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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잔디 소녀’ 태현숙 박사가 말하는 잔디이야기 <18>잔디의 놀라운 재생력

같은 직업에 오랫동안 종사한 분들은 직업병 때문에 웃지 못할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필자도 그 중 한사람으로 TV에서 골프 대회를 시청할 때 잔디의 상태를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하기 마련이지만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TV에 클로즈 업 된 그린의 상태와 잔디 색상을 보고 잔디 건강상태를 예상하기도 하고 잔디관리자가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작업들을 했는지 혼자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잔디를 관리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만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TV를 시청하다 보면 국제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에서 그린의 잔디 색상이 시커멓게 보일 때가 있는데 어떤 분들은 잔디가 다 죽은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이에 답을 드린다면 이는 잔디 관리자들이 빠른 그린스피드를 제공하기 위해 그린을 많이 건조 시켰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잔디가 죽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합으로 인해 잔디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죠. 따라서, 시합 후에는 건조로 손상되거나 많은 갤러리들이 밟아 너덜 너덜해진 잔디를 곧바로 회복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기하게도 회복 작업 후 잔디는 원래 모습으로 재생이 됩니다. 수십 년 동안 잔디를 관리한 베테랑 그린키퍼들도 자식처럼 아끼던 잔디가 대회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가 다시 제 모습을 되찾는 잔디를 보면 늘 경이롭다고 합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 해도 이처럼 매일 깎이고 밟히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식물이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말 잔디는 놀라운 재생력을 갖춘 식물입니다. 늘 누군가에게 밟혀서 상처를 입고 있으며 반복된 깎기 작업으로 잎이 잘린 후에도 재생을 반복하니까요.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양분이 필요한데 보통 잎이 잘리고 남은 조직들이 재생 활동을 돕게 됩니다. 잔디는 재생을 위해 스톨론(stolon, 지상부의 기는 줄기)뿐 아니라 라이좀(rhizome, 지하부의 기는 줄기) 그리고 뿌리까지 남아있는 양분을 모두 활용합니다. 대부분의 잔디는 줄기가 서로 서로 연결되어 개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또 개체가 모여 무리(떼)를 이루는 식물이므로 잎이 상처를 입거나 잘려나가면 남은 조직과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양분을 모두 아낌없이 내어 놓음으로써 회복을 돕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잔디밭을 만들게 됩니다. 

좀더 인문학적 시각으로 들여다 본다면 잔디는 나 자신만 살찌우는 이기심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지혜로운 식물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밟히고 깎이는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신과 무리를 지켜나가는 잔디를 보면 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희생과 공생 그리고 끈질기게 버텨내는 자생력과 재생력을 말입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면 골퍼들은 필드로 향하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잔디 관리자들은 여름철 손상된 그린을 회복시키느라 분주할 것 입니다. 그래도 골프장이나 공공의 잔디밭을 밟을 때 한번쯤은 이들의 삶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밟히고 잘리고 상처가 나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강인함과 그의 희생을 통해 파란 잔디밭을 만드는 지혜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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