인이 골프를 못 치는 상황이었기에 더 편안하게 정책을 펼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계속>

이종현 기자 huskylee12@naver.com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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