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코스잔디칼럼
‘들잔디 소녀’ 태현숙 박사가 말하는 잔디이야기 <27>2019년 코스 관리를 복기(復棋)하며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3연패 후 알파고의 허점을 찾아 1승을 거두었던 감격적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이세돌 9단이 패배 후 혼자 복기를 하던 모습입니다. 프로 기사들은 대결 후 승자와 패자 모두 복기(復棋)를 합니다. 복기를 위해서는 본인이 둔 바둑의 모든 수를 다 기억해야 하는데 심지어 어떤 고수들은 10년 전에 둔 바둑도 기억을 한다고 합니다. 바둑판 위에서 오목 밖에 둔 적이 없는 필자로써는 바둑 기사들은 모두 천재인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수들이 바둑을 복기하는 비결이 바둑을 둘 때 한 수 한 수 모두 의미를 가지고 두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으니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어쩌면 한 수를 놓치면 바로 바둑알을 던져야 하는 절실함과 고도의 집중력의 결과이겠지요.

▪복기는 승자에게도 필요하다
복기는 골프장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1년 내내 골프장 코스 관리로 고생하고 동절기에 이제 좀 쉬려는데 ‘복기’라니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냐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복기를 통해 1년 동안 덜 힘들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 것입니다. 

보통은 잔디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만 경영자들이 관리자들을 재촉하거나 책임을 묻습니다. 잔디가 좋을 때는 당연한 것이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기는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필요한 과정입니다. 설사 잔디 상태가 좋아 아무 문제없이 한 해를 지났다 해도 그 원인 혹은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상 조건이 혹독했던 2018년에 비해 2019년은 골퍼들이나 그린키퍼들에게 모두 고마운 해였습니다. 겨울은 너무 춥지 않았고 비는 적었고 여름은 너무 덥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2018년 여름에 한지형잔디 때문에 고생한 많은 골프장에서 티잉에어리어 잔디를 켄터키블루그래스에서 한국잔디로 전환하려다가 금년 여름이 생각보다 덥지 않아 그냥 포기한 골프장도 있습니다.

2019년 경기도 A 골프장의 기상을 분석해 보니 3월부터 11월까지 한지형잔디의 GP가 80%이상 되는 날의 수가 작년에 비해 19일 많았고, 반대로 GP가 30%이하인 날의 수는 12일이 적어 기상만 놓고 본다면 한지형잔디 생육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GP(Growth Potential): 기온에 따른 잔디의 생장능력, 높을수록 생장이 활발하다는 의미〕

다행히 날씨 덕분인지 내장객도 증가하였으므로 온전히 기상 덕에 잔디가 좋았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2018년 혹한과 혹서기를 거치면서 잔디 관리자들이 하절기 그린 관리에 더 집중하고 또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는 노력이 담겨 좋았던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근 수년의 기상과 관리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내년의 날씨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대한민국의 평균 기온은 매년 조금씩 올라갈 것이며 아열대 기후에도 한발 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년도의 기상과 관리 데이터만으로 연간 관리 계획을 수립하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최근 수년의 기상 변화와 잔디 관리의 패턴을 복기하면서 전체 관리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골프장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금년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금년 늦가을에 비가 많이 오면서 그린 잔디의 뿌리가 짧은 상태로 휴면에 들어가는 점, 가을철 라지패취 방제 때문에 한국잔디의 시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 등입니다. 

올 겨울 기상 상황에 따라 내년도 그린 업이 조금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월동 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바둑을 잘 모르지만 바둑을 이기려면 묘수를 많이 내는 쪽보다 실수가 적은 쪽이 이긴다고 합니다.   이건 농부들의 ‘오기전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비오기 전에....’, ‘눈오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봄이 오기 전에’ 항상 준비합니다. 
잔디 관리에서도 실수를 줄이고 연중 균일한 상태로 잔디를 유지하는 것만큼 좋은 전략은 없습니다.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레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