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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현장X파일] 신지애는 ‘존’의 마술사
28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8번재 대회 후지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7타차 역전 우승하며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장식한 신지애. 상금순위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사진=KPS 제공)

[레저신문=오상민기자] 자신도 놀랐다. 인코스 9홀 플레이에서 7개의 버디를 적어낸 경이로운 스코어카드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8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8번째 대회 후지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000만엔ㆍ약 8억원)에서 역전 우승한 신지애(31ㆍ쓰리본드)가 경이로운 스코어카드의 주인공이다.

신지애는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선두에 7타차 공동 19위로 출발했다. 전반 9홀을 마친 시점에선 버디 2개, 보기 1개로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쳐 역전 우승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돌변했다. 10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성공시키더니 11번홀(파3)과 12번홀(파5)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탔다. 후반 9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한 홀은 13번홀(파4)과 마지막 18번홀(파4)뿐이다. 대회장 가와나호텔 골프코스 후지코스(파71ㆍ6376야드)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난코스다.

7차타 역전 우승은 신지애 본인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5타차, 미국에서는 6타차까지 역전 우승했던 경험이 있지만 7타차 역전 우승은 처음이었다.

신지애는 우승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존(zone)을 거론했다. 존은 스포츠에서 선수가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존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했다. 존에 들었을 때 가급적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시즌 마지막 대회이자 메이저 대회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이전보다 골프 레벨이 한 단계 이상 올라갔다고 했다. 이전에는 앞만 보고 달려서 골프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앞과 뒤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골프 이외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골프 레벨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존의 컨트롤 능력 때문이다. “이전(한국ㆍ미국 투어 활동 시기)에는 존에 들어도 길게 유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제법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18 리코컵) 최종 라운드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긴 시간 존을 유지했다.”

존에 들었을 때 무엇이 달라졌냐는 질문에는 “주의 경치가 사라져서 나 혼자 플레이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지난해 리코컵에서는 오랜 시간 존이 지속됐는데 지금까지 골프를 하면서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후지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는 10번홀부터 존에 들었다. 신지애는 마쓰다 레이(21), 마쓰모리 아야카(25ㆍ이상 일본)와 동반 플레이했지만 두 사람의 플레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 신지애의 플레이를 보며 가장 놀란 사람은 그의 캐디 사이토 유키(45ㆍ일본)였다. 매 홀 목표한 지점에 정확하게 공을 올려놓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샷 정확도만 본다면 신지애를 당할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신지애의 매니지먼트사 대표인 김애숙(56) 프로는 “사실 경기 시작 전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믿을 수가 없다. 신지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대단한 선수다. 정말 무서운 선수다”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부터 2승을 달성한 신지애는 상금여왕 목표를 향해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신지애는 JLPGA 투어 데뷔 이후 시즌 초반 10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2승 이상을 달성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매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신지애의 한 시즌 최다승은 2014년과 2018년에 기록한 4승이다. 이대로라면 한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은 물론이고 생애 첫 JLPGA 투어 상금여왕도 가능해보인다. 신지애는 메이저 대회가 몰려 있는 시즌 중반 이후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은 메이저 대회에서만 3승을 쓸어 담을 정도였다.

5월에 열리는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의 대회장 후쿠오카컨트리클럽 와지로코스, 6월 열리는 니치레이 레이디스의 대회장 소데가우라컨트리클럽 신소데코스도 신지애가 자신 있어 하는 코스여서 더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라이벌이자 지난 시즌 상금여왕 안선주(32ㆍ모스버거)는 목 디스크 수술로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은 건 오직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인다. ‘존’의 마술사 신지애의 경이로운 플레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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