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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잔디 소녀’ 태현숙 박사가 말하는 잔디이야기 <13>잡초의 존재 이유

초봄에 골프장을 방문하면 잔디가 올라오기 전에 잡초가 먼저 보이고 여름이 되면 훌쩍 커버린 잡초들을 제거하느라 잔디관리자들은 많은 고생을 합니다.
잔디 관리를 전혀 모르는 골퍼도 잡초와 잔디는 구분하므로 골프장에서 잡초가 보이면 많은 고객들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골프장으로 인식하므로 잡초 관리는 필수입니다. 
잡초(雜草)는 주로 산과 들판에 알아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들을 뜻합니다. '재배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 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잡초'라는 말은 아마도 인간이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잡초는 정말 불필요하기만 한 식물일까요? 기후가 건조한 미국 텍사스의 한 과수원에서 잡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자 잡초 씨를 말려버렸더니 극심한 토양 침식과 모래 바람으로 몇 년간 농사를 망쳤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또, 소나  양을 방목하는 목초지에선 잡초가 소의 배설물을 분해해 토양이 더 기름지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잡초를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잔디밭에서의 잡초도 우리가 지금 필요하지 않는 것일 뿐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야생 식물인 것입니다. 단지 인간이 작물을 재배하면서 인간에게 불필요한 식물일 뿐 잡초 역시 그 누구에겐가는 꼭 필요한 풀일 수도 있습니다.
 
망초(亡草, horseweed)
잡초를 오랫동안 공부하다 보니 잡초의 이름이 다른 식물에 비해 참 친숙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망초, 파대가리, 방가지똥, 개불알풀 등 자세히 들어보면 민망할 정도로 명칭이 친숙하고 솔직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기발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아마 식물학자 또는 누군가가 먼저 이름을 붙이고 이후에 널리 퍼져 자연스럽게 식물의 이름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 골프장에 가면 많이 보이는 잡초 중 하나가 바로 망초인데요. 망초(亡草, horseweed)는 자생식물이 아니라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구한말 일제는 조선 침략의 편리성을 위해 철도를 놓았는데 이 때 일본에서 들여온 철도 침목에 풀꽃의 씨앗이 붙어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들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하여 '망국초', 또는 '망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니 운명이 기구한 풀입니다. 망초는 씨앗에 날개가 있어 바람에 날리는 탓에 매우 흔하고 망초와 비슷한 풀로는 개(犬)망초가 있습니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꽃이 더 크고 예쁘지만 일제시대라는 암울한 시대적인 특성 때문인지 그 당시에는 좋은 이름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개망초의 꽃이 계란 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계란꽃으로 부르기도 하니 식물의 이름은 시대를 잘 투영하는 것 같습니다. 

잡초는 대부분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라는 식물이므로 여러 유용한 물질을 스스로 합성하며 이 물질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약초가 되기도 합니다. 망초도 식용이나 한약재로 쓸 수 있는데 망초의 어린 잎은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이기도 하며, 망초대는 염증을 가라 앉히거나 소화 촉진의 효능이 있습니다. 비록 잔디밭에서는 불청객이지만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골프장에서 나고 자라는 잔디 외에도 잡초에도 눈길 한 번 주는 센스, 그것이 곧 자연을 사랑하는 시작 일 것입니다. 또한 잡초에 대해서도 한 번 정도 이름이 무엇인지 물러보는 관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레저신문  webmaster@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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