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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잔디 소녀’ 태현숙 박사가 말하는 잔디이야기 <19>절기(節氣)와 잔디 관리

9월이 되면서 아침에 창문을 열면 제법 쌀쌀해진 공기가 느껴집니다. 
달력을 보니 처서(處暑)가 벌써 지났네요. 처서는 가을이 들어오는 입추(立秋)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 사이에 끼어 있는 24절기 중 하나입니다. “처서가 오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 잔디밭에 나가 보면 추위에 강한 한지형 잔디의 잎에 윤기가 돌고 색상도 진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작은 동∙식물들이 먼저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짓는데 있어 절기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아마도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시기가 생존과 관련된 것이므로 절기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주로 음력을 사용하였다는 점 때문에 24절기가 음력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 즉 양력과 일치합니다. 오래 전 중국인들은 하늘을 비롯한 자연에 어떤 반복된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에는 낮이 길고 더우며 고도가 낮은 겨울에는 밤이 길고 땅이 얼어버리는 현상입니다. 그들은 태양이 뜨고 지는 자리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태양의 하늘 길(황도)을 15° 간격으로 나눠 절기를 24개로 구분하였습니다. 사실 움직이는 건 태양이 아니라 지구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같은 시기에 같은 자리를 지나기 때문에 이런 날씨 예측이 가능한 것입니다. 

가을의 절기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순으로 지나갑니다. 처서가 지났으니 이제 곧 백로 절기가 다가 오겠네요. 백로는 양력 9월 8일로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 GP(growth potential, 생장능): 기온에 따른 잔디의 생장량을 수치로 나타냄 (미국 Pace Turf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으로 잔디 생장이 최대일 때 100%)

잔디 관리자들은 처서가 지나면 여름에 손상되었던 그린 보수를 시작하고 가벼운 펀칭(puching) 작업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골프장에서는 백로(白露)와 추분(秋分) 사이에 그린 코어링(coring) 작업을 하는데 이 때는 갱신 후 한지형 잔디가 빨리 회복됩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전 세계 기상을 파악하고, 로봇으로 농약을 뿌리는 첨단 과학의 시대에 무슨 절기 타령이냐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평년 기상을 분석해 보면 보통 백로와 추분 사이에 한지형잔디의 GP(growth potential, 생장능)이 대략 90%이상 유지되므로 과학적으로도 그 시기가 갱신의 최적 타이밍입니다. 그 옛날 기상장비 하나 없이 오직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를 지었던 조상의 지혜는 여전히 유용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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