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를 자주 시청하는 분이라면 잔디밭의 줄무늬를 보고 한번쯤 궁금하셨을 것 같습니다. 
왜 축구장의 잔디밭은 진한 녹색과 연한 녹색이 번갈아 있는지… 그런데, 줄무늬는 축구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 페어웨이와 그린에도 있습니다. 유독 잔디밭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가끔 잔디와 관련해서 일반 골퍼분들이 문의해 올 때 빠지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다양한 추측 답들도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예를 들면 잔디깎는 높이를 한 줄씩 다르게 하는 것, 페인트로 다른 색깔을 내는 것 또는 잔디의 앞면과 뒷면의 차이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답변들이 있었습니다. 
정답은 잔디를 깎는 방향 때문입니다. 잔디잎과 줄기는 수직 방향보다 수평 방향으로 생장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잔디결이라 합니다. 잔디잎은 잔디깎는 기계(mower)의 작업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눕거나 성장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어 (mower)로 잔디밭을 깎는 방법은 기계의 폭만큼 잔디밭을 한 줄 깎고 다시 반대 방향에서 동일한 폭으로 한줄 깎아 주는 방식으로 왔다갔다 합니다. 잔디를 깎아 주는 방향으로 잎이 눕게 되는데 이 때 잎이 누운 쪽은 햇빛의 반사가 많아져 잔디의 색이 더 밝게 나타납니다. 옆의 줄은 반대 방향에서 오기 때문에 잔디의 햇빛 반사율이 적고 잔디 아래 그림자의 영향 때문에 잔디의 색상이 더 진하게(실제로는 어둡게) 보이는 것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가서 보면 잔디 잎의 햇빛 반사율이 반대가 되므로 밝았던 줄이 진하게 보이고 진하게 보였던 줄이 밝게 보이는 것입니다. 

축구장에서는 이 무늬가 오프사이드 등 심판의 판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줄을 내는 목적에서 보면 기능성보다 디자인 측면이 더 클 것 같습니다. 
골프장에서는 줄무늬를 내는 곳도 있지만 다이아몬드 모양을 내는 곳이 있습니다. 모두 기능적인 목적보다 보기 좋게 하려는 목적이 더 큽니다. 골프장에서는 줄무늬가 나는 방향을 정기적으로 바꾸면서 깎아 주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한 쪽 방향으로만 계속 잔디를 깎게 되면 잔디가 나중에 아예 한 방향으로 누워버려 골프공을 세우는 힘(볼받침)이 떨어지고 샷 밸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잔디를 깎는 방향은 그린에서 더 중요합니다. 계속 같은 방향으로 깎아 주면 그린에서 잔디결이 형성되므로 매회 깎는 방향을 바꾸어 줌으로써 이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린에서는 그린스피드가 매우 중요한데 순결(잔디 잎이 누운 방향)과 역결(잔디 잎이 누운 반대 방향)에서 미세한 볼의 스피드 차이가 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역결 방향에서 퍼팅을 한다면 잔디의 볼구름에 저항이 생겨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겠죠. 잔디 결은 그린스피드 뿐 아니라 퍼팅 라인에도 영향을 주므로 그린에서는 잔디를 짧게 깎는 것만큼이나 잔디를 수직으로 세워 깎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여름에는 그린의 잔디에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시기이니 그린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조금 이해하고 그린에서 잔디를 최대한 보호하는 골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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